뉴스데스크이문현

사라지는 무궁화호…39억 적자에 끊긴 '서민의 발'

입력 | 2021-08-17 20:21   수정 | 2021-08-2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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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무궁화호 열차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십니까.

좀 느리고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인 느낌도 들죠.

고속열차가 닿지 않는 지역에선 꼭 필요한 교통수단인데요.

이달부터 14개 열차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구간을 대폭 줄이거나 사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끼는 돈은 고속철도 건설 예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인데요.

철도 연속보도, 오늘은 이문현 기자가 흔들리고 있는 우리 철도의 공공성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7월 30일 금요일 밤.

등산객들이 열차에 오릅니다.

지리산에 가는 사람들입니다.

[이수하 / 중학생]
″노고단에서 해 뜨는 거 보는 게 설레요.″

매일 밤 10시 43분에 용산역을 출발해, 새벽 3시에 전남 구례구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

전라선에 마지막 남은 심야 열차입니다.

[이상호]
″새벽 산행을 하기가 좋은 시간이 되는 거고 해 뜨는 시간도 맞출 수 있고.″

하지만 7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됐습니다.

적자가 난다며 코레일이 없애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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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무궁화호는 또 있습니다.

매일 아침 6시 51분 전남 순천을 출발해 용산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27개 역을 지나 서울까지 6시간 반이 걸립니다.

시골 어르신들이 주로 애용합니다.

[신달막]
″7번을 이용한단 말이요. 1년에 7번을. 내가 병원에 가고, 아들 집에 추석도 쇠러 가고 설도 쇠러 가고.″

이 열차도 8월부터 사라졌습니다.

이제 보성이나 화순에서 서울에 가려면, 광주까지 가서 갈아타야 합니다.

[최박남]
″내려서 물어서 다른 거 갈아타는 거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걸음도 잘 못 걷는데. 없으면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아들 집도 다 갔구나.″

[이준오]
″바꿔타기가 참 어렵습니다. 농어촌 고령화된 사람들 손발을 묶은 것이나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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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 이달부터 없애거나 감축한 무궁화호 열차는 모두 14개나 됩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적자가 얼마나 줄어들까?

1년에 39억 원입니다.

철도 건설 예산이 1년에 4조 원이 넘는데, 고작 몇십억 아끼려고 시골 노선부터 없애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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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KTX로 돈을 벌어, 시골 구석구석 다니는 무궁화호의 적자를 메웁니다.

이걸 교차보조라고 합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코레일은 흑자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정부가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알짜 고속철 노선을 따로 떼어, SR에 내준 뒤부터였습니다.

고속철도로 돈 벌어 공공 서비스에 써야 하는데, 알짜 노선을 SR에 빼앗긴 겁니다.

[민재형 /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공기업이라는 게 공공성을 목적으로 이뤄진 게 아녜요? 그런데 이렇게 적자가 계속되면 일반 철도나 화물 철도에 들어갈 자원이 모자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공공성을 저해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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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뻔한데도 2조 4천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2조 3천억 원을 들이고도, 무안공항으로 돌아가느라 고작 2분 단축하는 광주-목포 고속철도.

모두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요구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정작 시골 철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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