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상빈

밤에 잘 안 보이는 구명 뗏목‥기준 미달 무더기 적발

입력 | 2021-10-25 20:36   수정 | 2021-10-2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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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바다 위에서 사고가 났을 때 구명 뗏목은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장비입니다.

그런데, 성능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불량 뗏목을 만들어서 납품한 업체들이 적발됐습니다.

이런 뗏목은 밤에 조난될 경우 특히 위험하다고 하는데, 정상빈 기자가 그 이유를 보여드립니다.

◀ 리포트 ▶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 위에서 주황색 구명 뗏목이 위태롭게 출렁입니다.

해경 경비정이 다가가 선원들을 무사히 구조합니다.

지난 2015년 전남 여수 거문도 해상에서 어선이 뒤집혔는데, 선원 5명은 구명 뗏목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배가 위험해지면 손쉽게 펼칠 수 있게 설계된 구명 뗏목.

구조될 때까지 버틸 수 있게 물과 식량이 준비돼 있고, 밤에도 잘 보이도록 외부에는 반사판과 천막등도 설치합니다.

실제로 잘 보이는지 어둡게 해 봤습니다.

오른쪽 구명 뗏목은 긴 반사판 여러 개가 빛을 내지만, 왼쪽은 반사판이 한 개뿐, 그나마도 너무 짧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천막 절반 이상 길이로 반사판을 설치하라는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송재균 / 전국선상낚시어선협회장]
″예를 들어서 바다에서 사고 나면 시·분을 다투는 거 아니에요. 야간에 사고가 났을 때 반사판이 작동을 못 한다 그러면 어떻게 그걸 잡겠어요.″

한 업체는 깜빡깜빡 빛을 내는 천막등의 검증서류를 위조했습니다.

50개만 검사기관에서 검증받고선, 200개를 검증받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뒤 구명 뗏목에 설치한 겁니다.

해양경찰청에 적발된 업체 2곳은 이렇게 만든 구명 뗏목 450척을 팔아 8억 원을 챙겼습니다.

올해부터 13명 이상 타는 낚싯배에 구명 뗏목 설치가 의무화됐는데, 제도 시행 초기에 검사가 허술한 틈을 노린 겁니다.

두 업체 중 한 곳은 납품 기한을 맞추려다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뗏목제작 회사 관계자]
″(검증 서류) 200개는 위조했어요. 기한 내 납품해야 될 물량이 있는데 불가항력적으로 그 안에 검정을 다 끝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해경은 업체 관계자들을 검찰에 넘기는 한편, 규격에 미달한 구명 뗏목을 검증해 준 검정기관 직원들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영상편집 : 민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