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상빈

'태움' 사망 간호사 3주기…병원은 '묵묵부답'

입력 | 2021-02-24 06:42   수정 | 2021-02-2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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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태워서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태움′ 의료계, 특히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합니다.

서울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가 3년 전 목숨을 던져 이 ′태움′을 세상에 알렸는데, 병원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까지 나왔지만 병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간호사를 공장 돌리는 연료쯤으로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호소.

정상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간호사는 감정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간호사는 기계가 아니에요…′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현수막 수십 장이 내걸렸습니다.

3년 전 설 연휴 첫날, 이 병원의 박선욱 간호사는 입사 5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박 간호사의 죽음으로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뜻의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병원 자체 조사 결과 박 간호사의 업무 적응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과중한 업무가 부과된 점이 인정됐고, 결국, 1년여 뒤 산업재해로 판명됐습니다.

또, 법원도 사용자 측인 병원이 박 간호사의 사망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런데도 병원 측은 사과는커녕, 3년 동안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향춘/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
″힘들게 떠난 간호사의 마음을 서울아산병원이 알았다면, 사과는 물론이고 남아있는 간호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해서 혁신적으로 바꿔야 되지 않겠습니까.″

간호사들은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에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주희/간호사]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서 이게 바뀌길 바라서 나왔습니다. 간호사도 사람이고 우리가 살아야 간호를 할 수 있잖아요. 간호사가 살아서 간호를 할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최정화/행동하는 간호사회]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연료쯤으로 여기는, 이런 간호노동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좀 벗어던지고 생명을 다루는 정말 소중한 인력으로 대해주면 좋겠다.″

이들은 병원 측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간호사 한 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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