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정부가 나서서 공공 기관들의 경영이 방만하니까, 가지고 있는 사옥 건물이나 땅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기획 재정부가 공공 기관들에게 자산을 팔라고 했고, 실제로 한국석유공사가 사옥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을 누가 샀는지, 이 거래로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저희가 취재를 해 봤더니, 기획 재정부 관료 출신들이 만든 부동산 투자 회사였습니다.
먼저 고은상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울산의 23층 짜리 새 건물.
한국석유공사 사옥입니다.
공기업 지방 이전에 따라, 2014년 1,860억원을 들여 새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인이 따로 있습니다.
석유공사가 팔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17년 이 울산 신사옥을 민간 회사에 매각한 뒤, 재임차해 쓰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낸 임차료만 480억 원에 이릅니다.
[석유공사 직원]
″(임차료로 몇십억 원씩 내고 있다는 걸 들으시면 기분이 어떠세요?) 좋을 리 있겠습니까. 자가가 낫지 않습니까. 전세보다는.″
석유공사는 왜 완공 3년도 안 된 새 건물을 팔고, 셋방살이를 시작했을까?
박근혜 정부 때 기획재정부가 공기업들의 부채를 줄이겠다며, 자산을 팔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유일호/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2016년 6월)]
″공공기관 부채를 획기적으로 감축을 했고 또 여론에 따가운 비판을 받아온 방만경영을 과감하게 해소함으로써″
석유공사는 꼭 사옥을 팔아야 했을까?
지난 2018년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사옥을 판 게 잘못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건물을 팔고 셋방살이로 들어가는 바람에, 임차료 등으로 15년 동안 585억 원을 손해를 볼거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건물을 사들인 건 누구일까?
코람코자산신탁이라는 회사입니다.
코람코는 1980년대말과 90년대말 두 번이나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 씨가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습니다.
2대 회장은 금감원 부원장 출신 이우철씨, 현 3대 회장은 금감위 부위원장 출신 윤용로씨입니다.
역대 회장 세 명이 모두 재무부 관료 출신.
현 기재부 출신들이 주축인 회사입니다.
코람코는 이 건물을 사서 석유공사에 다시 임대해주고, 지난 5년 동안 안정적으로 매년 96억 원의 임대 수익을 올렸습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100% 출자한 자회사 코람코자산운용.
이사진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보입니다.
론스타코리아 대표 출신인 차정하 이사 옆에 나란히 등재된 인물.
유일호 사외이사입니다.
공기업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공기업 자산을 팔라고 했던 박근혜 정부 기획재정부의 마지막 수장입니다.
유씨는 2017년 퇴임한 뒤, 올해 3월 사외이사로 이 회사에 합류했습니다.
[권재석/한국노총 공공노련 상임부위원장]
″공기업 정책의 설계자였던 기재부에 있던 장관이라든지 관료들은 전부 다 영전하고 이런 자산 신탁회사에 아주 많은 보수를 받아서 근무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느냐.″
유일호씨는 석유공사가 코람코에 사옥을 매각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가 큰 지침을 세우는 것은 맞지만, 자신은 구체적으로 무슨 자산을 누구에게 파는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유일호/전 경제부총리, 현 코람코 사외이사]
″(석유공사가 코람코 측에 자산 매각했다는 거는 모르셨나요?) 석유공사가 그런 걸 했어요? 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를 전혀 몰랐고 (일일이 개별 사안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직접 들으신 바는 없으시다는 거죠?) 그럴 수가 없죠 구조상 그것까지 일일이 다 하면.″
코람코는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해 건물을 매입했으며, 유일호 씨를 영입한 건 이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