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고재민

[단독] 체포 없고 구속영장은 기각‥"피해자 죽어야 구속되나"

입력 | 2022-09-20 20:23   수정 | 2022-09-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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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초범인데다 주거와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확실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습니다.

지금도 운신이 자유로운 가해자 최 씨는 피해자에게 ′얘기 좀 하자′, ′보고 싶다′며 수십 차례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고재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피해자가 사는 오피스텔과 가해자 최 씨의 주거지는 불과 백 미터 정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한 직후부터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사건 닷새 후, 피해자는 자신의 SNS에 ′언제 마주칠지 몰라 집과 병원만 오간다′, ′차라리 이사를 하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원망스럽다′고 적었습니다.

그 다음날엔 ′나를 미행할까, 흉기 들고 찾아올까 무섭다′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당일을 포함해 가해자를 두 차례 조사했을 뿐, 체포하진 않았습니다.

′범행을 인정하고 있어 체포할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경찰은 사건 2주 뒤인 15일에야 최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가해자가 일정한 주거와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확실하고, 과거 범죄전력도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피해자]
″(구속영장이) 기각이 됐을 때 되게 무력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때가 제일 불안했고, 구속의 기준이 뭔가 너무 궁금한 거예요. 이렇게 심하게, 사람을 죽기 직전까지 폭력을 행사해도 구속을 안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절실했던 가해자 신병 구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제공한 신변보호 조치는 큰 실효성이 없었다는 게 피해자의 말입니다.

[피해자]
″막상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으면 한 40분 안 돼서 배터리가 다 방전돼서 계속 충전해도‥(가해자가) 안 찾아왔으니까 연락도 없었고.″

그렇게 한 달 만에 신변보호도 중단했는데 공교롭게 그 직후부터 가해자가 연락해오기 시작했습니다.

SNS를 통해 십여 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얘기 좀 하자′ ′보고 싶다′ ′반려견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온 겁니다.

한 번은 ′밑에 있겠다′며 피해자 집에 찾아왔음을 암시하는 메시지까지 보냈습니다.

[피해자]
″구속영장 기각되고 나서, 내가 차라리 그냥 죽어야지 이게 사건이 커져서 쟤가 처벌을 받고 구속이 되고 하려나‥″

최근에는 가해자의 가족을 동네에서 수차례 마주치기까지 해, 피해자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태입니다.

경찰은 가해자의 연락이 재개된 만큼 피해자와 접촉해 스토킹 고소장을 제출받아 수사 개시 등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 영상편집: 류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