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무원을 꿈꾸며 한 전문학교에 다니던 21살 여성이 학교 기숙시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학생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였습니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는데, 1년 전 친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뒤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지만 좌절당한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먼저 조재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달 7일, 서울 구로구의 한 호텔 앞에 소방차가 멈춰 섭니다.
뒤이어 구급차와 경찰차도 도착합니다.
호텔방에서 21살 최수롱 씨가 혼자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이 호텔은 서울의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기숙시설로 활용하던 곳이었고, 수롱 씨도 이 학교의 학생이었습니다.
현장에선 유서 형식의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저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그런데 10달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 없다′로 시작하는 메모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년 마지막 날, 최 씨는 아버지로부터 저녁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20년 전 가정폭력 문제로 어머니와 이혼한 뒤 사실상 연락이 끊겼던 친부였습니다.
[최 씨 어머니]
″′아빠 사는 것도 좀 봐야 되지 않겠냐. 딸이 돼 갖고, 응?′ 막 그런 식으로 해서…″
이날 아버지는 최 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갔고 갑자기 신체적인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속옷까지 벗은 아버지를 보고 겁이 난 최 씨는 화장실로 피해 문을 잠그고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와 최 씨를 폭행했고, ″아빠는 다 허용된다″면서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 씨 어머니]
″<언니: 녹음에도 나와요.> ′그래도 아빠 친딸이잖아, 내가. 아빠가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막 사정을 해요.″
당시 통화가 연결됐던 언니의 전화기에 고스란히 상황이 녹음됐던 겁니다.
[최 씨 언니]
″아빠 집에 있다고 해서 저도 놀랐거든요. 일단 녹음 밖에 할 게 없었어요 그 당시에.″
최 씨는 경찰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가해자인 친부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친부의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해 지난 7월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성폭행 미수 혐의는 물론 폭행과 감금 혐의조차 인정하지 않았고 구속영장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재판 날짜마저 친부의 수술 등을 이유로 예정보다 두 달 가량 미뤄지면서, 가해자는 계속해서 불구속 상태로 지내왔습니다.
심지어 변호사를 통해 ″1천만 원에 합의하자″는 의사까지 전하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고통이 커졌던 최 씨는 마지막 메모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언론에 뜨지 않는 사건이라고 사법부는 눈길조차도 안 주는 걸까, 얼마나 피해자들이 더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할까″.
이어 친부의 실명을 적으면서, 어머니에게 ″끝까지 싸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위동원/영상편집 : 권나연/그래픽 : 양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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