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현지

새벽 구룡마을 덮친 화염‥주민 500명 긴급 대피

입력 | 2023-01-20 20:08   수정 | 2023-01-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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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오늘 아침,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인 강남구 구룡 마을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소방 당국이 다섯 시간 반 만에 진화를 했는데요.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가건물 형태의 주택 60채가 모두 불에 타서 주민 예순두 명이 살 곳을 잃었습니다.

먼저 김현지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사람 1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 사이로 시뻘건 불길이 매섭게 타오릅니다.

소방대원이 다가가 소방용수를 뿌려보지만, 집을 삼켜버린 불길이 잦아들지 않습니다.

불은 보온덮개가 덮인 지붕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으로 번졌습니다.

심상치 않은 화염이 개포동과 도곡등 등 주변에서도 목격돼 119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불이 시작된 건 아침 6시 반쯤.

구룡마을 4지구에서 시작된 불은 가까이 있는 5지구와 6지구로도 번지면서 가건물 형태의 주택 60채를 모두 태웠습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타버린 집에는 아직도 연기가 나고 있는데요.

이곳에는 타다 남은 가재도구만 남아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화재 시작 10분 만에 대응 1단계에 돌입했고, 1시간 만인 오전 7시 26분, 관내 소방력을 전부 투입하는 2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신용호/서울 강남소방서 소방행정과장]
″건물구조는 가건물 비닐 합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고 구룡마을 4지구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룡마을 전체에 665가구 1천여 명이 사는데, 위험 지역의 주민 500여 명이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큰 불길을 잡는데만 3시간 반가량이 걸렸고, 결국 44가구 62명이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이춘자/피해 주민]
″불길이 훤하게 보이는데 보따리 싸갖고 나오는데 막 다리가 달달 떨리고 정신없어요.″

불이 난 4지구는 대모산 바로 아래쪽에 있어, 한때 산불로 번질 위험도 있었습니다.

강남구청은 구룡중학교를 대피소로 마련했다가, 인근 숙박시설 4곳을 빌려 이재민들에게 임시 거처로 제공했습니다.

[김정열/피해 주민]
″전부 사람들이 불났다고 막 하고, 경찰들이 와서 같이 막 연락하고 그래서… 빨리 좀 정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현장 감식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김현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허원철 김우람 / 영상편집: 이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