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유민호

봄만 되면 "닭발 가로수" 수난‥"많이 자르지 말래도‥"

입력 | 2023-04-26 20:34   수정 | 2023-04-2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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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매년 봄이 오면 간판이나 가로등을 가린다는 민원 때문에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을 하죠?

그런데 과도한 가지치기로 몸통만 앙상하게 남아서 이렇게 흉한 모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는 물론이고 자연환경에도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건지 유민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천 옆 도로를 따라 느티나무가 쭉 늘어서 있습니다.

지난달 시청에서 나와 가지치기를 해놓은 건데, 나무 수십 그루 윗부분이 댕강 잘려나갔습니다.

마치 닭발을 연상케 하는 모습입니다.

나무가 전선에 걸리거나,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 때문에 매년 가지치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동열/시민]
″(나무) 위가 너무 많이 잘려서 좀 보기는 안 좋은 느낌‥″

[김은향/시민]
″봄철 되면 너무 가로수를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서‥″

그런데 간판이나, 전신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나무도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순천의 한 아파트 가로수도 이른바 닭발 나무가 됐습니다.

[아파트 주민]
″너무 아쉽게, 아깝게 잘라 놨어요. 분위기도 삭막하고요.″

지자체 입장에선 짧게 자르면 가지치기 횟수가 줄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지만 무리한 가지치기는 나무는 물론 자연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박수완/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
″가로수는 도시의 생태축, 또 비오톱(생물서식지)의 역할을 합니다. 작은 곤충이나 조류들이 잠시 쉬어가고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환경부도 최근 나뭇잎이 달린 가지 4분의 1 이상을 자르지 말라는 개선안을 내놨지만 아직은 권고에 그치고 있어 가로수의 수난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MBC뉴스 유민호입니다.

영상취재: 정은용 (여수)/영상제공: 가로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