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파란

"매우 위험" 분류해놓고‥예견된 참변

입력 | 2023-05-01 20:22   수정 | 2023-05-0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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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름처럼 가장 안전해야 할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어른들의 부주의로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등교를 하다 화물에 부딪혀 숨진 초등학생 사고와 관련해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취재 결과 이번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교 주변에 주정차가 많다는 점 등의 이유로 부산시교육청이 이미 이 통학로를 매우 위험한 단계로 분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파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얀색 원통형 화물이 내리막길에서 빠른 속도로 굴러 내려옵니다.

가속도까지 붙은 화물은 안전 펜스도 무너뜨리고 그대로 인도를 덮쳤고 초등학생 1명이 숨지고, 초등학생 2명과 30대 여성이 다쳤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있던 공장에서 어망 제작용 실뭉치를 지게차로 옮기다 바닥에 떨어뜨린 겁니다.

경찰은 지게차 운전자 1명을 입건하고 업체 관계자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사고 직전 현장 CCTV에 화물을 안전하게 내리기 위한 ′고임목′을, 작업자들이 뒤늦게 들고 뛰어가는 장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7톤에 달하는 화물을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내렸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고임목이나 버팀목일 건데, 고여놨는데 사고가 났겠습니까.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지금 밝혀내고 있는 과정이고요.″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이 실시한 통학로 안전 연구용역서입니다.

해당 학교는 ′매우 위험′ 단계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학교 주변에 주정차 차량이 많다는 점도 5가지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됐습니다.

지난달에는 교육감과 구청장, 경찰 관계자가 학교에 모여 ′안전한 통학로를 위한 협업 선포식′까지 열었지만 정작 등교 시간, 통학로 내 불법 주차와 위험한 하역작업은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사고 현장은 친구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로 가득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고 슬픈 편지들이 벽을 가득 메웠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이 도로에서 화물차가 비탈길을 질주하다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슬퍼요. 불안할 것 같아요. (지난해) 한 번 사고가 났고, 또 밑에서 사고가 났으니까…″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불안함 속에 내일도 등교에 나서야 합니다.

MBC뉴스 윤파란입니다.

영상취재: 이보문(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