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신수아

'영웅'은 가고 '이념'만 남았다‥'홍범도 지우기'가 남긴 것

입력 | 2023-08-31 19:57   수정 | 2023-08-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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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육군사관학교의 공식발표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는 건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수아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흉상 이전 문제가 알려진 게 1주일 전이고 아직 논란이 다 풀린 것도 아니란 말이죠.

서둘러 결론을 내려버렸군요.

◀ 기자 ▶

육군사관학교가 기념물 재정비를 명분으로 TF 꾸리고 방침 세운 게 지난해 11월입니다.

아시다시피 이후에 여론 수렴이나 그 어떤 사회적 논의는 없었고요.

이전에도 극우 인사들이 유튜브나 SNS로 ′공산주의′ 논란을 부각시키려고 했지만, 학계나 정치권에서 공론화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공개 거론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육사가 새 교장 부임 전후에 이전 방침을 굳힌 게 아니냐 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분이 윤석열 대통령 안보실 출신이라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 이런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

대통령실은 ″육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홍범도 장군을 끌어들여서 ′이념 전쟁′을 키웠다고 볼 측면도 있는 거 아닙니까?

◀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라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게 안보실장 설명인데요.

사실 윤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 어느 정도 의중이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 28일)]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입니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입니다.″

가깝게는 육사에 흉상을 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역사관을 ′친 공산주의′로 몰아세우면서, 자유민주세력 대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대결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육사나 군의 뿌리를 해방과 건국 이후로 한정 짓는 모습도 보이는데, ″독립운동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지만, 결국 임시정부보단 해방 후 정부 수립에 무게를 두는 ′뉴라이트 역사관′이 신념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 앵커 ▶

′이념′을 중시한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어쨌든 ′역사적 사실′이 뒷받침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념′을 내세워서 홍범도 장군을 문제 삼으려다 보니 무리한 부분도 많이 보였거든요.

◀ 기자 ▶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내면서 ′공산당에 가입했고 독립군 학살에 연관된 의혹이 있다′고 했었는데요.

정작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도 홍 장군의 ′자유시 참변′ 개입은 확인된 게 없고, 오히려 소련과 협력한 것을 독립운동을 위한 활용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지는데 국방부는 계속 ″학계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요.

역시 공산주의인 남로당에 가입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는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나라를 잃고 독립운동을 했던 홍범도 장군의 이력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방 이전에 숨진 홍범도 장군이 북한 정권 수립이나 한국 전쟁과 관련 없다는 건 여권에서도 강조하는 거고요.

여권 안에서 ″도대체 왜 교과서와 싸워서 이기려고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태 강원지사는 아예 더 나가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을 준 건 그때 자료가 미흡해서 몰라서 그랬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습니다.

◀ 앵커 ▶

네, 신수아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신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