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은초

수갑 풀고 달아난 피의자‥경찰은 "석방했다" 거짓 보고

입력 | 2023-09-12 20:26   수정 | 2023-09-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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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충북 음성의 한 파출소에서 가정 폭력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수갑을 풀고 달아났다가 아홉 시간 만에 붙잡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담당 경찰관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피의자를 석방했다면서 거짓으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은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일 새벽, 순찰차 두 대가 도로 곳곳을 샅샅이 훑고 다닙니다.

같은 지점을 반복해서 돌아다니고, 지나가던 택시를 멈춰 세워 일일이 승객 얼굴도 확인합니다.

경찰이 찾고 있는 건 가정폭력 현행범으로 체포된 30대 남성.

앞서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된 뒤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요구했고, 경찰관이 한쪽 수갑을 풀어주자, 남은 손을 수갑을 빼고 달아났습니다.

[인근 상인 (음성변조)]
″(경찰이) 빨간 티셔츠 입은 사람 못 봤냐고, 여기 안 들어왔냐고… 들어온 사람은 없거든요.″

파출소에서 빠져나온 피의자는 골목이 많은 길 안쪽으로 달아났는데요.

이곳에서 불과 1km 정도 떨어진 본인의 집에서 다시 붙잡혔습니다.

도주 9시간 만에 붙잡힌 피의자는 경찰서 지원 인력까지 20여 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진 사이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의 수갑을 풀어줬던 40대 경찰관은 도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피의자를 석방해 줬다고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피의자가 달아난 지 7시간이 지나서야 파출소장을 포함한 보고 라인에 도주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이 경찰관은 내부 감사에서 ″어차피 석방할 피의자라 관리에 소홀했다″며 ″징계를 우려해 도주 사실을 감추려 거짓 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출소장 (음성변조)]
″우리 파출소에서 이런 사례가 발생해서 죄송하고요. 앞으로는 우리 직원들한테 철저하게 교육을 시켜서…″

충북경찰청은 이 경찰관을 팀장 직위에서 해제하고 함께 근무했던 다른 경찰관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은초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준(충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