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뉴스데스크
엠빅뉴스
14F
정치
사회
국제
경제
문화
스포츠
뉴스데스크
남효정, 조국현
[단독] 지방의회 '관광지' 일색 해외출장‥"의원은 놀아도 나가 놀아야"
입력 | 2024-06-26 20:22 수정 | 2024-06-26 21:17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이 지난 2년간, 세금 240억 원을 써가며 천 번 넘게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갔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저희가 출장지 정보를 모두 확보해 분석을 해봤습니다.
출장마다 목적은 다 달랐지만, 지역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지방의원들이 가장 많이 간 곳은 어디였을까요.
남효정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밤거리를 가득메운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과 요란한 음악소리.
수많은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어 일본 최대 환락가로 꼽히는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초.
지난달, 인구 소멸 대응과 도시 재생 방안 등을 찾겠다며 일본에 간 경기도 안산시의회는 방문 일정에 이곳을 넣었습니다.
[경기 안산시의회 관계자 (음성변조)]
″상권이라고 알고 있어서 그 주변에 주차시설 같은 것도 좀 벤치마킹을 하려고‥(실제로는) 안 간 거 같은데‥″
지난 2월, 대게자원 관리와 지방소멸 방안 등을 찾겠다며 일본을 방문한 경북 영덕군의회 방문 일정에도 이곳이 등장합니다.
[손덕수/경북 영덕군의회 의장]
″처음에 우리가 유흥가인 줄 몰랐는데, 유흥가라 해서 우리가 일정을 취소해 버렸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목적을 내세우며 해외 연수를 다녀온 지방의회 의원들.
대체 어디를 갔다 온 건지 지난 2년간의 방문지를 모두 모아봤습니다.
먼저 나라별로 살펴봤는데요.
지도에서 붉은 색이 진하게 표시될수록 의원들의 방문횟수가 많은 나라입니다.
가장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나라, 일본입니다.
2년 동안 전국 각 시·군·구의회에서 모두 177번 방문했습니다.
96번 방문한 독일과 싱가포르가 공동 2위였고, 호주·프랑스·중국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모두 해외 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나라들이죠.
중요한 건 그 나라의 어디를 가서, 무엇을 배웠느냐일 텐데요.
그래서 방문지도 더 세분화해봤습니다.
먼저 지방의회 의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일본에서 방문 1위를 차지한 곳.
바로 오사카성입니다.
오사카 관광의 필수코스죠.
총 21차례 방문했고요.
2위는 어디일까요.
교토를 대표하는 관광지 청수사입니다.
3등 역시 오사카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도톤보리입니다.
그럼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많이 방문한 나라인 독일도 살펴볼까요.
지방의회 의원들이 독일에서 가장 많이 간 곳, 프랑크푸르트 여행의 중심인 뢰머광장입니다.
그다음으로 중세시대 성인 ′하이델베르크 고성′, 산책로로 유명한 ′철학자의 길′이 공동 2위를 차지했습니다.
역시 하나같이 대표적인 관광지들입니다.
관광지를 찾아간 의원들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해당 지역의 기관 한두 곳을 방문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지역의 관광업 비중이 낮은데도 관광산업 등을 살핀다며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7박 9일 출장을 간 강원도 양구군의회.
외유 논란을 의식한 듯 관광도시 론다에서 시의회를, 세비야에서는 농식품협동조합을 방문했습니다.
[조돈준/강원도 양구군의회 의장]
″(앞으로) 안보 관광이나 관광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러 간 거고. <그럼 양구군이랑 좀 상황이 비슷한 접경 지역에 있는 관광지를 가셔야 맞는 거 아닌가요?> 그게 입맛에 딱 맞게 그렇게 준비된 것도 아니고요.″
일정 내내 대놓고 관광지만 들른 의회들도 있습니다.
수변공간 조성방법 등을 배운다며 프랑스 파리로 6박 8일 출장을 간 전북 완주군의회.
방문 일정을 보니, 루브르 박물관과 몽생미셸 등 유명 관광지로만 꽉 차 있습니다.
[이경애/전북 완주군의회 부의장]
″<만경강이랑 세느강이 좀 유사점이 있었나요?> 유사점은 좀 없는 것 같은데, 도시에 강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
이렇게, 현지 기관 방문 하나 없이 오직 관광지만 일정에 넣은 의회는 17곳에 이릅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이관호 / 영상편집: 허유빈 / 자료조사: 최은지·여승현
◀ 앵커 ▶
이런 외유성 해외 출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 지방의회는 해외 출장 전, 외부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 2년간, 천 건이 넘는 심사 중 심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단 1건뿐이었습니다.
이어서 조국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대구 달서구의회 김해철 의장.
지난달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국외공무출장′을 다녀온 달서구의원들의 ′음주 연수 파문′에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출장 간 의원들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부터 시작해 연수 기간 내내 음주를 즐겼습니다.
[김해철/대구 달서구의회 의장]
″의장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의장석을 내려온 김 의장, 취재진을 만나고는 말이 바뀝니다.
[김해철/대구 달서구의회 의장]
″개선이 많이 됐습니다. 국외공무출장 심사위원회를 통해서 계획대로 추진됐습니다.″
출장 계획이 심사를 통과한 만큼 문제 될 건 없다는 얘기입니다.
당시 심사위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출장지와 달서구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질문부터, ″방문 기관 섭외가 아직도 하나도 안 됐다″, ″일반적인 관광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등 질타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결과는 ′4대2 가결′.
비판은 소수 의견으로 묵살됐고,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 해외 출장은 결국 ′음주 파문′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지난달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를 방문하기로 한 충북 단양군의회의 계획서를 살핀 한 심사위원.
″호주까지 가서 오페라하우스·하버브리지 안 갈 거냐. 좋은데가 많은데 정말 안 갈 거냐″고 거듭 묻더니, ″외부 비판 등 피해의식 갖지 말고 당당하게 가라″고 부추깁니다.
지난해 11월, 광주 남구의회의 4박 5일 대만 출장 계획을 점검한 한 위원은 ″의원들은 놀더라도 나라 밖에서 놀아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검증은커녕, 아예 ′외유′를 독려하는 현실.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예견된 일입니다.
의장이 지명한 사람, 또는 전직 공무원이나 유관기관 단체장 등 지역의 이해 관계자들이 심사위에 발탁됩니다.
[박찬형/부산참여연대 총괄본부장]
″야박하게 심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누가 반대를 한다 하면 소문이 나고 이러니, 최종적으로는 잘 열심히 다녀오시라‥″
지난 2년간 심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출장이 취소된 건 지난해 6월 호주·뉴질랜드를 방문하려 한 부산 북구의회, 단 한 곳뿐.
관광지 방문 일색인 데다, 부산 시내 다른 기초의회와 일정이 유사해 여행사와의 유착 등도 의심된다는 이유입니다.
[박찬형/부산 북구의회 출장심사위원]
″도저히 이제 용인할 수 없다. 경종을 울려야 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부결 결정을 했습니다.″
심사위가 마지막 견제 장치 역할을 못하는 사이 해마다 백억 넘는 세금이 나라 밖에 뿌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환·윤종희(대구) / 영상편집 : 안윤선 / 자료조사 : 도윤선 강태영 안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