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원이 ″산사태 기초 조사만 부실하지 않았다면 28명의 희생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도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 산사태가 덮친 건 새벽 2시 30분쯤이었습니다.
[산사태 피해 주민(지난해 7월, 음성변조)]
″15m를 떠내려가다 보니, 나무가 있더라고. 나무에 걸려서 붙잡고 ′사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어.″
마을 전체가 폐허로 변했고, 특히 주택 2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26명 사망, 2명 실종.
전례를 찾기 힘든 산사태 인명피해의 원인으로 산림당국은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적 폭우를 꼽았습니다.
정말, 폭우가 28명의 목숨을 앗아간 걸까.
2019년 산림청은 산사태 예방 사업의 첫 단계인 산사태 취약지 기초조사를 산림조합에 맡겼습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방댐 같은 사방사업 대상지가 결정될 예정이었습니다.
산림조합은 급한 대로 일본의 토사재해 방지법을 준용해 산지와 50m 거리에 있는 민가 12만 6천여 곳을 일단 추려냈는데, 이 중 11만 6천여 곳, 약 92%가 17개 광역 지자체 중 10곳에 몰려 있다는 이유로 7만 개 가까이를 아무런 기준도 없이 임의로 빼버렸습니다.
경북은 2만 2천 곳이 우선 조사 지역이었지만 1만 5천3백여 곳이 순식간에 조사에서 배제된 겁니다.
[임봉근/감사원 산업 금융 감사국 제2과장]
″산림조합 변명은 ′지역 균형을 맞춘다. 너무 경북 등 10개 지자체의 기초조사 대상이 선정되니까 좀 지역별로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런 식으로 변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엉터리 조사는 지난해 인명 피해의 단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특정 지자체에 몰려 있다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6만 9천여 곳 가운데는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도 포함돼 있었던 겁니다.
[산사태 피해 주민(지난해 7월, 음성변조)]
″빗물이 내리치니까 (토사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와자작하면서 이렇게 된 거에요. 상상을 못 해요. 너무 무서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