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재욱

집주인 통장인 줄 알았는데‥'이름'만 같은 단체 통장

입력 | 2024-08-14 07:32   수정 | 2024-08-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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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집주인 이름의 통장으로 임대 보증금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집주인 계좌가 아니었다면 황당하겠죠.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재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기 오산시 다가구 주택에 전세 거주 중인 문 모 씨는 지난 6월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집주인이 전세 거래를 중개한 업체를 고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 모 씨/전세사기 피해자 (음성변조)]
″(임대 보증금을) 입금시키신 분 통장이 이거는 집주인 통장이 아니고 모임(단체) 통장′이라고. 저는 깜짝 놀라서 그 사실을 알았죠.″

예를 들어 집주인 이름이 정아현이고, 계좌 명의도 정아현이라 의심 없이 송금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아름답고 현명한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인 <정아현>의 단체 통장이었던 겁니다.

문 씨는 계약 당시 건물 등기부 등본과 등기상의 집주인 신분증까지 다 확인했기에 피해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는 문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문제의 부동산 중개업체는 오산시 일대 다가구 건물 여러 채를 위탁 관리했는데 건물마다 건물주 이름에 맞춰 단체통장을 만든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를테면 집주인이 우태연이면 ′우리나라 태극기 동호회 연합′, 박인송이면 ′박달동 인사동 송이버섯 요리 연구 모임′ 노치영이면 ′노래로 치유하는 사람들의 영구 모임′으로 삼행시 짓듯 단체명을 만든 겁니다.

세입자들이 따지자 업체는 건물주 이름을 딴 단체통장을 만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업체 관계자/지난 4월 (음성변조)]
″여기서 (건물주가) 만든 건 아니고 동아리 모임(단체) 통장으로 해서, 저희가 그 이름으로 해서 관리용으로‥″

이들은 건물주에게는 월세 계약을 맺었다고 해놓고, 세입자와는 전세 계약을 한 뒤 그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해당 업체가 건물주들과 수십 명의 세입자들에게 현재까지 수억 원대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