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민욱

천왕봉 바위에 새긴 '항일'‥울분 담긴 바위글

입력 | 2024-08-14 07:35   수정 | 2024-08-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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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국립공원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 아래에서 정확히 100년 전 8월, 일제강점기에 새겨진 바위글씨가 발견됐습니다.

일제를 물리치자는 내용이 담긴 글이었는데요.

김민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리산 천왕봉 아래에서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바위를 살피고 있습니다.

폭 4.2미터, 높이 1.9미터의 바위에는 모두 392개의 글자가 확인됐습니다.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석각, 바위글씨입니다.

이 바위글씨는 지리산에서 1800년대 후반 의병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권상순 의병장의 후손이 2021년 처음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국립공원공단에 조사를 요청해 탁본과 3차원 스캔을 한 결과 일제강점기 일제 침략을 물리치길 염원하는 내용으로 확인됐습니다.

바위글씨를 해석한 연구진은 천왕봉의 위엄을 빌어 오랑캐, 즉 일제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석기/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
″′(천왕봉이) 천왕이 계시는 곳이니까 문명이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 문명을 잃지 말고 지켜나가면은 오랑캐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글을 쓴 사람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른 기록이 남아있는 문인 묵희이며, 글을 새긴 사람은 권륜입니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24년 8월 1일 새겨졌습니다.

[송형근/국립공원공단 이사장]
″국립공원은 자연 자원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국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국의 국립공원에서는 근대 이전의 이런 바위글씨가 모두 194개 확인됐습니다.

이중 지리산에는 모두 31개가 있으며, 천왕봉 주변에는 이번에 확인된 바위글씨를 제외하고 3개가 더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