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성아

"갈아입을 옷도 없어요"‥힘겨운 대피소 생활

입력 | 2025-03-28 19:56   수정 | 2025-03-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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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그럼, 대피소 상황은 어떨까요?

산불은 꺼져가고 있지만 피해를 입고 대피한 이재민들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고령자들이 많아서 집을 떠나 대피소에서 지내는 데 더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박성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이십 년 전 예기치 못한 화재로 집을 잃고 다시 지은 집.

융자까지 받아 이제는 타지 말라고 벽돌로 튼튼하게 지었지만 완전히 타 뼈대만 남았습니다.

[김영순/영덕군 축산면]
″이 동네 다시 발 들여놓고 살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네 다시는 발 못 들이지 싶다.″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었습니다.

[조분숙/영덕군 축산면]
″아무것도 못 들고 나왔지. 이것만 들고 나왔지. 이거 약가방만.″

면사무소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생활한 지 나흘째.

이불, 속옷 등 생필품이 부족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영호/영덕군 축산면]
″이불도 없었고. 왜 안 추웠어요. 많이 떨었어요. 여기 어른들 다.″

가장 규모가 큰 대피소도 환경이 열악하긴 마찬가집니다.

″이 대피소엔 보시다시피 텐트 하나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탭니다. 이재민들은 그동안 이 얇은 돗자리 하나에 의지해 잠을 자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병을 앓고 있는 고령자들이어서 막막한 대피소 생활이 더욱 힘겹기만 합니다.

[황태연/ 영덕군 영덕읍]
″잘 못 걸어서 억지로 지팡이 짚고 이렇게 걷고 화장실에 얘도 붙잡고 가고… 아프니까 서럽습니다.″

[이순희/영덕군 지품면]
″나는 당뇨에다 혈압에다 고지혈증까지 있는데 약이 다 타버려서…″

이번 산불로 영덕에서 불에 탄 주택은 9백여 채.

대피소에 남아 있는 주민만 8백여 명에 이릅니다.

[김말남/영덕군 지품면]
″막막하지 뭐. 대책도 안 세워주고. 이래서 어떻게 살아나가나 눈물만 자꾸 나지.″

경북도가 제공할 조립식 주택도 입주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예정이어서, 힘겨운 이재민 생활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 박주원(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