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늦둥이 아빠의 유서‥"현대제철이 모든 삶 망쳤다"

입력 | 2025-07-04 20:30   수정 | 2025-07-0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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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제 곧 4살 생일을 맞는 늦둥이의 아빠, 고 이재문 씨는 현대제철에서 일하다 숨졌습니다.

강제 전보, 상사의 괴롭힘, 반복된 승진 탈락 끝에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재문 씨가 남긴 유서엔,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작년 10월 21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39살 이재문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서의 첫 문장.

″현대제철에 와서 모든 삶이 엉망이 되었다.″

[전 직장 관계자(음성변조)]
″좋았어요. 사이도 좋고. <업무적인 면에서는?> 되게 잘하셨어요. (현대제철에) 스카우트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협력사에서 현대제철로 이직한 건 2018년.

꿈꿔왔던 대기업 연구직 생활은 두 달 만에 끝났습니다.

[현대제철 동료 (음성변조)]
″연구원으로 뽑힌 거였는데 갑자기 ′품질팀 인원을 보내야 되니까 가.′ ′너 갈래, 말래?′가 아닙니다. ′너 가야 돼.′″

낯선 업무보다 더 힘들었던 건, 사람이었습니다.

[조문방/고 이재문 씨 아내]
″파트장이, 이제 아무래도 업무를 모르니까 많이 혼내는 것 같다. 인신공격도 하고.″

″하던 일과 너무 다르고, 학벌과 영어 성적 없다고 무시당함.″, ″회사 사람들과 먹기 싫어 점심 굶는 중.″.

재문 씨가 정신과를 오가는 동안, 파트장은 팀장으로 승진했고 괴롭힘도 심해졌습니다.

[현대제철 동료(음성변조)]
″4명이 실장님을 찾아갔죠. 팀장을 바꿔주든지 아니면 팀을 전부 다 옮겨주든지 조치를 해달라.″

하지만 조치는 없었고, 팀원 6명 중 2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기숙사 영상통화]
″아빠 바이바이. 아빠 보고싶어? <응, 아빠.> 응.″

늦둥이 아들을 둔 재문 씨는 쉴 수도, 관둘 수도 없었습니다.

이 팀, 저 팀 강제발령에 치여 4년 연속 승진 누락.

[이재문/2024년 1월, 동료와 전화 통화]
″나로 찍었대. 세 번을 물어봤거든. ′왜, 나 안 가면 안 되냐, 꼭 가야 되는 거냐고.′″

76회에 걸친 정신과 진료도 약점이 됐습니다.

[김경락/유족 대리 노무사]
″사내에서 정신과 치료받는 인물이라는 게 오히려 소문이 나서, 또 그것조차도 되게 괴로워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죽고싶지 않다.″는 절규로 끝맺은 유서까지 나왔지만, 현대제철은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조문방/고 이재문 씨 아내]
″장례식에서 보고 그게 끝이었던 것 같아요. ′산재는 자기들이랑 전혀 무관, 상관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거든요.″

그로부터 8개월 만에 이 씨의 죽음은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습니다.

부서 이동, 상사와의 갈등, 반복된 승진 탈락까지.

이 모든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악화시켜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제철은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을 존중하며, 근무환경과 조직문화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