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인

"물막이판도 소용없어"‥잠긴 집에 밤 지새운 반지하 주민들

입력 | 2025-08-14 20:14   수정 | 2025-08-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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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제 서울 은평구에는 한 시간에 10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저지대 동네에 있는 반지하 가구들이 특히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집집마다 미리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양수기도 구비해뒀지만, 모두 역부족이었던 겁니다.

이재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제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에 반지하 다섯 가구가 모두 잠겼습니다.

냉장고가 둥둥 뜨고, 옷가지도 전부 젖었습니다.

[주민]
″행주로 대충 닦아놨는데 이 정도예요. 이게 일반 물이 아니에요. 이거 한번 보세요.″

얼마나 복구가 됐는지 찾아가 봤습니다.

삽으로 쉬지 않고 물을 퍼내 보지만, 언제 마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송자/주민]
″계속 퍼도 나와요. 어디서 나오는지 자꾸 물이. 참 기막힌 사연이야.″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벽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선풍기를 계속 돌려보지만 잘 마르지도 않습니다.

[최경자/주민]
″여기가 물이 이렇게 됐어요. 너무 눈물 나는 거야. 너무 가슴 아프네.″

계단 아래로 내려가 보니 빗물이 무릎 높이까지 들어찹니다.

현관 문 유리창도 깨져버렸습니다.

[주민]
″어제 낮부터 한 11시경 됐을까. 그때부터 계속 빼고 있는 거예요. 전자제품이니 뭐니 기계, 기구 등이 많이 들어있는데‥″

골목 곳곳에 이렇게 집 안에서 젖은 물건들이 나와 있습니다.

지금도 들어보면요, 이렇게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구청이 설치해 준 물막이판도, 집집마다 들여놓은 양수기도 모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주민]
″이 위로 넘어온 거예요. 물이 다 차서 물이 넘어온 거예요.″

어제 오전 11시 1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 은평구 일대에 내린 비는 103.5밀리미터.

하루 강수량의 절반 정도가 정오 무렵에 집중됐던 겁니다.

저지대 마을이 순식간에 침수됐는데, 그중에서도 반지하 주택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서울 은평구에서만 3백 건 이상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2백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집을 떠나 임시 숙소에서 밤을 지새야 했습니다.

MBC뉴스 이재인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나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