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고재민

[제보는 MBC] 매달 2만 원씩 어디로?‥외국인 유학생의 청약통장

입력 | 2025-08-25 20:29   수정 | 2025-08-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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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죠.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새 주택청약통장에 가입된 유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한 유학생의 한국인 친구가 제보해 왔는데요.

고재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어학당을 다니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의 우리은행 계좌입니다.

8월 4일, 자신의 주택청약통장으로 2만 원이 자동이체됐다고 나옵니다.

이번이 7번째, 지금까지 14만 원이 빠져나간 겁니다.

[중국인 유학생]
″′은행에서 매달 2만 원씩 빼 가고 있다′고 친구가 말해줬어요. 너무 놀랐어요.″

올해 초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었는데, 이때 주택청약통장이 개설된 겁니다.

한국어도 아직 서툰데, 1순위 조건이나 가점제 같은 청약 개념은 알까요?

[중국인 유학생]
″′주택′에 대해 무언가 얘기했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한국어를 몰랐으니까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서명했죠.″

이런 유학생은 더 있었습니다.

같은 어학당 친구들끼리 확인해 봤더니 과테말라와 멕시코에서 온 유학생도 매달 2만 원씩 우리은행 청약통장에 납입해온 겁니다.

[멕시코인 유학생]
″한국에서는 계좌를 개설하려면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죠.″

하나은행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이 대학원생은 지난해 3월 자기 명의로 청약통장이 개설됐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은행 계좌를 만들러 갔더니 은행원이 대부분 한국어로 설명하면서, 영어는 주로 서명하라고 할 때만 했다고 했습니다.

[레아/프랑스인 유학생]
″대부분의 영어는 ′여기 서명하세요, 번호 여기요, 이름 여기요, 서명 여기요′ 이런 거였어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유학생들에게 주택청약통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습니다.

또 ″청약통장은 만기가 없어 중도해지해도 이자율이 좋아 권유한 것이지 강제로 가입시킨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우리은행은 ″환율 우대되는 상품이라 외국인들한테 더 유리하다″는 설명도 내놨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유학생들 말과 다릅니다.

[강형구/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단기 유학생들은 국내에서 청약할 일이 없는 거 아닙니까. 적합성 원칙에 벗어나는 거 아닙니까. 실적 위주로 판매하다보니 이런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나…″

금융감독원은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면 설명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전효석, 정영진 / 영상편집: 임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