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구나연

계엄 해제 가결됐는데 "더 기다려보자"‥공소장 속 '내란 방조' 정황

입력 | 2025-09-01 19:59   수정 | 2025-09-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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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한덕수 전 총리의 계엄 전후 행적은, 그동안 한 전 총리가 국민들에게 말했던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았고,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미리 챙겼고, 국무위원들을 채근했고,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도, 2차 계엄 시도 앞에서 시간까지 끌었단 게 특검 수사로 드러났는데요.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했지만 왜 한 전 총리가 구속돼야 한다고 특검이 판단했는지, 구나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리포트 ▶

계엄 선포 당일 저녁 8시 40분쯤, 윤석열 전 대통령 호출을 받고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보다 먼저 와 있던 김영호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차례로 문건을 건네받았습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담화문, 포고령 제1호, 그리고 관련 지시 사항이 적힌 문서까지 총 세 건의 문건을 받았다고 파악했습니다.

절차상 문제를 우려하며 의사정족수를 채워 국무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한 것도 한 전 총리였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은 정족수까지 남은 숫자를 손가락으로 세어 보이며 국무위원들을 재촉했고, 한 전 총리는 송미령 농림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더 빨리 오라″고 채근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위법한 계엄이 선포되고,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건네는 모습과, 단전·단수 조치를 하달받은 이상민 전 장관에게 ′전화하라′며 손짓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면서 미리 받아둔 문건을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다시 확인하기도 했고, 이상민 전 장관과 단둘이 남아 문건을 같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16분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결의된 후에도 수상했습니다.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하고 직접 통화해 보시라″며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총리님밖에 없다″고 건의하는데도, ″조금 한 번 기다려보자″며 묵살했습니다.

이 무렵 윤 전 대통령은 2차 계엄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한 시간가량을 지체하던 한 전 총리는 새벽 2시, 정진석 당시 비서실장으로부터 ″해제 절차를 진행해야 하니 국무위원을 소집해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국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앞서 법원은 한 전 총리 행적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평가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습니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 영상편집: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