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문다영

[단독] '3일에 3백만 원' 캄보디아행‥"피싱 소굴 끌려가 고문당해"

입력 | 2025-09-01 20:17   수정 | 2025-09-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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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달 캄보디아 경찰이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을 급습해 한국인 10여 명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수가 높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일하러 갔지만, 공항에서 나온 직후 끌려가 고문까지 당하면서 범죄로 내몰렸다는데요.

먼저 문다영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20대 여성 디자이너 김 모 씨는 지난 7월 인터넷에서 구인광고를 봤습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간판 제작할 한국인 디자이너를 찾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보수는 사흘에 3백만 원.

고수익이라 찜찜했지만, 전문성에 의심을 접고 덜컥 비행기를 탔습니다.

″포트폴리오가 60장이 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냥 누가 봐도 이 사람은 딱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자신을 ′새라′라고 소개한 여성이 캄보디아행 비행기표도 사 보냈습니다.

하지만 프놈펜 공항 약속 장소에 새라 대신 한국말을 쓰는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승합차를 타면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제 옆구리에 칼을 들이밀고, 뒤에 있던 남자, 검정색 마스크에 검정색 모자 쓴 사람이 제 목을 조르게 돼요. 그래서 ′너 여기 다 알고 왔지 않냐′ 하면서…″

어딘가로 끌려간 김 씨는 여권 등 소지품과 통장에 있던 1,800만 원을 뺏겼고, 며칠이나 맞았다고 합니다.

″전기 지짐이도 계속하고 이제 걸어 다닐 정도로까지만 고문을 하고,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엉덩이가 터질 때까지 계속 때렸거든요.″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김 씨는 보이스피싱 작업에 투입됐다고 합니다.

최근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사칭 사기와 비슷합니다.

″저한테 대한적십자사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취약계층한테 이제 커튼을 좀 공급을 하려고 하는데 혹시 뭐 거실 창 기준으로 좀 달고 싶은데 얼마 정도 하시냐…″

김 씨는 이때 받은 휴대폰으로 남자 친구에게 메시지를 몰래 보냈습니다.″

′제발 찾아달라, 한국 경찰이 와야 한다′는 절박한 구조 신호였습니다.

″나 지금 납치됐어 그러니까 빨리 살려줘 막 하면서.″

김 씨 가족과 남자 친구가 경찰과 외교부 등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지난달 9일 캄보디아 경찰은 캄폿주 보코산의 한 건물을 급습해 김 씨를 구출했습니다.

김 씨 말고도 한국인이 13명 더 있었습니다.

이들은 현지 경찰 조사에서 ″좋은 일자리라고 해서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며칠 전에 자고 일어났을 때도 엄마한테 ′여기 한국 사람들은 어디 갔냐′고 하면서 막 아직도 캄보디아에 있다고 생각을 한 거예요.″

김 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문다영입니다.

영상취재: 이원석 / 영상편집: 박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