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관련해 당시 검찰 지휘부와 수사관들의 증언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늘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서울남부지검 지휘부는 증거인멸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수사관의 실수라고 주장한 반면, 수사관들은 검찰 보고서에 나와 있는 것과 달리, 띠지 등을 훼손하지 말라는 말을 저희는 들은 적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청문회에선, 검찰의 증거인멸과 꼬리자르기란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이혜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전 씨의 집에서 찾은 5천만 원어치 관봉권.
압수 당시 돈은 띠지에 묶여 비닐로 포장돼 있었고, 돈 출처를 추적할 정보가 담긴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띠지와 스티커를 모두 분실했고 감찰도 진행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오늘 열린 검찰 개혁입법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수사은폐 의혹을 재차 제기했습니다.
[김용민/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장]
″이 관봉권 띠지가 2022년 5월 13일, 다시 말해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에 나온 것인데 2018년 사건 수사하다가 갑자기 2022년 튀어나오니까 어떻게든 빨리 덮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남부지검 지휘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의원-이희동/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차장)]
″<당시 최재현 검사가 증거인멸 지시를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압수수색 넉 달이 지난 4월, 직원이 현금을 세다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고, 경위를 확인해 대검에 보고도 했다는 겁니다.
감찰은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팀의 사기 등을 고려해 미뤘을 뿐이라고 입장입니다.
당시 검찰총장은 심우정 전 총장이었고 남부지검장은 신응석 전 검사장이었습니다.
[이희동/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김용민/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장]
″(당시 신응석 지검장이) 대검에 관봉권 폐기 상황을 보고했다는 것 하나, 그다음에 ′수사에 집중하자′라는 내용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조직적으로 덮자′ 이 얘기를 하고 계신 겁니다.>″
당시 관봉권을 센 걸로 지목된 압수물 보관 담당 수사관은 한 달에 1천 건의 압수물이 들어온다며 ′원형을 보존하라는 지시′까지는 기억나지만 관봉권도, 띠지 분실 경위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정민/서울남부지검 수사관]
″지금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저게 띠지가 둘러싸여서 왔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남경민/서울남부지검 수사관]
″보고서 내용에는 띠지와 관봉권을 훼손하지 말라고 수사팀에서 얘기를 했다고, 세 번이나 얘기를 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저희는 그런 말을 들은 바가 없었습니다.″
지휘부 중 한 명인 신응석 전 검사장은 오늘 청문회에 보이지 않았는데 법사위에서 주소불명이라며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해 출석 의사가 있었는데도 출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검이 지난달 22일 남부지검 수사관들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현재 정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