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홍의표

"더는 나 같은 사람 없어야" 오랜 '검찰 피해자'의 바람

입력 | 2025-09-05 20:13   수정 | 2025-09-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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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MBC는 검찰개혁이 왜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검찰권 남용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막강한 권한을 독점한 검찰의 폐해를 들여다보겠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탈북민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 씨는 지난 2013년, 돌연 검찰에 의해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유우성/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2014년 3월)]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하루빨리 건강이 안 좋은 아버지와 동생과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검찰이 과거 자신들이 기소유예했던 사건으로 다시 재판에 넘기며 사실상 보복에 나선 겁니다.

[유우성/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검찰의 잘못을 적나라하게 이렇게 드러낸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거는 정말 순간이거든요.″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내려진 결론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

검찰이 유 씨에 대해 의도를 갖고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했다는 거였습니다.

끝내 누명을 벗었지만 7년 넘게 이어진 수사와 재판 속에 유 씨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울증과 공황 장애로 병원 신세를 졌고, 일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유우성/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제 인생이 있거든요. 제일 귀한 30대를 거의 수사기관에다가 시간을 다 뺏겼어요, 저는‥′사건의 피해자′가 저의 직업이었어요.″

검찰이 누군가의 삶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피해자의 호소.

직접 원하는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이, 이를 재판에까지 넘길 권한을 독점한다는 점과 무관치 않습니다.

검찰의 비대한 권력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3년 3월)]
″지금까지 검찰이 소신껏 하겠다, 그야말로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 말했는데 이때까지 못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2017년 5월)]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견제 없는 칼자루를 쥔 검찰은 번번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습니다.

때로는 집단행동으로, 때로는 정권을 조준한 ′정치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저항했습니다.

개혁의 바람이 불 때면 수장이 ′직을 걸고 막겠다′며 옷을 벗는 일도 수차례였습니다.

[윤석열/당시 검찰총장(2021년 3월)]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또 여러분들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접대액 ′4만 원′이 모자라 술 접대를 받고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검사들에게, 검사가 휴대폰까지 반납해 가며 영부인을 ′황제 조사′했냐는 비판에 검찰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번만큼은 ″자신과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할 결과로 이어지길 오랜 ′검찰 피해자′는 바라고 있습니다.

[유우성/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더 이상 피해가 일어나지 않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이 마지막 조작 사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김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