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재인

'폭염 고물가' 무료급식소‥"반찬 하나 더 줄여"

입력 | 2025-08-01 07:41   수정 | 2025-08-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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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취약계층의 한 끼를 책임지고 있는 무료급식소는 폭염이 길어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식재룟값이 크게 올라 어쩔 수 없이 반찬 수를 줄였다고 하는데요.

이재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 노원구 주택가에 있는 허름한 건물.

18년째 운영 중인 무료 급식소입니다.

비좁은 실내에 금세 조리 열기가 가득 찹니다.

[신인자/서울 노원구 무료급식소 봉사자]
″땀이 얼마나 나는지 몰라요. 요즘에 날씨가 이렇게 더워요.″

코로나로 실내 급식을 중단한 뒤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 도시락을 나눠줍니다.

거동이 불편한 이웃에게는 직접 배달도 합니다.

″도시락 배달 왔습니다. <고마워요.>″

[이명자/무료급식소 이용 주민]
″사례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사는 게 그러니까 그렇진 못하고 감사하게 잘 먹고 있어요.″

이른 아침, 서울 종로에 있는 또 다른 급식소.

화물차에 가득 실린 채소 상자를 내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열흘 치 식재료를 정리하기가 무섭게, 다음 끼니 준비로 숨돌릴 틈이 없습니다.

″지금 시각 11시 반 정도 됐는데요.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 속에서도 급식소 앞에는 이렇게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불볕더위 속에서 무료 급식소에 걱정이 하나 늘었습니다.

크게 오른 농산물 가격 때문입니다.

[자광명/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자]
″올해가 더 폭염이 더 심한 것 같아. 그러니까 이제 뭐 난리야. 시장 가보니까 물건도 없고, 야채 썩는 냄새만 퍽퍽 나고…″

배춧값은 한 달 새 75%, 수박은 43%나 껑충 뛰었습니다.

하지만 후원은 그대로여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광명/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자]
″상추가 우리가 평소에는 비싸야 2만 5~6천 원에 (사 와서) 썼는데 오늘 장에 가 보니까 한 상자에 5만 원이라고 그래서 내가 두 상자밖에 못 샀어.″

반찬 가짓수도 줄였다고 합니다.

[신인자/서울 노원구 무료급식소 봉사자]
″반찬 한 가지 줄이고. (예전에는) 세 가지 막 네 가지도 준 적도 있고…″

봉사자들은 말 못 할 미안함이 부쩍 커졌습니다.

[장종욱/서울 노원구 무료급식소 관리이사]
″기부나 후원을 해주면은 그래도 어르신들한테 질 좋고 여러 가지 혜택을 줄 수가 있는데 그런 혜택을 줄 수가 없어요. 그런 게 너무 안타깝고…″

MBC뉴스 이재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