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곳곳에 박혀있는 미사일이 군사시설만 공격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거짓 주장을 입증합니다.
전쟁이 불러 온 비극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전투기 소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폭격을 받은 집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어디로든 도망쳐야 합니다.
″뛰어!″
다급한 시민들은 우선 폭격을 피할 수 있는 지하 시설에 몸을 숨겼습니다.
[블라다/우크라이나 마리우풀 주민]
″죽기 싫어요.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지하철역은 거대한 방공호가 됐고 운행을 멈춘 열차 안에도 사람들이 빼곡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총동원령을 발표해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군에 입대하게 된 아빠는 어린 딸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합니다.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인접 국가로 넘어가는 피난민 행렬도 급증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국경에서 취재 중인 이용주 특파원으로부터 현지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이용주 특파원]
(Q1. 지금 국경지대 상황이 어떻습니까?)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된 뒤로 국경지대의 상황,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는데요. 사실 러시아 침공 이전까지는 어찌 보면 좀 평온한 일상이 반복되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러시아 침공 이후에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제 뒤로 경찰차 검문검색 강화가 됐고요. 이 국경지대에 들어가려는 차량 행렬이 저렇게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경 검문소를 오가는 차량들 통행량 자체가 굉장히 늘어난 상황입니다. 그리고 차량 통행뿐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오는 피난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피난민들의 지인들이 피난민들을 마중 나가기 위해 또 검문소로 몰리고 있거든요.″
(Q2. 지금 피난민이 굉장히 많다고 했는데 혹시 반대로 우크라이나 영토 안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은 없습니까?)
″저희가 좀 신기하게 봤던 건 도보, 걸어서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던 반면에 검문소 도보 통행로를 지켜보니까 걸어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또 굉장히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저 인파는 뭐지 생각에 들어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왜 들어가는지를 물어봤는데 대부분 남성들이었거든요. 그분들 대답은, ′러시아가 쳐들어오지 않았냐.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중이다′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우크라이나에서 국가 총동원령을 발령하지 않았습니까. 그 동원령에 응해서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는 시민들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Q3.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지금 전방위적 공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애초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 때만 해도 설마 그렇겠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하겠냐. 이런 분위기가 좀 팽배했었거든요. 그래서 이쪽, 서쪽 국경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전쟁위기,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 질문을 했을 때는 ′설마 전쟁을 하겠냐. 안 그럴 것이다′라는 대답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의 침공이 이뤄지자 사람들은 한마디로 패닉 상황입니다. 그래서 동부, 중부, 남부, 사방에서 러시아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쪽 서부 국경 쪽으로 피난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5. 나홀로 전쟁
이렇게 이웃나라들이 난민 수용에 나섰지만, 침공전만해도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도운 우방국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2014년 크림반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에 지대공 미사일 등 방공 시설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러시아가 도발할 우려가 있고, 첨단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며 거절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방공무기가 없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최신 미사일과 전투기 공격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NATO는 우크라이나 영토내 직접 파병에 선을 그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우리군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싸우기 위해 유럽으로 가는 게 아니고 나토 동맹들을 방어하고 안심시키기 위해 가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싸워줄 수 없다는 겁니다.
미국과 NATO의 병력은 폴란드, 루마니아, 독일 등 주변 국가에 배치됐을 뿐입니다.
단 하나의 동맹도 없는 우크라이나는 결국 16살에서 60세 남성들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리고 외로운 싸움에 나섰습니다.
6. 결사항전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는 강력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리의 독립을 지킬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방위군 남군과 여군에 모두 영광을!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남부의 작은 섬 ′즈미니′의 국경수비대 13명은 러시아군의 회유를 단호히 거부하고 버티다 전사했습니다.
[러시아군 - 우크라이나 즈미니 국경수비대]
″(우리는 러시아 군함이다. 무기를 내려놔라. 안 그러면 폭격하겠다.) 러시아 군함에 말한다. 꺼져라.″
우크라이나 해병 볼로디미로비치의 영웅담도 SNS를 통해 퍼졌습니다.
러시아 탱크부대를 막기 위해 헤니체스크 다리와 함께 자폭해 우크라이나 군이 방어할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특히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까지 소총을 들고 나섰습니다.
[페트로 포로셴코/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병사와 미사일 핵무기를 갖고 있든 상관없다. 그는 결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 군의 제거 목표 1순위인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전지대로 피신시켜 주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내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나라를 지킬 것입니다. ″
7. 자원 입대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속전속결하겠다던 러시아의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침공 사흘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잠시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결렬됐습니다.
협상 결렬 후 러시아는 다시 키예프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키예프의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 시설까지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자원병 모집에 남녀노소 수천명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입대 자원자]
″전 알루미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싸우러 갑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 때문에 키예프 등 북부에서 러시아군이 사흘째 고전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키예프를 점령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게릴라전 등 거센 저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 주요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