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곽승규

[스트레이트] 강대국 사이에 낀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입력 | 2022-02-27 20:53   수정 | 2022-02-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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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어디까지 뻗칠지 정말 걱정입니다.

◀ 김효엽 ▶

전쟁은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죠.

사실 러시아 침공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미국이 공개 경고를 보내고, 우크라이나 바로 옆 폴란드에 파병까지 했는데도, 막지를 못했어요.

◀ 곽승규 ▶

네, 침공이 시작되자, 미국은 즉각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경제제재에 나섰습니다.

고강도 제재이지만,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당장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1. 나토에 반발한 푸틴

푸틴 대통령은 공습 전인 지난 21일 1시간의 대국민연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최근 몇 년간 훈련을 구실로 나토 군대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지속적으로 존재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였고, 러시아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배신하고 친서방정책을 펴고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빠른 확장 때문입니다.

1999년 동유럽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나토 회원국이 됐고, 2004년엔 라트비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7개 국가가, 2009년 이후에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와 북마케도이까지 차례로 나토에 가입했습니다.

나토에 둘러싸인 러시아의 안보불안은 극대화됐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가입하려 하자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나선 겁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첫번째는 추가 NATO 확장을 방지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동맹이 러시아 국경에 타격 무기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2. 러시아의 군사력

러시아의 과감한 군사행보는 사실상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입니다.

구 소련 붕괴로 약화됐던 군대를 재정비하고 징병제와 함께 모병제를 도입해 직업군인 중심의 현대화된 군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또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2천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는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과 언제 어디서든 핵자원을 전개할 수 있는 육해공 전략핵무기.

여기에 미국보다 많은 핵탄두 6천2백여기가 더해져 가공할 군사강국으로 재무장한 겁니다.

[신성호/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튼튼한 군사력을 키워서 힘으로만 우리가 우리의 그걸 보여줄 수밖에 없다라는 그러한 계산이 있었던 것 같고요. 얼마든지 푸틴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충분히 있습니다. 군사력을 증강시킬 만한.″

군사력 강화를 위해 드는 막대한 돈은 에너지 자원 수출로 충당했습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 세계 1위국이자 세계 3대 산유국입니다.

마침 2000년 푸틴의 집권 이후 고유가 시대가 열렸고 푸틴은 에너지 자원 수출로 쌓인 막대한 부를 군사력 강화에 쏟아부었습니다.

구 소련 붕괴이후 이빨빠진 호랑이라는 조롱을 받아왔던 러시아가, 다시 군사 초강국으로 부활한 겁니다.

[홍완석/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
″푸틴이 2000년도에 집권했는데 집권 이후에 운이 좋게 유가가 올라가서 경제가 고도성장을 했었죠. 그때부터 이제 브릭스의 일원으로서 러시아가 회자되기 시작을 했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이제는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는데″


3. 경제 제재

차근차근 준비를 마친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하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러시아의 돈 줄을 묶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러시아로 들어가는 첨단제품을 차단하고, 대형은행, 나아가 푸틴과 측근들의 해외 재산도 동결했습니다.

오늘은 러시아 은행을 국제 은행간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 이른바 스위프트 망에서 빼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안재빈/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러시아 은행을 통해서 무역이나 금융 결제가 일어나는 것을 다 원천 봉쇄한다 이런 뜻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바이든]
″제재는 시간이 걸립니다. ′제재가 내려졌으니 물러나야겟어′ 푸틴이 그렇게 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4. 지켜지지 않은 약속

애당초 서방세계와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우크라이나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1991년 소련 연방에서 독립할 때 만해도 우크라이나는 군사력 세계 4위,

옛 소련이 남기고 간 핵탄두만 170여 개를 가진 핵보유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서방의 경제지원을 받기로 결정합니다.

바로 1994년 맺어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입니다.

핵을 내놓는 대신 독립과 안전은 미국과 러시아, 영국이 보장해준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번 침공에서 보듯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우크라니아도 손을 놓고만 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기자, 러시아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토가입을 추진했습니다.

국민들의 지지속에 2019년에는 나토 가입을 헌법에 명문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걱정한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의 일원으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홍완석/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
″그러니까 이것은 강대국의, 힘이 없으면 강대국 위세에 휘둘리고 국익이 침식당하고 안보 위기를 초래한다는 아주 냉철, 냉혹한 국제정치적 현실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는 사건 아니겠어요.″


5. 바이든 vs 푸틴

전장은 우크라이나지만,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건 결국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담판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하겠다며, 이는 한번도 본 적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쉽게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전쟁에 계속 머무르는 과거의 실수를 저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미국의 갑작스런 철군 결정으로 열흘만에 수도 카불은 다시 탈레반에 함락됐습니다.

미국에 협조하던 현지인 상당수는 그대로 탈레반의 손에 붙잡혔습니다.

[나렌더 싱하 칼사/아프가니스탄 국회의원]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아프간의 상황은 몇 세대에 걸쳐 아프간에 살아온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것이에요. 모든 게 끝났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서유럽 국가들, 즉 나토를 통해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고 회원국들은 미국의 동맹 보호 의지를 의심하게 됐습니다.

만일 이번에도 그냥 물러선다면 미국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자칫 미국 중심의 굳건한 서방 동맹체계도, 패권국가 미국의 위상도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겁니다.

전쟁 개입을 반대하는 미국내 압도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신성호/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그동안 미국이 잃어버린 신뢰, 지도력을 여기서까지 그냥 넘어가면 더 완전히 이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신뢰와 지도력이 유럽 나토 지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훼손될 수 있다, 손상을 입을 수 있다라는 그 우려가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고.″


6. 해법은 중립화?

이달 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핀란드화′ 해법을 내놨습니다.

2차 대전 이후,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던 핀란드가 선택했던 길입니다.

당시 핀란드는 소련을 위협하는 나라에 영토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고, NATO에도 가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소련은 핀란드의 정치적 자율성을 보장하고 내정 불간섭을 약속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으로 등장한 핀란드화는, 우크라이나 역시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교류할 수 있는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