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심각한 건 삼표가 1호 사고로 주목을 받았을 뿐이지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행 한 달 만에 화학공장, 건설현장 등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9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15명에 달했습니다.
◀ 김효엽 ▶
더구나 숨진 노동자의 대부분은 원청 소속이 아니라 외주 업체 소속이거나 일용직이라고 하더군요.
◀ 박진준 ▶
중대재해법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 넘기는 걸 막자, 이런 취지도 담겨 있는데요.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죠, 이 문제 역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 여천 폭발 사고
(여천NCC 폭발 사고)
눈발이 휘날리는 공장 담벼락 앞에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전남 여수 산업단지에 위치한 여천 NCC 3공장.
지난달 11일 이곳에서 50일 된 아기를 둔 아버지와 30대 청년 등 4명의 노동자가 폭발사고로 숨을 거뒀습니다.
[여천NCC 사고 유가족]
″(아기가 태어난 지) 50일째 되는 날 남편이 사고가 난 거예요.
여천 NCC는 대림과 한화가 5대5로 지분을 투자해 만든 회사, 벤젠과 톨루엔 등 각종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이 공장에서는 열교환기 세척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열교환기는 화학물질을 만들 때 생기는 열을 식히는 온도 조절 장치로, 내부에는 고압의 수증기가 흐릅니다.
사고당일 세척을 마치고 열교환기의 압력을 높이는 시운전을 했는데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현장관계자 / 11일 데스크]
″서서히 (압력이) 샜으면 문제가 없죠. 그 순간 압력을 많이 받은 상태에서 ′빵′ 터져버린 거죠.″
충격으로 무게가 1톤이 넘는 열교환기의 철제 덮개가 20미터 가량 날아가 그대로 주변에 있던 노동자들을 덮쳤습니다.
(노후한 장비와 허술한 안전 관리)
규정대로라면 이런 폭발에 대비해 방호벽이 설치돼 있어야 했지만 없었습니다.
세척후 압력을 올릴 때 최소인원만 남으라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8명이나 사고를 당한 겁니다.
[김민수/ 일용직 플랜트노조 조합원]
″고위험 작업으로 나와 있어요. 작업 자체가 먼저 방어벽을 쳐야됩니다. 사람들 다 빠져라하고 그냥 한두 사람만 확인하는 거거든요. 근데 한꺼번에 여덟 분이 같이 이렇게 (사고를 당했다)그랬다는 얘기는 공정에 대한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판단이고요.”
게다가 폭발한 열교환기 덮개는 1987년 생산돼 30년 넘게 사용한 노후한 장비였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교체 요구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외주 노동자 몫)
사고현장에 있던 8명 가운데 7명은 외주업체 소속이었고, 그 중 6명이 일용직이었습니다.
이 일용직 노동자 중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은 겁니다.
[김정환 / 여수산업단지 플랜트노조 지회장]
″일용직이다보니 또 이 말을 안 들으면 다음에 또 다른 현장에 가서 취직이 안 되기 때문에 또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입니다. 분명히 저기 이상이 있다. 안 되겠다. 거부를 못 해요. 솔직히 그렇게 거부를 하게 되면 다음 현장에 또 이 회사 쪽으로나 다른 회사 쪽으로 좀 들어가기가 힘들어요.″
사측은 작업 관련 지침서가 다 마련돼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여천NCC 관계자]
″왜 그렇게 (피해자가) 많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저희들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서요. 지금 과학 수사에서 계속 수사를 하고 간 상황이라서 저희들도 답을 드릴 수도 없고 그렇습니다.″
위험한 일은 하청에 떠넘겨지고, 그래서 하청업체 직원이 목숨까지 잃은 일은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8일, 요진건설이 짓고 있는 경기도 판교의 빌딩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던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장 관계자 / 데스크 8일]
″엘리베이터 설치 중이죠. 작업하는 사람이 그걸 타고 작업을 할 거예요.″ (엘리베이터 자체가 추락한 건가요?) ″그런 거 같은데요.″
설치 작업을 하던 중 승강기가 갑자기 18m 아래 지하 5층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비상 정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공을 맡은 회사는 업계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
그런데 숨진 2명은 현대엘리베이터 소속이 아니라 외주 업체의 대표와 직원이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요진건설로부터 승강기 공사를 따낸 뒤 승강기 제품만 공급하고, 설치는 소규모 외주 업체에서 맡아 하는 구조였던 겁니다.
[00 승강기 설치업체 대표]
″현대나 예를 들어 TK나 오티스나 미쓰비시나 이런 데 직영 설치팀이 거의 없어요. 다 외주입니다.″
여기에 사고를 당한 설치 업체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당초 계약했던 업체도 아니었습니다.
[당초 계약된 설치업체 직원]
″우리 쪽에 해달라고 현대에서 요청을 해서 진행이 됐다가 이제 우리가 그거 말고도 그 근처에 현장이 너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