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손병산

[스트레이트] 영업이익률 32.4%의 비밀

입력 | 2022-03-20 20:38   수정 | 2022-03-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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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손병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국민간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가) 자주먹는 ′치킨′ 이야기를 준비했죠?

◀ 허일후 ▶

통계를 보니까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먹는 닭이 15마리가 넘더라구요?

◀ 손병산 ▶

네, 4인 가족이라고 치면, 매주 한마리 이상 먹는 셈인데요. 전국에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만 8천 곳이나 됩니다.

◀ 김효엽 ▶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겠죠. 그래서 창업 1순위라지만, 어려움을 겪는 ′치킨집 사장님′들도 많지 않습니까?

◀ 손병산 ▶

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매출의 30%가 넘는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보시겠습니다.


국내 치킨 시장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격돌하는 전쟁터입니다.

매장이 가장 많은 브랜드는 전국 1,78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BBQ.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교촌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익을 가장 많이 남기고 있는 곳은 이 두 회사가 아닙니다.

매장수와 매출 모두 2위인 bhc입니다.

2017년 2천3백억원대였던 bhc의 매출은 3년 만에 70% 이상 가파르게 성장하며 4천억원을 돌파해 교촌을 턱밑까지 추격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영업이익입니다.

매출 1위 교촌과 3위 BBQ의 영업이익은 4~5백억원 수준.

반면 bhc의 영업이익은 이 두 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1천3백억원에 달합니다.

무려 32.4%의 영업이익률.

주 재료가 닭인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영업이익률은 2~3배 높은 겁니다.

30%대 영업이익률은 미국의 애플이나 우리나라의 네이버, KT&G처럼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에서나 가끔 찾아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비결은 뭘까.

bhc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임금옥 / bhc 대표(2020년 5월 21일. 출처 : CEONEWS TV)]
″(가맹)본부가 맛있는 메뉴를 광고·홍보·마케팅을 충분히 해주면 이제 가맹점의 역할이 그 다음에 이제 가맹점의 역할입니다. 본부와 가맹점의 역할을 충실히 했던 게 작년에 우리 매출의 고성장에 주원동력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가 만난 가맹점주들은 ′가맹점 덕분′이라는 말이 다르게 다가온다고 하소연합니다.

[bhc 점주A]
″애들하고 놀 시간도 없고, 그냥 계속 일만 하는 거예요. 가족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보시면 저희는.″

가맹점을 쥐어 짠 덕분이라는 겁니다.

[bhc 점주B]
″옛날에 (한 달에) 3천만 원 팔 때랑, 지금 3천만 원 팔 때랑, (이익으로 남는 돈은) 거의 한 2~3백(만 원) 차이 나는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를 받고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광고-판촉활동을 하고, 가맹점은 이런 브랜드를 등에 업고 영업을 하는 모델입니다.

가맹점은 닭고기, 기름, 반죽에 들어갈 양념 등의 필수물품도 본사로부터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어느 지점에서든 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임금옥 / bhc 대표]
″본사의 조리 매뉴얼대로 맛있게, 전국 어디서나 통일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맛있는 조리가 되어야 하고요.″

최근 들어선 이 필수물품 유통이익이 가맹비를 제치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수익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예를 들어 닭고기 원육을 5천 원에 들여와 가맹점에 6천 원에 팔면 본사는 중간에서 1천 원을 남기는 겁니다.

업계에선 이 유통수익을 ′차액가맹금′이라고 부릅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bhc 가맹점의 매출에서 본사가 가져가는 차액가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8%.

경쟁사보다 4%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가맹점 한 곳당 1년에 9천 8백만원이 bhc의 이익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bhc는 지난해 3월 양념소스 등을 시작으로 10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까지 6차례 재료 값을 인상했습니다.

[권정훈 / 창업·브랜드 마케터]
″소스라든지 무라든지 아니면 업소 전용 콜라라든지, 그것 외에도 박스, 포장지 되게 여러 부분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납품을 받아야 하는 그런 구조다 보니까, 한 마리 파는데 500원만 차이가 나도 하루에 50마리면 2만5천 원이 차이가 나는 거예요. 그러면 2만5천 원이라는 거는 30일을 영업을 한다고 기준했을 때 거의 70만 원 정도 순이익에서 차이가 나는 거죠.″

BHC는 재료값 인상에 대해 ′공급 가격 인상 요소를 본사가 감내할 수 없다′, 그러니까 재료값이 올라 본사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bhc는 8년 만에 치킨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달래기에 나서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51개 핵심 품목 가격을 최대 14.5% 인상했습니다.

15kg 해바라기유 한 통 가격은 9만원까지 올라갔습니다.

다른 업체의 해바라기유보다 30%이상 비쌉니다.

[bhc 점주A]
″작년까지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마진도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돼서 (치킨값을) 올려주니까 ′조금 낫겠구나′ 생각했는데, 거기다 대고 또 식용유값 이런 걸 너무 많이 올려버리니까, ′똑같다′ 이런 느낌이 드는 거죠.″

bhc 측은 영업이익률과 차액가맹금에 대한 스트레이트의 질문에 ″MBC PD 수첩과 소송 중인 사건이 진행 중이며, 그와 비슷한 건으로 판단되어 정중히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만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재료비 부담을 좀 줄여달라′고 요구할 순 없을까?

2015년 bhc 가맹점을 연 진정호 씨를 만났습니다.

[진정호 / bhc 가맹점주]
″제가 배달하고 이 사람(부인)이 튀기고 하니까 나름대로 좀 더 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죠. 그래서 제가 뭐 1년 안에 거의 매출의 30~40%를 더 이상을 하니까 보듯이 이렇게 상을 주더라고요.″

평범했던 동네 치킨집 사장님의 삶은 2018년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으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당시 점주들은 ′본사가 닭고기값에 광고비를 포함시켰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또 ′해바라기유가 시중보다 비싼 건 아닌지 마진을 공개하라′고도 요구했습니다.

이 활동에 앞장서면서 진 씨는 계약 해지를 당했습니다.

영업을 못하게 된 건 물론이고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그리고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형사고소까지 당했습니다.

[진정호 / bhc 가맹점주]
″민사 10억이죠, 손배소(손해배상소송)를 당했고, 형사고발을 당해서 관할(경찰)서에서 한 12시간 정도 조사를 받고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형사고발은 고등법원에서까지 무혐의(무죄)로 처리 끝난 거고‥″

지난한 소송 끝에 다시 가게 문을 열 수 있게 됐지만, 그 사이 기존 가맹점주협의회는 사실상 와해됐습니다.

[진정호 / bhc 가맹점주]
″그 해(2018년) 6월에 한 1천5백만 원의 회비가 걷혔거든요. 굉장히 힘이 있었죠. 근데 지금 현재는 10만 원도 안 들어오는 상태니까 거의 박살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본사에 밉보여 물품 공급이 중단되면, 다시 물품 공급을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최소 두 달은 영업을 못하게 됩니다.

[이주한 / 변호사]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소송 하나 두 개가 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가맹점주, 그것을 당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막상 몇 달간 수익도 없고, 그리고 소송이 처음이기 때문에 변호사도 선임하고 뭐 그걸 대응하는 과정에서 거의 뭐 자기 삶이 무너지는 것 같은 그런 경험을 대부분 하게 되시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있을 재계약까지 고려하면, 이제는 어떤 점주도 선뜻 나서기 여럽게 된 겁니다.

[이주한 / 변호사]
″가맹본부 측에서 좋지 않게 보는 가맹점주의 경우에는 (기본 계약기간) 10년이 지난 다음에는 이제 보호할 수 있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가맹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 bhc 점주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올리겠다는 본사의 통보에 미리 ′2백 통, 3백 통을 사재기하는 게 현실적인 대응책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건비라도 줄여보려고 주문이 드문 시간에는 문을 닫아놓고 싶지만, 하루 영업시간 12시간, 한달 휴무일수 이틀이라는 본사의 권고 아닌 권고에 묶여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bhc 점주A]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열었는데 바로 내용증명서 날아오는 거죠. 그걸 받는 순간 ′어, 이거 뭐지?′ 이렇게 되면 내가 벌써 한 5, 6천(만 원)씩 투자했는데 이거 계약 해제 돼버리면 저는 계약 해지되면 내 돈이 날아가버리는 거니까‥″

BHC 가맹점 폐점률은 8.02%.

소형 프랜차이즈보다는 낮지만 치킨 업계 빅3 중에서는 가장 높습니다.

경쟁사보다 문을 닫는 ′사장님′들이 많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