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손병산

[스트레이트] 치킨은 누구를 살찌웠나

입력 | 2022-03-20 20:56   수정 | 2022-03-20 21:00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허일후 ▶

물론 사모펀드 인수가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부실했던 경영이 효율화되고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 김효엽 ▶

네, 하지만 사모펀드의 단기적인 수익 실현을 위해서, 가맹점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선 안되겠죠.

◀ 허일후 ▶

지금까지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들여다 봤는데요, 손 기자, 치킨의 원재료인 닭고기, 그러니까 육계시장도 취재를 했죠?

◀ 손병산 ▶

네, 요즘 웬만한 브랜드 치킨 값이 한마리에 2만원을 돌파했습니다.

◀ 허일후 ▶

그러니까요, 좀 부담스럽기도 하더라고요.

◀ 손병산 ▶

앞서 프랜차이즈 본사는 치킨값 인상은 재료비, 그러니까 닭고기 값 등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해명을 했는데요. 육계 시장을 취재해보니,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 김효엽 ▶

아 그래요? 어떤‥

◀ 손병산 ▶

닭고기 생산, 가공업체들이 12년간 가격 담합을 해온 걸로 공정위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가족소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사주일가의 배를 불리는 행태가 계육, 치킨 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공정거래위원회가 16개 닭고기 신선육 업체에 1,7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무려 12년 동안 닭고기 가격을 담합해온 게 확인됐습니다.

[조홍선 /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담합기간 동안 총 60차례에 걸쳐 통분위 회합 등을 개최하여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생산량, 출고량 등을 합의하고, 상호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독려하거나 담합으로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분석하고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달걀을 폐기하고 병아리를 죽여 닭 개체수를 조절하거나, 일부러 닭고기를 냉동 비축하면서 시장에 풀리는 공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닭고기 가격을 밀어올렸습니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하림.

그런데 두 번째로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의 이름은 좀 낯섭니다.

′올품′.

바로 하림 창업자 김홍국 회장의 아들 김준영 씨가 100% 소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국내 닭고기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이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했다′는 사업은 현재는 지주사인 하림지주 아래 닭고기 전문 하림, 돼지고기 사업을 하는 선진, 해운선사 팬오션 등이 있는 자산 규모 13조, 재계 순위 31위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하림지주 위로 또 회사가 있습니다.

앞서 등장한 ′올품′과 올품의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입니다.

명목상 지주사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건 김홍국 회장의 아들 회사인 ′올품′인 셈입니다.

이 ′올품′은 지난해 공정위의 또다른 조사에도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때문입니다.

김홍국 회장은 지난 2011년 아들 준영씨에게 ′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습니다.

이후 하림 계열 양돈농장 5곳이 동물 약품을 올품을 통해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단가는 시중가보다 14% 더 비쌌습니다.

하림 계열 사료회사 3곳도 올품을 통해 사료 첨가제를 구매했습니다.

[이창민 /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그게 소위 말하는 ′통행세′죠. 이런 것들을 막 그 올품이라든가 취하고, 그 다음에 100% 장남(김준영 씨)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 장남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며 ′올품′의 매출은 갑자기 껑충 뛰었고, 준영 씨는 가치가 오른 올품 지분 일부를 유상감자 형식으로 처분해 증여세를 내는데 썼습니다.

[육성권 /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2021년 10월 27일)]
″하림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올품을 지원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을 위해 병렬적으로 행해진 일련의 지원행위입니다.″

일감 몰아주기와 가격 담합을 발판으로 하림 그룹 2세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 의결서를 받아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 중이며, 법적 대응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가족회사 통행세 문제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업계 빅3를 뒤쫓는 중견 업체인 네네치킨.

지난 2015년 소스를 공급하는 협력 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특정 회사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도록 압력을 넣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원재료 공급 회사는 계약 불과 넉달 전에 네네치킨 현철호 회장의 아들 명의로 만들어진 법인이었습니다.

심지어 당시 현 회장의 아들은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네네치킨 점주(통화)]
″원부자재도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가지가 되는데 그 수십 가지의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데가 한 군데가 아니거든. 여러 군데일 건데 // 참는다기보다 아예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 거죠. 지금 장사하기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파헤칠 여력도 없고, 방법도 알 수가 없는 거고.″

네네치킨의 미심쩍은 거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네네치킨 가맹점들은 대인계육유통이라는 곳에서 필수품목인 닭고기를 공급받습니다.

대인계육유통의 감사보고서.

2020년 565억 원 매출에 13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인데, 50억 원을 배당했습니다.

배당금을 받은 주주는 누구인지 봤습니다.

네네치킨 현철호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역시 ′가족회사′라는 뜻입니다.

[이창민 /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실질적으로 가맹 업주들한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도 굉장히 높고요, 그래서 큰 문제가 있죠. 예를 들어 3만 원을 사줄 걸 5만 원을 사준 거면 그 2만 원은 총수의 주머니로 들어가지만, 그 2만 원은 누군가가 지불을 했다는 게 너무 명확하잖아요.″

결국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건 검찰 수사 끝에 배임 혐의가 적용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벌금 17억 원이 선고됐습니다.

네네치킨 측은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다음달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족회사에도 일감을 몰아줬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권정훈 / 창업·브랜드 마케터]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들(본사)이 세세하게 알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알려줄 의무도 사실은 없죠. 근데 다만 조금 아쉬운 거는 분명히 유통하는 그 과정에 있어서 이익이 남을텐데, 과연 그게 진짜 합리적인 유통이 이뤄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