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서유정

[스트레이트] 장애인에도 '갈라치기'? 거침없는 이준석

입력 | 2022-04-03 20:35   수정 | 2022-04-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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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만 ▶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스트레이트 진행을 맡은 김주만 기자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김주만 ▶

대선이 끝난지 한달이 다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선인보다 오히려 더 언론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며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는 장애인 단체와 치열하게 맞서고 있죠.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습니다. 특유의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도 숨기지 않습니다. 수위도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요. 서유정 기자 이 문제 취재하셨죠.

◀ 서유정 ▶

네, 출근길 지하철 승객들의 불편 어느정도는 불가피하겠지만요 시위를 바라보는 생각도 저마다 다를 겁니다.

◀ 허일후 ▶

그런데 이제 곧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실 분이 일방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도 상당하더라고요.

◀ 서유정 ▶

하지만 이 대표는 꿈쩍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먼저 하루가 멀다하고 장애인 단체와 벌이는 설전을 정리해봤는데요. 놀라운 건 이 대표가 예전에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는 겁니다.



사흘 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난데없이 울려 퍼진 축하곡의 주인공은 누굴까.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우리의 친구 이준석 당대표님 생일 축하합니다.″

이날 생일을 맞은 이준석 대표와 연일 설전을 주고 받는 장애인 단체의 항의 집회.

고깔 모자를 쓴 참가자들은 케이크를 들고 국민의 힘 당사로 행진했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집권 여당이 되실 대표님으로 함께 소통하고 통합하는 정치를 기대합니다.″

″야, 너네 뭘 잘 하는데 출근시간에 왜 자꾸 그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은 작년부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26차례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시민들과 부딪히면서 이렇게 타는 것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싶습니다.″

잇단 시위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포문을 열기 시작한 건, 지난달 25일.

[이준석 (SNS / 대독)]
″서울 지하철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공세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습니다.

[이준석 (SNS / 대독)]
″중단하지 않으면 불법 시위를 공개적으로 제지하겠다.″

′좀 지나치다′는 여론에도, 이 대표는 더욱 거칠어졌습니다.

[이준석 (SNS / 대독)]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고 있다″ ″전장연은 독선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이렇게 SNS에서 10차례나 맹공을 퍼붓더니, 당 공식회의에 나와선 ′비문명적′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쏘아붙였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참다 못한 전장연은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사실도 왜곡된 방식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는 이준석 대표님께 공당의 대표님이신데 사과하시라고 좀 전달…″

이 대표는 이것도 거절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2022.3.29)]
″′어떻게 장애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느냐′ 성역화죠. ′어떻게 볼모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느냐′ 그런데 볼모라는 표현이 관용적인 표현인데 이게 무슨 문제입니까. 전혀 사과의 대상이 될 수가 없고요.″

그런데 이 대표가 원래부터 전장연과 얼굴을 붉히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당 대표로 뽑힌 지 두 달여 만인 지난해 8월.

이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을 화두로 전장연 회원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스트레이트>가 확인한 당시 대화록.

[회원 (대독)]
″장애 당사자들은 이동이 어렵다 보니 차별이 많습니다.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

[이준석 (대독)]
″대선 공약에 당차원에서 주안점을 가지고 달려들면 좋은 게 있는데 그게 이동권이었습니다.″

요즘과는 달리 매우 호의적입니다.

개인적 경험까지 꺼내가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대독)]
″미국에서 대학 다니면서 1년 선배 중 휠체어 타신 분이 있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우리나라와 다른 양태를 봐왔습니다. 논의하고 싶습니다.″

이동권을 개선할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자, 선거만 이기면 가능하다며 호언장담합니다.

[회원 (대독)]
″가장 반대하는 부분이 기재부. 돈을 내야 하니까요.″

[이준석 (대독)]
″저희가 기재부 혼내는 방법은 대선 성공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당대표 주안점은 이동권입니다.″

이후 반 년여가 흘렀고 진짜 대선에 이겼는데도, 그는 완전 딴사람이 됐습니다.

약속대로 이동권을 개선하는 건 관심 밖이고, 시위 방식을 비판하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 같은 경우 100% 설치를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94% 가까이 설치가 됐고, 도대체 뭘 위한 투쟁이냐는 거죠.″

곧 집권할 야당 대표의 거침 없는 질주에 힘입었는지, 온라인에선 익명의 그늘에 숨은 장애인 비하와 혐오가 넘쳐납니다.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정치의 본질이 다양한 사회 갈등을 하나로 이렇게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약간 혐오의 정치를 조장하는 그런 경향을 보여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정치권은 일제히 이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자판만 두드릴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하실 것을 촉구합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 혐오와 갈라치기를 당장 중단하고 책임있게 사과하십시오.″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릅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2022.3.29)]
″비난의 화살을 장애인들에게 돌리기에 앞서 장애인들의 입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 ″′정치는 약자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정책과 행정을 합리와 효율 논리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인공지능 AI에 정치를 맡기면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인인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은 지하철 시위에 참여해 무릎도 꿇었습니다.

[김예지 / 국민의힘 의원]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적절한 소통을 통해서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정치권을 대신에서 제가 대표로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