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우크라이나로 이목이 쏠린 상태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도 영향을 줬고요‥
◀ 곽승규 ▶
네, 이번 전쟁 이후 상황을 보면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응도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허일후 ▶
그래도 세계 유명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줄줄이 철수를 하고, 금융 제재 때문에 러시아가 국가부도 위기다‥그런 이야기까지 들리는데요
◀ 김주만 ▶
대표적으로 구소련 개방의 상징인 맥도날드가 러시아에서 철수했잖아요. 마지막 영업일엔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렸다는 뉴스도 본 기억이 있어요.
◀ 곽승규 ▶
네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요 국가별로 러시아 제재를 두고 미묘하게 다른 입장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국가들의 모임인 G20.
당사자인 러시아를 빼고 제재에 참여한 나라는 10곳, 빠진 나라는 9곳입니다.
제재에 동참한 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입니다.
특히 이번 전쟁을 계기로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를 매개로 한 미국과 유럽 국가간의 연대는 한층 끈끈해졌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들어간 결과 그가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럽, 유럽연합, 그리고 G7의 주요민주주의 국가들과 같은 단결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자국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무려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탓에, 러시아와 관계 악화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터지기 전 우크라이나에 방탄헬멧 5천개만 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독일은 180도 달라집니다.
러시아와 직접 연결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2′ 사업을 중단하고, 국방비를 100조 원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올라프 슐츠 / 독일 총리]
″앞으로 우리는 매년 GDP의 2% 이상을 국방에 투자할 것입니다.″
이탈리아, 폴란드, 덴마크도 나란히 국방비 증액을 선언했습니다.
[제성훈 /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
″(미국은) 러시아하고 러시아의 침공 일자만 계속 예고했을 뿐이지 실제로 러시아를 어떻게 하면 회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어요. 이걸 보면 유럽 국가들이 뭘 생각하겠습니까. 미국만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죠. 자체적인 무장을 해야 되고 오히려 유럽 내에서 유럽의 안보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책임지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사우디, 터키, 브라질 등 9개 나라는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재원 / 국민대학교 유리시아 학과 교수]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반감으로 모든 국가들이 상당 부분 (제재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무반응인 경우도 있고요. 침묵을 지키는 경우도 있고. 많은 국가들이 다시 한번 중·러뿐만 아니라 중남미와 남아시아와 중동과 아프리카에 있는 많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다시 한번 자기네끼리 또 뭉치는…″
대표적인 친미국가 사우디는 왜 제재를 모른 척하는 걸까.
여기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8년 일어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자말 카슈끄지 / 사우디 언론인]
″자비로운 독재라는 건 없습니다. 독재는 애초에 자비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왕가 독재에 비판적인 인물이었던 그는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배후로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됐습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 사건을 정면으로 문제삼았습니다.
[장지향 /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바이든 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정부거든요. 출범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또 직접적으로 지목을 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이 반정부 언론인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일이 어떻게 지금 일어날 수가 있느냐라고 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의 비민주주의적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 콕 집어서 비판을 했죠.″
실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중국 시진핑 주석 방문을 추진하는가 하면 푸틴 대통령과도 통화해 현 정세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원유 공급량을 늘려달라는 미국의 요구도 외면했습니다.
왕정 국가인 사우디로선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미국보단,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는 흐름입니다.
대신 미국은 권위주의 세력의 대표격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른바 민주 진영의 동맹국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했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삼성, 현대, SK, LG… 여기 자리에 계신지 모르겠는데, 잠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그러면서 투자에 감사하다는 말도 세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리는 함께 대단한 일을 할 겁니다.″
미국은 반도체와 2차 전지, 희토류, 바이오 사업 이렇게 4개 분야를 첨단 안보 산업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기업이나 믿을만한 동맹국의 기업들이, 미국 안에서 이들 분야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속셈입니다.
미국은 IPEF라는 이름의 새로운 대규모 자유무역협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뺀 인도태평양 지역 10여 개국으로 구성될 IPEF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안보 동맹으로 발전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도 참여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안재빈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아무래도 좀 더 외교적인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 모티브가 됐다고 이렇게 보여지고요. 그런 것들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서 이제 경제 협력까지도 생각하는 건데 어떻게 해야 우리한테 최대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참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들을 이제 지금 각 경제 부처나 관계 부처들에서 지금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 중일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른바 안미경중입니다.
우리는 안미경중을 계속할 수 있을까.
[김연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미국이 적극적으로 첨단 산업에 대해서 국가 안보 문제라고 들고 나오면서 중국에 의존해 있는 어떤 공급망이나 기술 또 무역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미국 쪽으로 가져가려고 지금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으로서는 더 이상 경제는 중국하고 하고, 안보는 미국하고 협력하는 이런 이분법적 구도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 허일후 ▶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주변국들은 치밀한 계산으로 자국의 이익을 쫓고 있습니다.
◀ 김주만 ▶
전쟁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졌지만 한반도의 상황은 무엇 하나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정부와 다음 정부 모두의 협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