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를 창시한 문선명 총재의 부인으로, 문 총재 사후 통일교를 차지한 한학자 총재는 스스로를 ′독생녀′라 칭했습니다.
홀리 머더, 참어머니라고도 했습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가정 축복 57주년 기념 특별알현, 2025년 3월 1일)]
″홀리 머더 한은 그동안 은폐되었던 하늘 어머니다.″
지난해 7월, 통일교가 소유한 세계일보를 찾은 한 총재.
도열한 세계일보 간부들이 열렬히 박수를 보내며 예를 표합니다.
″방문해 주신 홀리 마더 한 독생녀 참어머님께 서신 채로 경배 올리겠습니다. 전체 차렷, 경배. 바로.″
한 총재는 자신이 왜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인지 일장 연설을 늘어놓습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세계일보 방문, 2025년 7월 9일)]
″이 민족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야, 하늘이야. 그 하늘을 말해주는 사람이 ′독생녀 홀리 마더 한′이야. 알겠나? <네.>″
우리나라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를 만든 것도 자기 자신, 절대적으로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세계일보 방문, 2025년 7월 9일)]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있게 된 거는 하늘이 도와서고 실질적으로 독생녀 홀리 마더 한 때문이야. 결론은 나와 하나 돼야 돼.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야. 전 세계의 종교 지도자야.″
역시 통일교가 소유한 언론사 워싱턴 타임즈가 미국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무지한 국민들을 깨우치는 역할에 충실하라고 지시합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세계일보 방문, 2025년 7월 9일)]
″그렇게 미국에 기반을 갖고 있는 홀리 머더 한을 모르는 이 나라 정치인, 백성 좀 깨우쳐 줘라.″
통일교 왕국의 메시아로 군림하며,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과시하던 한학자 총재.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뒤, 한 총재는 권성동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김건희 씨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가방을 건넨 혐의 등으로 특검에 소환됐고, 결국 구속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2025년 9월 22일)]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전달된 거 정말 모르셨어요?> ……″
그리고 윤석열 정권 핵심인사들 뿐만 아니라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 수십 명이 통일교 로비에 연루됐다는 진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통일교와 정치권의 정교 유착 의혹은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 임명찬 기자 ▶
1954년 고 문선명 총재가 만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약칭 통일교.
통일교란 틀 아래 국가와 민족, 인종을 뛰어넘는 세계단일국가 건립을 이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교주 스스로가 재림한 구세주라고 주장하는 등, 주류 기독교에선 사이비 이단으로 규정하지만, 통일교는 지난 시간 세계 곳곳에서 정치 권력과의 깊은 밀착을 통해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키워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대선에선 그동안의 밀착 수준을 넘어,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골적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스트레이트는 먼저 특검 수사와 재판 등을 바탕으로 통일교와 윤석열 정권의 유착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B>■ 尹-통일교의 끈끈한 유착</B>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지난 2022년 2월.
통일교는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협력을 꾀한다며 대규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정치권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진행을 맡았고, 행사의 공동 조직위원장인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 세계적인 인사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은 한학자 총재가 도열한 기수단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는 절정에 이릅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세계의 모든 종교는 종점에 다다랐다 했습니다. 종점에서는 내려야 합니다. 내려서는 우주의 주인 되시는 하늘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참부모와 하나 되는 길 뿐입니다.″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시작으로 수십 명에 이르는 전, 현직 정상들의 축사.
[도널드 트럼프]
″특별히 세계 평화의 대의 실현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헌신하고 계시는 한학자 총재님께 감사드립니다.″
현역 광역단체장들도 축하영상을 보내왔습니다.
통일교의 초청을 받고 내한해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한 마이크 펜스 트럼프 1기 행정부 부통령.
통일교는 펜스 전 부통령과 당시 윤석열 후보와의 면담을 주선했습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퇴임한 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미국 전 부통령을 따로 만난다는 건, 윤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2022년 2월 13일)]
″비핵화를 비롯한 우리 안보와 또 이런 한미 협력에 관한 그런 얘기들을 좀 나눴습니다.″
통일교가 펜스 전 부통령에게 강연료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55만 달러, 당시 환율로 우리돈 7억 원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윤영호 본부장의 통화 녹취록엔 이 만남을 주선한 통일교의 의도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만남 직전인 1월 말, 그는 통일교 간부 이 모 씨와의 통화에서 ″40만 달러든, 50만 달러든 우리가 후원한다 치고 정리하자″며 ″그거를 처리해 줘야 끈끈해지는 거고, 보험을 드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2월 말 통화에선 ″3~4주 전 한학자 총재가 ′Y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 총재가 2월 초쯤 윤석열 후보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윤 후보를 후원하고 끈끈한 관계를 맺기 위해 거금을 들여 펜스 전 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시켰다는 겁니다.
실제 통일교는 신도들에게 윤 후보에 투표할 것을 종용하면서, 이 만남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통일교 서울남부대교구장 진 모 씨가 대선 직전인 3월 4일 신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펜스 전 부통령과 윤석열 후보가 악수하며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윤석열 후보 2번에 사전투표 하자″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투표를 사흘 앞둔 시점, 한학자 총재가 직접 나섰습니다.
한 총재의 발언을 대신 전달하는 통일교 목사의 설교 영상.
한 총재는 먼저 당시 대선이 너무나도 중요하단 점을 강조합니다.
[통일교 천원교회 목사 (한학자 총재 설교 대독, 2022년 3월 6일)]
″이제 대선을 놓고 누가 하늘 뜻을 받들어서 이 민족을 하늘 앞에 책임 할 수 있는 나라로 이끌어 갈 것이냐 5년 연장을 할 것이냐, 앞당길 것이냐를 놓고 여러분이 잘 판단해야 될 것입니다. 알겠어요? <예>″
그러면서 5년 더 하늘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습니다.
[통일교 천원교회 목사 (한학자 총재 설교 대독, 2022년 3월 6일)]
″이 정부(문재인 정부)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5년을 더 하늘이 기다리시게 할 수는 없다′는 얘기예요. 알겠습니까? 최선을 다합시다.″
신도들이 이를 소홀히 여기거나 거부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게 통일교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허호익/전 대전신학대 교수]
″그렇게 동원이 되죠, 그 사람들은. 신천지도 그렇잖아요.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일종의 세뇌되거나 중독이 되기 때문에 그 교주의 말씀을 절대적인 진리로 추종해요.″
통일교의 조직적인 표가 얼마나 되는지는 특검 수사에서 뚜렷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당시 0.73%, 24만7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던 걸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의 청탁을 받고 김건희 씨에게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진법사 전성배 씨.
대선 직후, 그가 한 통일교 간부에게 ″우리가 솔직한 얘기로 은혜를 입었다″며 ″(김건희) 여사님도 그거는 충분히 납득했다″고 말한 녹취가 재판에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또 김건희 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에 너무 애 많이 써줘서 감사드린다″며 ″총재님께 비밀리에 한번 꼭 인사드릴게요″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통일교는 왜 윤석열 당선을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걸까.
지난달 19일 한학자 총재의 4차 공판에서 공개된 통일교 간부들의 회의록.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중이던 2021년 10월, 한 간부는 ″우리 목표는 청와대에 보좌진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두 번째 목표는 국회의원 공천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간부는 ″거기까지 가면 2027년 대권 도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통일교 원로인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과 운영호 전 본부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윤이 당선되는데 도움주겠다고 하면 된다″, ″크게 도우면 크게 요구할 수 있다″며 ″(통일교의) 미·일 기반을 알려주면 영사나 대사도 가능하고, 도움에 비례해 전국구나 공천 요구도 가능하다″라는 글도 보냈습니다.
이에 윤영호 전 본부장은 ″윤석열 후보가 통일교 주최 행사에 참석하고 통일교 정책을 공약화 하면, 1.표수 2.조직 3.재정 지원합니다″라며 ″우리의 실질적 조건은 우리 정책 추진을 위해 정권에 우리 사람을 넣는 것, 푸른집 보좌진과 당에 포션″이라며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통일교는 자신들의 정책 추진을 위해서, 윤석열 후보 측은 통일교 조직의 표와 돈을 지원받기 위해서, 끈끈한 유착을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과의 만남도 이뤄졌습니다.
대선 직후 윤 전 본부장은 윤석열 당선인을 인수위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통일교의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공식 행사에서 밝혔습니다.
[윤영호/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
″제가 3월 22일 날 대통령을 뵀습니다. 1시간 독대를 했습니다. 많은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이 때, 한학자 총재가 준비한 선물을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달했다고 최근 공판에서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밀월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3개월여 앞둔 지난 2022년 말, 통일교가 각 교구에 보낸 메시지.
″민감한 사항이라 개인적으로 몇가지 안내를 드린다″는 말과 함께 국민의힘 당원가입 사이트와 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12개 교구별 참여목표는 330명이라고 적혀 있고, 3차례에 걸쳐 당원 가입 실적을 중간보고 형식으로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오명옥/종교와 진리 대표]
″각 지구, 지구본부로 이제 제출 서류를 다운 받아 가지고 지구본부로 제출하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거죠″
김건희 특검은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신도수가 2달 간 2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엔 대가가 따랐습니다.
특검의 김건희 씨 정당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권성동 의원이 당대표가 되도록 조직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대가로 ′비례대표 후보 추천과정에서 통일교 소속 교인을 포함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권 의원이 돌연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통일교가 당황해하자, ″비례대표는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할 것″이라며 달랬고, 결국 김기현 의원을 통일교가 당대표로 밀기로 했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입니다.
[박상진/김건희 특검보 (2025년 12월 29일)]
″통일교 지도자의 정교 일치 욕망,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대통령 배우자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 해이와 준법정신 결여, 정권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 등이 결합하여 빚어낸 결과로서...″
종교의 힘을 빌려 권력을 차지한 정권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탐한 종교.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유착과 거래로 선거를 통해 실현돼야 할 주권자의 뜻은 왜곡되고 훼손됐습니다.
◀ 임명찬 기자 ▶
통일교는 자신들의 수익 사업을 윤석열 정권에서 실현하려고 했고, 윤 전 대통령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통일교의 숙원 사업인 한일해저터널 건설이 있는데요.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통일교는 오랜 기간 집착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또 광범위하게 정치권과 유착해 왔는데요.
한일해저터널 사업의 실체는 무엇인지, 이를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취재했습니다.
<B>■ 한일해저터널의 이면</B>
대선을 5개월 앞둔 지난 2021년 10월, 통일교가 개최한 ′한일해저터널′ 행사.
연사로 참석한 한 통일교 간부는 이번 대선에서 한일해저터널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당시 천주평화연합 영남 부회장]
″한일해저터널을 입법화하고, 정책화하고, 공약화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우리는 찾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년 3월 달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사업에 현실적인 결정권을 가진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VIP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박○○/당시 천주평화연합 영남 부회장]
″한일해저터널 추진을 위한 ′VIP라인′을 형성할 것입니다. 입법화, 정책화하려고 제안서를 움켜잡고 있는 대통령이나, 도지사나, 시장이나, 도의원들한테 표로 몰아줘야 할 것 아닙니까.″
또 다른 통일교 간부는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정치권 반응을 설명하며 최근 한 대통령 후보 캠프에 정책제안서를 제출했고 좋은 결과가 나올 거 같다고 말합니다.
[박○○/당시 천주평화연합 영남 회장]
″2021년 현 정부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중에 선거캠프에 오늘 아침에 이 정책제안서가 들어갔습니다.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리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일해저터널이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유착, 그리고 조직적 선거 개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일해저터널, 부산에서 일본 규슈까지 230km에 달하는 구간을 바다 아래로 연결하는 사업입니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사이 도버해협의 고속열차 유로스타처럼 섬나라 일본과 한국을 잇겠다는 겁니다.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등 전 세계를 연결한다는, 45년 전 고 문선명 총재가 내놓은 ′국제평화고속도로′ 구상.
[고 문선명/당시 통일교 총재 (1981년)]
″중국 본토를 거쳐 한반도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질러 해저터널을 통해 일본으로 연결되고 일본 섬 전체를 북쪽으로 관통하게 될 것입니다.″
전범국가인 일본과 피해국인 한국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면 오랜 역사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고, 이는 평화로운 세계단일국가 건설을 앞당길 수 있다는 통일교의 이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허호익/전 대전신학대 교수]
″일본이 일제시대 때 한국에 대해서 잘못한 게 많잖아요. 죄가 많잖아요. 그게 또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요. 탕감 교리. ′너희들이 부자가 됐으니까 한국에 탕감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한국 해저터널을 뚫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설입니다.
지난 2011년 한국교통연구원은 1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공사 비용 등의 이유로 한일해저터널의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일 간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도 간단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통일교는 탐사 목적이라며 일정 구간 터널을 뚫어 놓고, 꾸준히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한일해저터널 축도, 2016년 11월 14일)]
″가라쓰 한일 터널 현장에서 하늘 부모님께 간구 하옵나니. <아버지> 기필코 그 뜻을 이루어 주시옵기만을 간절히 간구하면서 참부모님의 이름으로 축원하나이다. <아주!>″
통일교 역시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목적 때문에 한일해저터널에 집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통일교로선 신도들에게 거액의 헌금을 지속적으로 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된다는 겁니다.
[김흥수/목원대 신학과 명예교수]
″기본적으로 ′문선명의 비전이고 통일교 비전이 살아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는데, 그게 실현 가능성이 없으니까 지금은 선교비 마련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수단으로 사용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거죠.″
유력 정치인들이 해저터널이 곧 현실화될 수 있는 것처럼 한 마디씩 해주는 건, 통일교가 헌금을 걷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전 통일교 내부 관계자]
″이건 헌금용이에요. ′한일해저터널′이란 거는 몇십 년 동안, 앞으로도 계속 우려먹을 수 있는 거란 말이에요. ′이거 해야 되는데 돈 필요하다′ 근데 계속 이걸 부각시키죠. 한국 정치인들이 한마디씩 해주면 뉴스에 나오잖아요. 그걸 활용하는 거죠.″
지난 2021년 초 부산시장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부산을 찾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갑자기 한일해저터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종인/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2021년 2월 1일)]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해저터널 건설도 적극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뒤이어 치러진 20대 대선 과정에서도 한일해저터널이 등장했습니다.
[원희룡/당시 국민의힘 경선후보 (2021년 10월 18일)]
″한일해저터널을 하이퍼루프로 건설하는 것을 추진하겠습니다.″
한 표가 아쉬운 선거철, 표를 원하는 정치인과 실리를 꾀하려는 통일교가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데, 한일해저터널이 소재로 쓰인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
″그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정치권에도 접근을 하고, 정치권은 실현 불가능한 목적을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그 결과가 통일교 유착, 정치권 유착, 로비. 이런 스캔들로 결국은 결과 지어진 것이 아닌가.″
한일해저터널을 매개로 한 정교 유착은 전방위로 펼쳐졌습니다.
윤영호 전 본부장 등 통일교 핵심 간부들이 한학자 총재에게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TM 특별보고 문건′.
한일해저터널 관련 로비를 위해 수천만 원의 현금과 명품 시계를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해수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고 있는 전재수 의원.
TM 문건엔 부산이 지역구인 전 의원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2018년 9월 천정궁을 방문했고, 통일교 행사에서 축사도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특히 2019년 1월 7일, 한학자 총재의 일정에 오후 2시 전재수 의원이라고 나옵니다.
한학자 총재와 만난 정황으로 보이는데, 전 의원은 통일교와 관련된 의혹 일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전재수/전 해양수산부 장관 (2025년 12월 19일)]
″저는 ′통일교로부터 그 어떠한 불법적인 금품수수가 없었다’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강력하게, 결단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찍힌 사진.
한학자 총재 자서전을 손에 든 전 의원 바로 옆에 서 있는 남성은 통일교 산하 단체인 천주평화연합의 전 부산지회장 박 모 씨입니다.
박 씨를 찾아가 봤습니다.
건물 입구 한쪽엔 한 총재의 자서전이 잔뜩 쌓여 있고,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혀 있습니다.
[통일교 부산 교회 관계자]
″여기 근무 안 해요. 요즘에 TV에서 시끄러우니까 나오지도 않고 방송에 보니까 한 번 그 9시간 조사받았다고 TV에 나오더만. 안 와요. 교회에서 ‘네가 책임지고 한일해저터널을 해봐라’ 해서 혼자 한다고 되나. 노력은 합디다.″
지난 2020년 4월 무렵, 통일교로부터 3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TM 문건에 19차례나 이름이 등장합니다.
임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통일교와 함께 한일해저터널 관련 행사를 수차례 개최했으며, 통일교 계열 ′세계평화도로재단′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017년 11월 작성된 특별보고.
한일해저터널 사업을 담당하던 통일교 산하 ′세계평화터널재단′의 명칭을 변경하려는 걸 국토교통부가 불허했지만, 임 전 의원의 협조로 승인을 받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임 전 의원은 특히 ′성물축복′, 즉 한 총재로부터 하사품을 받은 인사들의 명단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김규환 전 의원 역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데, TM 문건에 무려 35차례 등장합니다.
′김 전 의원이 우리가 개최하는 대회에 늘 참석하고 있다′, ′참어머니의 가치를 훌륭하게 간증했다′는 평가 등이 기록돼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지난 2022년 2월 보고 문건.
′주요 부문′ 보고에 ′총선′이라는 단어와 함께 김규환 의원과 임종성 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통일교 내부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 통일교 내부 관계자]
″선거 때가 되면은 그건 도움을 좀 줘요.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느냐’ 쭉 해보고 그런 사람들 중에 선별하고 선별해서 지원금을 100만 원이건 300만 원이건, ‘가능성이 있다, 예의를 차려야 된다’ 이런 사람들은 그런 입장에서 주는 거지. 관리하는 거죠.″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두 사람 모두 통일교와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TM 문건에 이름이 등장하는 정치인만 20여 명에 달해, 파장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임명찬 기자 ▶
통일교의 광범위한 정치권 로비는 소위 ′게이트′급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수사하고 있지만, 여야 정치인이 모두 포함돼 있는 만큼 독립적인 특검이 나설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통일교가 국가적 폐해를 끼쳤다며, 해산까지 거론하고 있는데요.
스트레이트는 통일교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그 종착역은 어디가 될지 살펴봤습니다.
<B>■ 통일교의 운명은?</B>
1960년대, 반공을 넘어 공산주의를 이긴다는 의미의 ′승공′을 기치로 내걸었던 통일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에서 보수 우익 정치권과 합을 맞춰 교세를 급속히 확장했습니다.
[고 문선명/당시 통일교 총재 (구국세계대회, 1975년 6월 7일)]
″공산주의를 쓰러뜨리는 이 싸움은 곧 하나님의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만세!″
군사정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음료수 맥콜로 유명한 일화를 비롯해 세계일보와 워싱턴 타임즈 등 언론사, 선문대학교와 선화예술중고등학교 등 사학, 그리고 최초의 현대식 스키장인 용평리조트, 일화 축구단, 유니버설발레단 등 스포츠예술 분야까지 통일교는 전방위로 영향력을 키워왔고, 막대한 부도 축적했습니다.
[허호익/전 대전신학대 교수]
″통일교는 처음부터 종교단체라기보다 영리단체 뭐 사회단체 이렇게 병행해서 나갔거든요. 그러니까 교인들의 헌금을 모아가지고 기업에 투자하고 엄청난 부를 형성했죠. 국내외 합치면 20조 정도 되지 않겠나 추산합니다.″
통일교의 위기는 2012년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의 사망과 함께 집안 내부에서 시작됐습니다.
문선명-한학자 총재 사이, 자녀는 7남 7녀, 총 14명에 달합니다.
장남과 차남이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유력한 후계자는 3남 문현진 씨였지만, 여러 사건 사고들이 겹치면서 통일교 재산 상당 부분을 보유한 UCI 재단을 가지고 통일교에서 분리해 나갔습니다.
그 뒤 문선명 총재가 총애했던 7남 문형진 씨가 후계자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고 문선명/당시 통일교 총재 (2010년 4월 23일)]
″상속자는 문형진이다. 그 외 사람은 이단자이며…″
그런데 문 총재가 숨지자, 한학자 총재는 자신을 독생녀라고 주장하며 아들을 밀어내고 2대 총재 자리에 올랐습니다.
갈등과 분열이 시작됐습니다.
한 총재는 3남 현진 씨를 상대로 한 재산 반환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한학자/통일교 총재 (미국 법정 증언, 2018년 7월 14일)]
″자기 마음대로. 공적인 재산을 다 팔아버리고. 자기의 주머니로 집어넣고. 그리고 부모님이 세계 선교를 위해서 타고 다니는 비행기도 팔아버리고. 그런 것이 자식이야?″
후계자에서 밀려난 7남 문형진 씨는 미국에서 새로운 종교를 만들었고, 한학자 총재를 향해 날선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문형진/′생추어리 교회′ 교주 (유튜브 ′세계평화통일성전 한국협회′, 2022년 5월 24일)]
″엄마는 사탄에게 행하고. 아버지를 삭제하려고 하고. 아버지의 모든 것을 훔쳐 가고. 아버지의 후대 교계권과 왕권까지 없애려고 하고. 고소, 고소, 고소.″
특히 그는 지난 2018년 미국의 생추어리 교회에서 통일교의 상징적 의식인 합동 결혼식을 단독으로 주재했는데,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까지 소총을 들고 참여하는 의식을 치르게 해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스레이몸/′생추어리 교회′ 신도 (2018년)]
″악마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합니다. 성경의 ′쇠막대′가 우리 교회에선 바로 AR-15 소총입니다.″
참가정, 참부모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통일교의 교리와 모순되는 모습에 교단 내부의 동요는 커졌고, 한학자 총재는 위기감 속에 돌파구를 찾아야 했습니다.
우선 자신을 문선명의 부인을 넘어 창시자에 버금가는 지위로 신격화했고, 더 나아가 따로 연호까지 만드는 등 통일교 교리와 창시자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까지 실행했습니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
″통일교는 ′문선명이 왕이 되어지는 지상 천국을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종교죠. 근데 어느 순간 그 위치를 한학자가 본인으로 대체한 것이죠. 자신에 대한 신격화는 후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필수적인 요인, 조건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통일교가 그동안 해왔던 정치권과의 유착에 더 많은 공을 들였고,
[한학자/통일교 총재 (재팬 서밋 앤드 리더쉽 콘퍼런스, 2019년 10월 5일)]
″정치와 종교는 하나 되어야 합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게이트′로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오명옥/종교와 진리 대표]
″더욱더 정치권과 유착을 해서 내부 결속을 하고 통일교를 제2의 통일교로 재건하기 위해서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을 해요. 욕심이 과했다고…″
통일교의 국내 조직 개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이 실세로 급부상한 2017년 이후, 통일교는 전국을 5개 지구로 나눠 관리하도록 했는데, 각 지구장들은 지역 정치인들을 전담해 밀착 관리해왔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 통일교 내부 관계자]
″더 조직적으로 (로비)하게 돼 있고, 그 할당량도 더, 할당량이 위에서 지시 내려오면 그거에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보는 거죠.″
이 때문에 지금까지 드러난 통일교 연루 정치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내부 분석도 나옵니다.
[☎ 통일교 내부 관계자]
″이제 서로 필요에 의해서 얼굴마담 노릇 하고 이제 그 사람(정치인)들은 용돈 받고 이제 그러는 거지. 특검이나 이제 경찰에서 겨우겨우 그냥 빙산의 일각 정도. 윤영호가 워낙 돈을 많이 썼어요.″
지난 2022년 7월, 일본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41살 남성은 통일교 신자인 어머니가 거액의 헌금을 바쳐 가정이 파탄났다며, 통일교 행사에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를 보고 통일교와 유착됐다고 생각해 살해했다고 범행 동기를 털어놨습니다.
통일교와 자민당의 유착에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면서, 자민당은 소속 의원 절반에 가까운 179명이 통일교 지원을 받는 등 접점이 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실제 일본 통일교에서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한 TM 문건엔, 통일교가 선거 때마다 자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선거 응원′을 한 의원이 290명에 이른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문건엔 또 다카이치 사나에 현 총리의 이름도 32차례나 언급돼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일본 정부는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지속해왔다며 해산명령을 청구했고, 지난해 3월, 1심 법원은 해산을 선고했습니다.
통일교의 정교유착 방식은 한국과 일본에서 다르지 않았던 만큼, 우리나라에서 통일교의 앞날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은 통일교에 대한 해산을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제52회 국무회의, 2025년 12월 9일)]
″개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반사회적 행위를 하면 제재가 있는데, 당연히 사단법인이든 재단법인이든 법 인격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지.″
지난 12일엔 7대 종단 지도자들이 통일교, 신천지 등 사이비 이단 종교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하자, ″해악을 너무 오래 방치해왔다″며 강한 공감을 보였습니다.
심각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확인되면 통일교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해산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현행법상 비영리 법인은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공익을 해할 경우 주무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해산까지는 쉽지 않을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강문대/변호사]
″종교단체 자체가 해산되거나 없어지거나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종교단체의 활동은 보장되는 것이고 다만 그 종교단체가 만든 법인이 법인으로서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을 때 어떤 폐해가 생기는지는 역사 속에 생생히 기록돼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헌법에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헌법 정신을 무시한 채 유착해 온 종교와 정치,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밝혀내고 끊어내는 과제는 늦었지만, 더 미룰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