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신준명

[스트레이트] 한국 무시‥'선 넘는' 쿠팡

입력 | 2026-02-01 20:58   수정 | 2026-02-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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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한국 무시′‥선 넘었다</B>

지난달 27일, 자동차 등의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SNS 메시지.

그리고 다음날, 미국 공화당 법사위원회 계정엔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언급한 배경 중 하나가 쿠팡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22일, 쿠팡 투자사 2곳이 미국무역대표부에 제출한 청원서.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위를 조사하고 조치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정부에 보낸 중재의향서에는 ″정부가 좋아하는 한국과 중국회사들을 위해 성공한 미국 회사의 능력을 제거하려 한다″며 근거없이 한국정부를 친중반미 성향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습니다.

[에이드리언 스미스 의원/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1월 13일)]
″한국은 미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입법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한 사례가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 조치입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쿠팡 등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3천3백만 명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와 관련해 수사기관을 무시한 듯한, 개인정보 유출은 3천 명뿐이라는 독자적 조사와 발표.

그리고 잇단 노동자 사망에 대한 조직적인 책임회피 의혹과 입점업체들에 대한 착취 논란.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조사가 본격화되자, 미국 정치권에서 되레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이 잇따른 겁니다.

[정혜경/진보당 의원]
″관료들과 권력자들에게 로비를 통하여서 그들의 나라를 만드는, 그래서 사실은 헌법보다, 국민보다 훨씬 위에서 뭔가를 조종하고 있는 기업 같은 느낌입니다.″

미 상원의 로비공개(LDA) 자료에 따르면 쿠팡Inc의 로비액수는 최근 5년간 952만 달러, 140억 원에 달합니다.

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후원해 김범석 의장이 공식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대정부로비를 위한 조직, 즉 대관 업무를 위한 인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해왔습니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정부와 국회 출신 인사들의 쿠팡 및 자회사 취업심사 내역입니다.

지난 6년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대통령실 출신 등을 31명이나 영입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말 경찰청 소속 경위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쿠팡 취업이 승인됐는데, 이사부터 전무까지 임원진으로 영입한 인사들이 상당수였습니다.

국회에서도 보좌관 출신 등 16명이 대부분 임원급으로 영입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관계자는 ″다른 곳에 먼저 취직한 뒤, 취업심사 없이 쿠팡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어 정부나 국회 출신은 더 많을 것″이라며, ″특히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쿠팡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
″물류나 유통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이 지금 정책협력실 또는 정책실 이런 곳들에 지금 배치가 되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과연 유통 시스템을 개선하는 이런 업무를 할 리는 만무하다고 보고요. 거기서 ′고용노동부나 경찰, 그리고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했다′라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하는 쿠팡의 대관 조직은 1백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영훈/고용노동부 장관 (쿠팡 연석 청문회, 2025년 12월 31일)]
″지난 대선 바로 직전에 우리 6개 청이 있는데 골고루 5·6급 하위직들을 (쿠팡이) 영입을 해간 것들이 파악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차적으로 이들과 접촉했을 땐 패가망신할 줄 알라고 지시 내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출신, 판검사 출신 인사들을 최고위직에 앉히면서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실제 강한승 전 쿠팡 한국법인 대표는 판사출신으로 김앤장 변호사였고, 정종철 현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역시 김앤장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홍용준 현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도 검사출신으로 김앤장 소속 변호사였습니다.

쿠팡 법무팀의 법조인 인력은 국내 기업 최대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쿠팡은 노동자의 잇단 사망에 대한 책임론과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폭로될 때마다 제보자와 이를 보도한 언론 등에 대해 소송과 형사고소로 맞대응해 왔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미국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Inc.

홈페이지엔 ′미국 기술기업′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적자인 창업주 김범석 의장은 모회사인 쿠팡Inc 지분 의결권의 74.3%를 보유하고 있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데, 한국 쿠팡에 대해선 지난 2021년 모든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구조가 됐습니다.

최근 쿠팡 전직 간부의 제보로 밝혀진 노동자 사망에 대한 김범석 의장 등 쿠팡 경영진의 조직적인 책임 은폐 정황까지.

거의 모든 수익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으면서도 미국회사임을 강조하며, 한국의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태도에, 쿠팡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 신준명 기자 ▶

쿠팡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한때 쿠팡 이용자들이 회원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탈팡′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쿠팡 결제 건수와 금액이 소폭 줄었을 뿐, 쿠팡 이용자 수는 전달보다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쿠팡이 괘씸하다고 여기면서도 소비자들은 이용을 중단하지 않고 있고, 쿠팡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는 업체들 역시 쿠팡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뭔지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B>■ 잠잠한 ′탈팡′‥도대체 왜?</B>

장난감과 책들로 가득한 6살 아이의 방.

[김OO/쿠팡 이용자]
″이런 것도 다 쿠팡에서 샀어요. <여기 있는 물건들 중에 쿠팡에서 산 게 몇 % 정도 된다고 보세요?> 여기서요? 한 70%?″

육아와 일을 함께하는 ′워킹맘′ 입장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김OO/쿠팡 이용자]
″다음 날 아침 7시 정도에 배송이 되니까 제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아이 준비물이나 아니면 육아용품 같은 거 그런 거에 있어서 너무 편리하죠. 육아랑 같이 일하기가 너무 힘든데 그때 쿠팡 이용하면 손쉽게 제가 원하는 물건들 바로 집 앞에 오니까.″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목격하면서 쿠팡을 끊을까 고민했지만, 끝내 ′탈팡′은 하지 못했습니다.

[김OO/쿠팡 이용자]
″신용카드 이런 게 등록되어 있다 보니까 ‘혹시나 해외 결제가 오결제가 되진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좀 찝찝해서 통관번호만 바꿨습니다. 탈퇴하지 않은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일상 속에서 쿠팡이 너무 편리해서.″

월 8천원에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 혜택을 받고, OTT 쿠팡플레이와 배달 앱 연계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쉽게 탈퇴를 하지 못합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쿠팡을 제외하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유통기업들이 없다 보니까 ′봉쇄 효과′ 또는 ′락인(Lock-in) 효과′라고 하는데 플랫폼은 오프라인과는 다르게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그걸 소비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기가 (어렵죠).″

쿠팡에 입점한 업체들의 사정도 들어봤습니다.

10여 년 전 쿠팡 초창기부터 입점했던 한 식품업체.

저렴한 수수료에 끌려 쿠팡 입점을 시작했고 판매량도 늘렸지만, 점차 수수료가 올라갔습니다.

[A 대표/쿠팡 입점업체]
″쿠팡에서 매입을 많이 해서 마진이 많이 남는다고 판단을 했어요. 처음부터 말하자면 악하게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이제 15% 수수료율 이렇게 시작을 하다가 18%, 24% 어느 순간에 이제 30% 이렇게 쭉쭉쭉 올라가더라고요.″

광고비 등 각종 명목으로 사실상 반 강제로 떼어가는 돈도 점점 늘어났다고 합니다.

[A 대표/쿠팡 입점업체]
″오래된 업체 같은 경우에는 그 전 매출의 10%를 펀딩을 해야 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1억 원을 쿠팡에서 매입을 했으면 1천만 원의 광고비를 진행을 해야 됩니다. <무조건?> 네, 무조건입니다.″

실시간 최저가 보장, 체험단 후기 행사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입점업체에 청구됐고, 전화와 메일로 독촉하는 건 물론, 직접 찾아와 돈을 걷어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A 대표/쿠팡 입점업체]
″(쿠팡이) 전화를 했는데 안 받고 하잖아요? 얘네들이 돈 받으러 옵니다. 돈 받으러 와서 이제 빚값, 이제 돈 반강제로 내놓으라는 식으로 합니다. <돈을 줘야 돼요?> 그렇게 안 하면 이제 재계약에서 불리하니까요.″

이러다보니 언젠가부터는 쿠팡에서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져 간다는 게 입점 업체들의 말입니다.

[B 대표/쿠팡 입점업체]
″(쿠팡에) 얼마를 팔아서 얼마를 남겼나 이렇게 계산을 해보니까 36억 원을 팔았는데 1억 8천만 원이 남았어요. 저희가 1년에 8억 원 이상이 고정비가 나가야 돼요. 저희는 마이너스가 된 거죠.″

그런데도 쿠팡 입점을 중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A 대표/쿠팡 입점업체]
″공장도 사람들을 많이 뽑아놓고 쿠팡에 나가는 그 물량대로 다 이렇게 딱 맞춰놨는데 저희가 퇴점을 한꺼번에 해버리면 이제 실업자가 또 많이 생기니까.″

매출 절반 이상이 쿠팡에서 나올 정도로 이미 의존도가 커질대로 커져서 손해를 보더라도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C 대표/쿠팡 입점업체]
″대안이 없습니다. 식품 특성상 거의 남지 않더라도 이쪽으로 어느 정도 판매는 해야 되거든요. 소비층이 육아를 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보니까, 그래서 저희는 쿠팡을 빠질 수가 없는 거죠.″

쿠팡은 초기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소비자에겐 배달비 무료 정책을 유지했고, 입점업체에겐 저렴한 수수료만 물리면서 시장을 급속하게 장악해 나갔습니다.

결국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습니다.

쿠팡의 월간 앱 이용자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3,485만 명으로 압도적 1위.

거래액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쿠팡의 횡포를 목격하면서도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그리고 입점업체는 입점업체대로 빠져나오기 힘들 만큼 종속돼 버린 겁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지금 점유율 1위 사업자이고 입점 업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쿠팡을 안 쓰면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는 매출을 내기 어려운 이런 문제가 있다 보니까.″

쿠팡처럼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는 업체를 규제하기 위해, 국회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와 갑질을 막는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 (온라인플랫폼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 2025년 9월 4일)]
″(온라인플랫폼법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특정 국가의 특정 기업을 차별하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게 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고,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 정부가 비공개로 법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등 미국 측의 압박에 막혀 법 제정은 멈춰 있는 실정입니다.

◀ 신준명 기자 ▶

쿠팡의 시장 지배력 만큼이나, 우리 노동 시장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상당합니다.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할 정도로, 쿠팡의 노동강도가 가혹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쿠팡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살인적이라고까지 불리는 노동 강도에도 이들이 쿠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B>■ ′쿠팡 일자리′의 역설</B>

이른 새벽, 서울 구로구의 쿠팡 배송캠프.

차량이 다니는 건물 앞 도로 위에서 트럭 수십대가 뒤엉킨 채 배송기사들이 물건을 싣고 있습니다.

[쿠팡 배송 기사]
″(자리가) 매일 없어요. 엄청 위험한데 2년째 시정이 안 돼요. 대형 트럭이 저 롤테이너(이동식 철제 선반)를 친 적도 있어요. 날아가서 잘못하면 사람 다칠 뻔한 적도 있고. 너무 위험해요.″

도로 위에서의 작업.

위험천만하지만 배송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자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쿠팡 배송 기사]
″<기다렸다 안에 들어가서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이게 이제 아침에 커트라인 시간이 있어가지고요. <새벽 배송 맞추려면 이렇게밖에 못 한다는 거네요?> 그렇죠. 이것도 이제 또 많이 뛰어다녀야 해요.″

도로 점유는 불법인 데다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회사 차원의 관리는 없어보였습니다.

[쿠팡 관리자]
″이거 찍지 마세요. 이거 찍지 마시라고요. <밖에서 일하다가 사고 나면 책임을 누가 지는 거예요?> 얘기해 드릴 수 없어요. <누구 허락 맡고 여기서 이렇게 영업하시는 건가요?>…″

이곳에서 물건을 싣고 배송에 나선 새벽 배송기사를 따라가봤습니다.

영하 12도의 강추위가 덮친 새벽 3시.

배송 물품들을 들고 달리고, 쉴새 없이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취재진]
″어우 내가 못 따라가.″

[쿠팡 새벽배송 기사]
″이렇게 안 하면 해결이 안 돼요.″

이 배송기사는 쿠팡의 자회사가 위탁계약한 택배 대리점 소속이어서,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
″수수료는 자꾸 오르고 단가는 자꾸 내려가고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문제제기 했더니) 계속 불이익을 주는 거예요. 휴무도 다 잘라 버리고.″

이날 처리해야할 새벽배송만 500여 건.

아침 7시까지 마치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되는 ′클렌징 시스템′ 탓에 잠시 숨고를 틈도 없습니다.

몸 어느 한군데 성한 곳이 없지만, 그래도 당장의 생계가 걸려 있어 그만 둘 수도 없습니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
″돈을 벌고 살아야죠. 힘들죠. 이걸 또 오래 해서 다른 걸 구하려고 하면은 좀 막막한 게 있더라고요.″

노동 강도로 악명 높은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은 좀 나아졌을까.

직접 일용직으로 야간 근무를 해봤습니다.

″몇 번이에요, 그거? <708번이요.> 네? <708번!>″

끊임 없이 들어오는 물품을 내리고, 분류해서 다시 싣는 단순 작업의 반복.

[쿠팡 관리자]
″빨리 뺄게요. 빨리 빼주세요. 저쪽으로 빼주세요.″

처리 속도가 더뎌지면 어김없이 사이렌 소리가 울립니다.

3시간 반 만에 주어진 30분의 휴식 시간.

하지만 앉아서 쉴 곳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휴식 이후 5시간 연속으로 일한 뒤에야 야간 근무가 끝났습니다.

건장한 20대 청년도 버거워합니다.

[일용직 A 씨]
″<처음이에요? 어땠어요?> 힘들었죠. 욕해도 돼요? 차라리 다른 알바를 하는 게…″

[일용직 B 씨]
″매일 하는 건 좀 솔직히 무리고,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쿠팡 물류센터에서 10년 넘게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온 50대 여성은 과거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세졌다고 말합니다.

[박OO/쿠팡 물류센터 직원]
″초창기에는 화장실 가는 것도 자유롭고 그때는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보안이 생기면서 일도 힘들어지고 제가 한번 퇴사했다가 다시 들어온 이후로는 완전히 싹 변했어요. 180도.″

하루하루 진통제로 버티는게 일상이 됐습니다.

[박OO/쿠팡 물류센터 직원]
″너무 아프니까 약 먹고 자고. 거의 약으로 버텨요. 돈을 다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악으로, 깡으로, 그냥 돈으로 버티는 거예요.″

야간, 새벽근무를 밥먹듯 해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강도.

그럼에도 쿠팡에서 일하는 건 당장 이 정도 수입을 올리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자들의 공통된 대답입니다.

[박OO/쿠팡 물류센터 직원]
″야간만 했을 때는 260만 원 그 정도 선으로 보면 될 거예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잖아요?> 굳이 그렇게 안 찾아봤어요. 월급도 괜찮고 하니까. 어차피 식당 일도 거의 다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배달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새벽배송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새벽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물론, 쿠팡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서도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권오성/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요한 규제를 못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그 편한 세상에 사람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내버려뒀다가 이제와 새삼 그걸 제한하는, ‘심야 노동을 막네’ 그런 말을 한다 그러면 그게 동의가 되겠어요, 사람들이?″

단기 계약직을 포함해 쿠팡이 고용한 인력 규모만 9만여 명.

고용 규모에서 국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는데도 쿠팡의 고용은 급속하게 늘어났고, 또 쿠팡에서 일하려는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

우선, 우리 노동시장 자체가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일용직과 단기 계약직을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일용직과 계약직 위주의 일자리를 진입 장벽을 낮춰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당장의 생계가 급한 이들이 쿠팡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지영/변호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만큼 너무 안 좋은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사실 벌어진 일이기도 하거든요. ‘갈아 넣은 만큼 돈을 받으니까 괜찮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5개월이고 6개월이고 1년이고 10년이고 일한다고 생각을 해보면 불가능한, 굉장히 나쁜 건데…″

쿠팡은 자신들의 성장을 따라올 수 없는 혁신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5년간 사망, 부상 등 직장 내에서 발생한 사고는 주식회사 쿠팡이 9,9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쿠팡의 물류와 배송을 담당하는 자회사 두 곳에서도 총 7천 건이 넘었습니다.

[정혜경/진보당 의원]
″쿠팡이 혁신 경영이라고 얘기하잖아요. 과연 혁신인가 이것이. 혁신이 아니라 결국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갉아먹는 노동을 통해서 더 빠른 속도 경쟁에서 이겨서 결국 더 많은 독점 이렇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쿠팡의 초고속 성장을 떠받치며 희생해온 노동자의 건강권.

이익추구만을 위해 이 희생을 계속 방치한다면 더 많은 노동자, 더 많은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권오성/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가 해야 되는 건 ′과도한 노동이란 것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은 적절히 통제가 돼야 된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줘야 되는 거예요. ′과로할 거야. 과로할 자유를 줘′라고 할 때, ′그래, 밤새 과로하다 너 죽어′라고 두는 게 국가가 할 짓은 아닌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