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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로
"피와 살 내줬다" 의료진 띄우는 이유
입력 | 2023-06-10 07:28 수정 | 2023-06-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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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이런 가운데 요즘 북한 방송에선 39년을 의료 현장에서 일했다는 한 간호사가 영웅처럼 소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이 말하는 의료진의 헌신에는 뭔가 좀 다른 뜻이 담겨있는 것 같은데요, 무슨 이유인지 궁금합니다.
◀ 기자 ▶
지난주 북한 방송은 황해남도 은천군에서 산부인과 간호사로 일하는 한 여성을 소개했는데요.
◀ 리포트 ▶
1984년부터 40년 가까이 간호사로 일하며 위급환자가 오면 수혈을 하고, 화상환자에겐 피부도 이식해 줬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6월 2일]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렇게 많은 피를 뽑고 피부를 떼내면 성한 몸도 견디기 힘든데...″
지금까지 수혈한 피가 5천 ㎖가 넘는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는데요.
공로를 인정받아 애국공로자로 선정됐고 시대의 참된 보건전사라며 대서특필됐는데, 북한 전역에서 반향이 엄청나다는 식의 추가 보도가 또 이어졌습니다.
[조선중앙TV/6월 5일]
″얼마 전 신문과 방송으로 소개된 안경실 동무의 고결한 정신세계는 커다란 감화력으로 온 나라를 끓게 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의료인 한명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무슨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 기자 ▶
북한은 이 간호사가 정성운동의 전형이라고 말하는데요.
정성운동은 1960년대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소년을 의료진이 수혈도 하고 피부도 이식해서 살려냈다는 데서 유래한 북한의 보건의료분야 대중혁신 운동입니다.
그래서인지 북한 인민보건법에는 보건일꾼이 지혜와 정성을 다 바쳐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병원에도, 의료진 명찰에도 ′정성′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주의 무상의료체제 안에서만 이런 감동적인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이혜경 약사/탈북민 (북한학박사)]
″고급한 의술이나 좋은 약이 치료하는 게 아니라 정성이 사람을 소생시킨다 이거예요. (북한은) 사회주의 보건의료 제도하에서만 있을 수 있는 미담이다. 이러거든요..″
결국 체제선전적 요소가 강한 걸로 보이는데요, 오랜 대북제재와 경제난으로 보건 인프라가 열악해지면서 이런 정성운동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이런 사례를 집중 부각해 의료진의 헌신과 노고를 조명하고 체제 결속도 다지려는 복합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북한이 세계보건기구, WHO의 집행이사국이 됐다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면서요?
◀ 기자 ▶
네, WHO는 지난달 말 북한과 호주 스위스 등 10개국을 임기 3년의 새 집행이사국으로 선출했는데요.
미국 측 대표는 북한 정부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고, 북한 측은 비열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립을 추구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반발했다고 미국의 소리가 보도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유엔의 권위를 무시해 온 북한이 세계보건 증진에 기여해야 하는 WHO 집행이사국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는데요.
집행이사국은 WHO의 예산과 결산, 주요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검토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세로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