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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 다이노'서 공룡과 인간의 역할이 왜 바뀌었나

입력 | 2016-01-0513:38   수정 |2016-01-05 13:52
한국계 피터 손 감독 ″인간의 존재감 표현″


영화 ′굿 다이노′는 공룡 ′알로′와 야생소년 ′스팟′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감독은 둘 사이의 관계를 ′소년과 강아지′에 비유했다.

자칫 스팟이 소년, 알로가 강아지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영화에서는 이와 반대로 나온다.

공룡인 알로가 소년으로, 인간인 스팟이 강아지다.

이 영화를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이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인간과 공룡간 관계가 역전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피터 손 감독은 디즈니·픽사에서 최초의 동양인 감독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 1.5세대다.

그에 따르면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전임 감독인 밥 피터슨에게서 나왔다.

피터 손 감독은 당시에는 조감독이었다.

′굿 다이노′는 6천500만 년 전 운석이 지구를 빗겨가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엉뚱한 설정에 기반한다.

오랫동안 지구에 존재한 공룡은 말을 할 줄 알고 나름의 문명생활을 해나가지만, 인간은 아직 언어조차 못하는 미개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초기 아이디어의 핵심은 공룡인 아이와 야생의 인간인 강아지와의 관계였다.

일종의 역발상이다.

전임 감독이 이 영화를 맡았을 때 이야기는 여기서 더 뻗어나갔다.

공룡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우주선도 타고 자동차도 운전하겠지, 아이와 강아지뿐 아니라 아이와 아버지와 관계도 들어가야 하고, 몬스터와 싸워서 이겨야 하고…. 손 감독은 ″이야기가 복잡하게 꼬이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제가 감독을 맡게 됐을 때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해결책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원래 핵심이었던 소년과 강아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단순하게 풀어갔다고 손 감독은 전했다.

단, 알로의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더 어린 아이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다른캐릭터의 연령도 조절했다고 한다.

공룡과 인간간 역할을 뒤바꿈으로써 무엇을 표현하려 했을까.

손 감독은 처음에는 영화적 ′재미′ 때문에 그렇게 했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하면서 더 깊은 의미를 찾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역발상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었고, 상실감이 어떻게 채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표현도 가능했다″며 ″공룡인 알로가 말을 할 수 있지만그가 표현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남자 아이인 스팟이 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어떻게 의사소통하게 되는지 그리는 것이 인간적인 표현의 다른 측면″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굿 다이노′를 ″갈등과 생존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자연은 방대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극도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것이 어쩌면 ″한국적 정서의 일부가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른바 ′대자연′을 영화 속에서 구현하고자 미국의 티톤 산맥이 배경인 서부극 ′셰인′이나 드넓은 사막이 주 무대인 ′아라비아 로렌스′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는 감독으로서 ″단순한 스토리로 사람들이 보다 더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진정성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것이 선배 감독에게 배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픽사 내에서 차세대 감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뷰에 동석한 드니스 림 프로듀서는 ″피터 손 감독은 픽사 내에서 역량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존중받고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 작품은 이전 이야기를 인수해서 연출한 것이어서 그가 처음부터 만들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