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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곡성'은 코미디이자 정통 상업영화"

입력 | 2016-05-0615:20   수정 |2016-05-06 15:20
영화 ′추격자′(2008)와 ′황해′(2010)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곡성′은 괴상한 작품이다.

전작과 소재나 접근 방식이 다를 뿐 아니라 이야기 구조와 결론이 열려 있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영화다.

나 감독은 6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를 ′코미디′와 ′상업영화′라는 두 열쇳말로 설명했다.

′곡성′은 한 농촌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나고서 연이어 발생한 괴이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사건의 배후에 있는 실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나 인간이 아닌 초월적 존재가 있음을 암시한다.

영화의 내용이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나 감독은 이 영화가 코미디라고 우긴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시나리오를 읽고는 너무 무섭다고 말씀하셨다. 저는 무슨 소리냐 이 영화 코미디인데…. 다들 제 말을 믿지 않더라. ′추격자′ 끝내고 나서 멜로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황해′, 로맨스 영화 아닙니까. ′황해′를 끝내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제가 코미디 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 영화로 코미디를 한 것이다.″

농담 같은 나 감독의 말은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전작과 다르게 이 영화는 자극적이고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또 처음부터 휘몰아치기보다는 주인공인 종구(곽도원)의 입장에서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물 구조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마지막에 가서 에너지를 쏟아낸다.

나 감독은 ″전작에서는 더 강한 요소로 자극을 주고 그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스릴을 유지했다면 이번에는 긴장을 늦췄다가 이렇게 가는 방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접근법은 이번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폭력적이고 끔찍한 장면이 많은 전작은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나 감독은 ″영화의 기운이 세다고 해서 청소년 관람불가를 줄 수 없는 것 아니냐. 관객층이 넓어지니 좋았다″며 15세 이상 등급 판정에 만족해하면서도 ″15세 이상을 받고서 영화를 보니 ′유치한가′ 이런 생각이 들어 좀 슬펐다″고 덧붙였다.

영화 등급을 매기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영화의 주제가 ″15세 이상 청소년이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곡성′은 156분에 달하는 상영시간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영화적 재미가 상당하지만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가 사건의 원인과 결과, 인물의 배경 등을 친절하게 말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이다.

이는 나 감독의 의도이기도 했다. 그는 이를 ′상업영화′라는 틀로 설명했다.

″제가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상업영화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보편적인 것을 추구해서 보편적 영화를 만드는 것만이 상업영화인가. 각자가 다른 인간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가 상업영화의 기본일 것인데, 그러면 각자 보고 싶은 대로 이해한 것이 다 맞다고 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어떻게 믿든지 간에 그 생각이 다 옳을 것이다.″

실제 영화를 보면 외지인(쿠니무라 준)과 무명(천우희), 일광(황정민)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의견이 분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에만 2년 8개월의 세월을 바쳤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30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쓰려고 7개월간 고민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데에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2월 촬영을 끝내고서 편집 등 후반작업을 1년 넘게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분명한 시나리오가 있고 그것을 토대로 한 촬영본이 있는데 편집기사가 ′귀신 들린 영화′라고 말할 정도로 조금만 손을 대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더라″며 ″반 년간 편집 작업 끝에 이것이 최선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곡성′은 당초 개봉일보다 하루 이른 11일 오후 관객들을 찾아간다. 시사회 후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개봉일을 앞당겼다고 영화 홍보사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