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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로 악명 높은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까지 자란 조정민(22·문영그룹)은 무더위에 익숙하다.
더위보다는 추위가 더 싫다.
조정민은 31일 경북 경산 인터불고 골프장(파73·6천736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카이도 MBC PLUS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08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대구와 인접한 인터불고 골프장은 찜통 속이나 다름없었다.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얼음 주머니나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경기에 나섰다.
조정민은 이런 폭염 속에서, 특히 더위 때문에 체력과 집중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경기 막판에 버디 퍼레이드를 벌이며 우승 트로피를 안아 ′여름 여왕′의 명성을 다졌다.
뉴질랜드 유학 시절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뉴질랜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는 조정민은 생애 첫 우승도 지난 3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베트남에서 열린 달랏 챔피언십에서 따냈다.
박성현(23·넵스), 장수연(22·롯데), 고진영(21·넵스)에 이어 이번 시즌에 2승 고지에 오른 네 번째 선수 조정민은 우승 상금 1억 원을 받아 상금 랭킹 4위(4억 3천287만 원)로 올라섰다.
시즌 상금 4억 원 돌파는 박성현, 장수연, 고진영, 이승현(25·NH투자증권)에 이어 다섯 번째다.
조정민은 ″두 번째 우승이지만 한국 땅에서는 처음이라 내겐 의미가 깊다.″면서 ″꼭 우승해야 한다고 내게 부담을 주지 않고 18홀을 나답게 플레이하고 싶었다. 잘 마무리한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우승 소감을 밝혔다.
조정민은 ″고향에서 경기를 치르니 공기가 너무 편했다.″라고 덧붙였다.
홍란(30·삼천리)과 정슬기(21·PNS창호)가 1타 뒤진 공동 2위(10언더파 209타)를 차지했고 김민선(20·CJ 오쇼핑)이 2타차 4위(9언더파 210타)에 올랐다.
전날 7타를 줄여 2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조정민은 4번 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을 때만 해도 손쉬운 우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조정민은 6번 홀(파4), 8번 홀(파4), 11번 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선두 자리에서 밀려났다.
정슬기 등에 2타나 뒤진 조정민은 후반에 힘을 냈다. 13번 홀(파4)에서 1타를 줄여 추격에 시동을 건 조정민은 15번 홀(파3)에서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의 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조정민은 ″초반에 조금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짧은 클럽 거리감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서 그린에 올려놓고서는 어떻게든 집어넣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롱퍼트가 몇 개 떨어졌다.″라고 밝혔다.
조정민은 가장 어려운 17번 홀(파4)에서 승부를 갈랐다.
두 번째 샷을 버디 잡기에 수월한 홀 왼쪽 3m 지점에 떨어트린 조정민은 과감한 오르막 퍼팅으로 버디를 낚았다.
이날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선수는 이날 정연주(24·SBI저축은행)과 조정민 두명 뿐이다. 63명 가운데 18명이 17번 홀에서 보기로 홀아웃했다.
조정민은 ″17번 홀 버디 퍼트를 넣고 나서 우승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은 (18번 홀) 마지막 퍼트가 들어갔을 때야 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를 치른 홍란과 정슬기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올라선 조정민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침착하게 파로 막아내 우승을 확정했다.
2010년 S-Oil 챔피언스 우승 이후 6년 만에 생애 통산 4승을 노린 홍란은 데일리 베스트샷인 4언더파 69타를 치며 분전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후순위 시드권을 받아 주로 2부 투어에서 뛰었지만 딱 한차례 정규 투어 대회에 출전한 바람에 올해 2년차가 된 정슬기도 1타가 모자라 첫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영국 원정으로 대회를 빠진 박성현을 제치고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고진영은 공동 20위(2언더파 217타)에 그쳤다.
장수연은 공동 15위(4언더파 215타)에 머물렀지만 대상 포인트 1위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