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예지

[국회M부스] 김빠진 호프 모임?…갈길 먼 국회 정상화

입력 | 2019-05-21 10:37   수정 | 2019-05-21 10:51
20일 월요일 저녁 8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다만, 이들이 모인 장소는 국회가 아니라 국회 인근의 한 맥줏집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이른바 ′호프 회동′을 하기 위해 모인 겁니다.

3당 원내대표 첫 만남은 ′호프 회동′…′맥주 잘 사주는 형님′ 이인영

3당 원내대표가 맥줏집에서 만나게 된 건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의 제안 때문입니다. 새로 선출된 오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취임인사차 이인영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밥 잘 사주는 누나가 되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이 원내대표는 ″맥주 잘 사주는 형님으로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한 겁니다. 오 원내대표의 이런 맥주 제안을 나머지 두 원내대표가 받아들이면서 ′호프 회동′은 시작됐습니다.

″호프(Hof : 맥주)가 아닌 호프(Hope :희망)″…훈훈한 시작

″맥주의 ′호프′가 아닌 희망의 ′호프′가 돼야 한다.″ 어제 아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회동에 들어가기 직전에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이 맥줏값을 내는 날인데 정말 아깝지 않은 시간이길 바란다며 ″정말 경청해서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동행할 수 있는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국회와 정치문화가 각박해진 점이 안타깝다″며,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풀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가 좀 더 마음을 열고 정말 국회 문화를 각박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가지는 절박함을 같이 느끼고 있다″며,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대화를 시작하고 좋은 희망의 메시지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희망의 건배…하지만 ′국회정상화′는 공감대만 형성

국회 정상화를 다짐하며 사이좋게 맥주를 건배하고 들어간 세 원내대표. 화기애애했던 시작과 달리 결론은 내지 못했습니다. 세 원내대표는 8시부터 9시 40분쯤까지 100분의 협상을 벌였지만, 국회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그동안의 경위나 입장 등에 관해 이야기했고,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이제 좀 만나봐야 한다″며, ″국회가 파행된 부분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특별히 진전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회동을 제안한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모든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 각 당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그 속에서 국회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현재 우리가 확 결정 내리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조만간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얼핏 얘기를 나눴지만,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컸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처음 들어갔을 때보다 나올 때의 분위기가 기대보다 안 좋아졌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 원내대표는 ″좋고 안 좋고는 없다″며, ″만남 그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결론 내기는 아직 좀 어렵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표정이 어둡다는 질문에 대해 ″시간이 늦어서 좀 지친 것일 뿐″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맥주 한 잔이 쏘아 올린 희망 신호탄?…이견 조율이 관건

이날 호프 회동은 약속대로 ′맥주 잘 사주는 형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계산했습니다. 계산대에 찍힌 금액은 10만 8천 원. 세 원내대표는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정말 맥주 딱 한 잔만을 마셨습니다. 아무런 합의 없이 헤어지다 보니 일부에서는 ′김빠진 호프모임′이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서로 몸싸움을 하며 ′동물국회′를 만들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날 모임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자신이 낸 ′맥줏값′이 아깝지 않았다고 나중에 얘기하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