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기주
어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원칙적으로 합당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합의 하루만에 양 당 지도부가 신경전을 벌이며 합당에 대한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습니다.
통합당은 21대 국회 개원 전까지 ′즉시 합당′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 ″당대당 통합″…지분 챙기기 전망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과 한국당 모두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인 만큼 ′당대당 통합′을 하는게 상식적인 얘기″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별 잡음없이 흡수통합 방식을 택한 것과 달리 미래한국당은 합당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향후 지도부를 구성할 때 미래한국당 몫을 요구하는 등의 지분 챙기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원 대표는 앞서 오늘 아침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도 ″합당에는 법적 절차가 있고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절차에 따를 뿐 사심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주호영 통합당 대표 ″즉시 합당″…불편한 기색
하지만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즉시 합당″을 요구하며, 곧바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무조건 즉시 합당이 바람직하다″며 ″우리는 전국위만 하면 되고 준비는 다 돼 있어서 저쪽이 빨리 해줘야 한다″며 한국당을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원 대표에게 29일 전에 확실히 합당할 건지 물어보라″고 기자들을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주호영 대표, 한국당 당선자들과 오찬
이처럼 합당을 둘러싼 두 당의 속내가 참으로 복잡한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는 오늘 한국당 초선 당선자들과 오찬을 가졌습니다.
통합당 초선이 아니고 한국당 초선 당선자들과 말입니다.
이 자리는 주 원내대표가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하는 한국당 당선자들과 상견례를 갖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지만, 합당이 지연된 데 따른 한국당 당선자들 달래기 성격도 겸하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 오전 한국당 당선자들도 간담회를 갖고 합당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는데요.
여기서 한국당 당선자들은 ″21대 국회 상임위 배정을 포함한 국회 활동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논의하기로 한다″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상임위 배정을 다른 정당 대표와 논의한다는 이례적인 결정입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당 만으로 독자 교섭단체 구성하는 방안은 당선자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며 ″개원 전인 29일까지 합당 절차가 마무리되는게 가장 좋다″고 말했습니다.
서둘러 합당이 진행되는걸 당선자들도 원한다는 얘기지만, 역설적으로 오늘 한국당 당선자 간담회에선 원유철 현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당헌 개정도 논의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원 대표는 ″당 대표 공백이라는 합당 절차상 장애를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그러나 통합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국당 대표 임기를 5월 29일로 명시한 건 이른바 먹튀를 하지 말라는 의도였다″면서 ″임기연장은 필요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미래한국당, 21대 국회 제3의 교섭 단체로 시작할까?
통합당 지도부의 일축에도, 원유철 대표의 임기 연장을 논의할 미래한국당의 전당대회는 4일 뒤인 19일 열립니다.
합당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원유철 대표의 임기 연장은 시간 문제여서, 미래한국당은 원유철 대표 체제의 제3당 자격으로 21대 국회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