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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노골적 사심(?)질문에 대응하는 김종인의 자세

입력 | 2020-07-15 14:52   수정 | 2020-07-15 15:50
취재를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답을 인터뷰 대상자가 그대로 해주길 바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 보면 유도심문을 하게 되고, 질문 속에 원하는 답변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 사심(?) 섞인 질문을 할 때가 있죠. 이대로 말해주면 좋겠다는 눈빛과 함께 말입니다.

만약 인터뷰 대상자가 눈치가 빠르거나 언론 프렌들리(?) 성향이라면 단번에 눈치를 채고, 그 질문 내용을 답변에 녹여 ′질문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듣고 싶었던 답변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요구 아닌 요구를 할 때가 있는데요. 어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이런 모습이 자주 목격됐습니다.

토론회의 초청 연사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었습니다.

중견 기자들의 사심(?) 질문들 한번 보실까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이재용 그만 좀 놔줘라″ 목소리 작지 않다?</strong>

한 토론자는 ″통합당의 경제정책은 민주당 2중대″, ″김 위원장은 반재벌론자″라며 질문 초반부터 김 위원장을 자극했습니다.

[김수언/한국경제신문 기획조정실장]
″위원장님이 동의하실지 아닐지 모르겠는데 반재벌론자로 세간에 알려져 있습니다. 대기업집단에 대해서 과거에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거대한 경제세력 이렇게 지칭하시기도 했고요.″

[김종인]
″글쎄요. 제가…″

[김수언]
″여전히 재벌개혁이 필요하신지 의견을 묻습니다.″

[김종인]
″이 사람들이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 소위 정권이나 어떤 사회현상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하지 말라 이거에요. 대표적인 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대표적인 예인데… (중략) 재벌이 그런 짓을 하지 말라는 측면에서 제가 얘기를 하는 거지. 지금 와서 내가 그런 걸 지적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바로 반재벌이라고 이렇게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어요.″

재벌까진 아니어도 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라도 얘기해줄만 한데, 김 위원장은 거침없이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토론자는 곧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는데 결국 여기서 사심(?)이 드러났습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그만 놔주라″고 말이죠. 그런데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시크(chic)′했습니다.

계속 보실까요?

[김수언]
″마지막 경제분야 질문 드리겠습니다. 삼성 승계이슈과 관련한 갈등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에,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거의 1년 7개월 수사해서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요. 최근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 권고가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좀 놔줘라″ 이런 목소리가 작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위원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종인]
″허.. 글쎄요. 그건 뭐 법률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될 사안이지. 내가 정치권에 속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그런 코멘트는 안 하는 게 현명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밖에 나타난 사실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어요. 그 분식회계를 하는 데 있어서 과연 이재용 부회장이 사전에 알고 관여를 했느냐는 법적으로 판단할 문제지. 제가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직권남용 가능성?</strong>

한 토론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직권남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자체 해석과, 위법 부당하다는 검사장 회의 결론을 길게 언급하며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법률적 지식이 많지 않다″며 원론적 답변만 내놨습니다.

[허민/문화일보 선임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지휘권 발동 행사를 사실상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죠. ′형성적 처분′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직접 수용하겠다고 얘기하진 않았지만 수용을 한 건데. 하지만 수용 전에 윤 총장이 직접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 거기에선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서 위법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얘기는 아마도 직권남용한 것 아니냐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런 해석이 있는데요. 위원장님은 어떻게 해석하시는지?″

[김종인]
″나는 법률적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기 어려운데, 그간 사정을 보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검찰 책임자들이 모여서 이거 위법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이 굽히지 않으니까 결국 윤석열 총장이 수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의 배경과 목적, 의도를 묻는 질문에도 ″지휘권 발동을 언제 하는 게 옳은 건지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자 토론자는 이번엔 해임건의안의 처리 가능한 방안을 물었고, 김 위원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해임해야 한다″고 질문자 편을 들어줄 만도 한데 말이죠.

[허민]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지난 2005년 천정배 장관의 발동 이후 15년 만이고 사상 두 번째라고 하는데, 추 장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강공이라면 강공으로 나온 배경 또는 목적,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김종인]
″제가 보기엔 지난 천정배 장관하고 김종빈 총장 사이에서 지휘권 발동과 이번에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성격이 조금 다르지 않나 그렇게 봐요. 그땐 강정구라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불구속이냐 구속이냐로 지휘권 발동한 건데, 이거는 그게 아니고 수사상 있는 상황을 갖고 법무부장관으로선 자기가 그와 같은 과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하니까 지휘권 발동을 해버린 거 같은데 그래서 이 지휘권 발동이라고 하는 게 과연 어느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인지 그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서질 않아요.″

[허민]
″네, 그… 통합당은 추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가능한 방안이 있을까요?″

[김종인]
″뭐 해임건의안이야 낼 수가 있는데 국회 의석 비율로 봐서 그게 실현되기는 어렵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이낙연·김부겸은 비문! 친문 세력은 분열?</strong>

정치 분야 질문에선 사심(?) 질문들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한 토론자는 민주당의 당권 경쟁과 친문 세력의 분화를 김 위원장에게 물었는데요. 김 위원장은 남의 당 일이라며 답변을 거부했지만, 질문자는 친문 세력 분화를 재차 물었고, 김 위원장은 ″글쎄..″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민주당 내부 사정에 달려있다며 이번에도 질문자의 의도(?)를 읽지 못했습니다.

[김수언]
″여당 당권경쟁과 관련해서 비문 출신의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장관의 대결 구도로 좁혀졌는데요. 이 대결구도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이 두 분의 당권 경쟁이 친문 세력의 어떤 분화나 차기 대권구도 형성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 좀 궁금합니다.″

[김종인]
″제가 사실 남의 당의 당권이나 대통령 후보에 대해 얘기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얘기하는 건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수언]
″친문 세력의 분화, 이런 관점에선 생각하신 바가 없으신지요?

[김종인]
″글쎄요. (중략)… 민주당 내에 계파 간 세력 다툼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 점에 대해서 민주당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문 대통령 지지층 팬덤의 붕괴 예상?</strong>

이 토론자는 다음 질문 순서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팬덤현상 붕괴를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층은 30~40대″라며 다소 동문서답 식의 답변만 듣던 토론자는 재차 문 대통령 팬덤현상의 지속 여부를 물었고 결국 짧은 답을 얻으며 나름의 유도심문에 성공했습니다.

[김수언]
″문 대통령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팬덤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걸로 보시는지?″

[김종인]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요?″

[김수언]
″네네. 지지층의 팬덤현상, 지금 지지율이 여전히 50%에 육박하는 상황이거든요.″

[김종인]
″그니까 뭐…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라는 게 미래통합당에 대한 반대층이라고 보면 돼요. 흔히 말해서 30~40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라고 보는데… (중략) 근데 미래통합당은 과거 자유한국당이나 새누리당 시절에도 당신들은 굉장히 인색한 사람들 아니냐 말이야. 기득권만 보호하는 사람이고, 부자만 좋아하는 정당이라고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이 30~40대에 몰려있다고 봅니다.″

[김수언]
″지지층에 대한 팬덤 현상은 계속될 걸로 보시나요?″

[김종인]
″저는 이게 점차적으로 무너지지 않겠나 보고 있어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문 대통령의 임기 후 안위 걱정?</strong>

″문 대통령이 ′임기 후를 대비한 어떤 정치적 포석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길고도 복잡한 문장을 사용한 토론자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김 위원장에게 물었는데요.

관심법을 요구한 걸까요?

′문 대통령이 임기 후를 대비해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냐′는 다소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이 질문에도, 김 위원장의 답변은 간명했습니다.

[허민]
″사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후반이 되면 다 걱정을 합니다. 지지율이 무너지고 임기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아마도 단임제 대통령제가 그렇게 만든 것도 있지 않나 생각드는데요. 이럴 경우에 문 대통령이 임기 후를 대비한 어떤 정치적 포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거 같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예컨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새로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인]
″퇴임한 다음에 제일 중요한 것이 본인의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할 거라고 봐요. 그래서 해보니까 경제 권력구조가 이대로 좋겠느냐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제가 생각하는데, 그건 두고 봐야 알겠어요. 지금 이번에 4월 15일 총선에서 굉장한 다수를 얻었기 때문에 황홀경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그런 상황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때에 권력구조 개편 같은 것이 대두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해 보여요.″

[허민]
″지금으로서는 희박하다는 말씀이시죠?″

[김종인]
″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누가 대통령 될지 관심 없어″</strong>

김종인 위원장은 과거 박근혜·문재인 2명의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했고 그들이 당초 약속과 달리 솔직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정권 창출 후 배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100분간의 토론회가 끝날 무렵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요. 김 위원장의 답변은 청중들을 당황스럽게 할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홍희정/KBS 통일외교부 팀장]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들에게 몇 번 당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안전장치를 이번에는 어떻게 좀 해놓으셨는지? 통합당에서는 똑같은 게 반복되지 않으실지?″

[김종인]
″아니 그래서… 그래서 내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데 관심을 안 갖기로 한 거예요. 어?″

[사회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관심을 안 갖는다고요?″

[김종인]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내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믿으면 또 한 번 실망하고 그때 가면 또 사과하고 그런 일이 생길 테니까…″

약 100분에 걸친 각종 유도심문과 사심 질문은 이렇게 허무개그로 끝나버렸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없는 분한테 그토록 대선을 물었으니 말이죠. 중견 기자들의 애닯은 연속 공격 역시 이처럼 당황스럽게 마무리됐습니다.

참고로 ′철새 아니냐′는 중견기자들의 회심의 질문에도 김 위원장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답변자와 질문자를 지켜보는 100분 내내,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 정치판에서 보기 어려운 ′시크함′의 기술을 구사한 걸까요? 아님 ′허무한 답변의 고수′인 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