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통일부와 민주당은 4년 전 합의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왜 추천하지 않고 있나? 지난 정부에서 시행되었던 대통령 특별감찰관을 왜 3년이 넘도록 임명하지 않는가? 이 두 문제를 어떻게 할지, 명확히 답해달라] 주 원내대표는 이 두 가지가 여권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한다고 봤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에게 북한인권 문제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특별감찰관 문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필요하지만 공수처와 기능이 겹친다는 것입니다.
곧 특감의 기능을 포함한 공수처가 출범할텐데, 여기에 특별감찰관까지 있으면 오히려 사정기능의 과잉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고민이었습니다.
■ 반전…여당의 예상밖 ′수용′
그런데 주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야당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한다면 위 2가지, 받겠다는 것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순서 논란이 일 조짐이 보이자 하루 만에 한 발짝 더 나갔습니다.
동시에 하자는 것이죠. 공수처와 북한인권재단, 특별감찰관 추진을 동시에 해나가자는 제안을 역으로 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당의 입장이 어떻게 갑자기 바뀐 것일까요? 취재 결과 내부 논의가 있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합니다.
마침 이 장관이 취임 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물물교환’을 비롯한 여러 구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북한인권재단 문제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에 인간적인 미안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직전 원내대표였던 이 장관 역시 현 정부에서 ‘공수처’라는 개혁과제가 갖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입니다.
본인이 직접 공수처법 처리를 주도한 바 있죠. 그런 점에서 협의는 원활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특별감찰관 문제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부 등과 조율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낙연 대표 역시 이 같은 구상에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이 대표야말로 공수처 문제가 고민이었습니다.
취임일성으로 제시한 ‘정책협치’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하면 관계 냉각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핵심 권력기관 개혁과제인 공수처 문제를 이대로 놔둘 수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 원내대표의 계획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협치의 걸림돌? 물꼬? 갈림길…공은 야당으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일단 선뜻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함정′이 있는 제안이라면서 여당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문제를 ‘먼저’ 하면 그때 공수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나온 말이고, 당 회의 같은 공식 메시지의 형식으로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유동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여당의 냉소 또한 깊어질 것입니다.
공수처를 계속해서 ‘협치의 걸림돌’로 둘 것이냐? 오히려 ‘협치의 물꼬’로 반전시킬 것이냐? 공은 야당으로 넘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