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윤선

[서초동M본부] 신임 검사들 앞에 선 추미애-윤석열…무슨 얘기했을까?

입력 | 2020-05-12 11:18   수정 | 2020-05-18 10:22
추미애 법무부 장관 ″검사, 자기검열에 철저해야″

법무부는 어제(11일) 오후 경기 과천 청사에서 신임 검사 임관식을 열었습니다.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70명을 올해 신규 검사로 임용하는 자리였지요.

이 자리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참석했습니다.

신임 검사들 앞에 선 추 장관은 간단한 축하 메시지에 이어 ′당부′ 말씀을 전했습니다.

주로 ′검찰권 행사′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더 절제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검찰권 행사의 모든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개선할 사항이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사례까지 들며 이어진 또 한 번의 당부 사항은 바로 ″항상 자기 검열에 철저해야 한다″ 것이었습니다.

검사가 너무나 일에 몰두한 나머지 수사를 할수록 진범이라 확신하고 기소했지만, 다른 진범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고 ′검찰권의 무게′를 확인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검사는 판사와 다른 운명임도 강조했습니다.
″검사는 누구랑 합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수사의 기밀성과 검사 단독제, 또 판사와 다르게 합의제를 꾸리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확증편향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 자기 의심을 반복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론 올해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거론하며 ′새로운 길′을 언급했습니다.

″새로운 사법시대가 열릴 것이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일선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공익의 대변자로서 검사 역할에 변화는 없을 것″이고 ″국민 중심으로 더 철저하기 위해 새로운 길 모색하는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추미애 장관은 그동안 검찰 인사와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 기소 등의 사안에서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며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신임 검사들 앞에서 ′검찰권 행사의 절제′, ′철저한 자기 검열′, ′새로운 길′ 등을 강조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서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윤석열 총장 ″검찰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다해달라″

과천 청사에서 임관식을 마친 신임 검사 70명이 곧바로 향한 곳은 대검찰청이었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임 검사 신고식′이 열린 겁니다.

신임검사들은 추 장관의 ′당부 말씀′ 3시간 뒤에 윤 총장의 ′당부 말씀′을 경청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검찰권 행사의 절제′ 등을 언급한 추 장관의 발언과 각을 세우는 언급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윤 총장의 당부 사항은 비교적 평범했습니다.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검사가 되기 바랍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검사가 되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꾸준히 ′배우고 성찰하는′ 검사가 되어 주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론 ″바르고 청렴하고 건강한 검사가 되어달라″며 ″형사사법제도의 본질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검찰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다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초 상반기 검사 전출식에서 ′검사 동일체 원칙′을 언급하며,

′검찰 조직의 중심은 ′검찰총장′이며 인사 등 권력의 외압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최근의 ′검·언 유착′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내놓았던 ′비례′와 ′균형′ 원칙도 신임 검사들에게 강조하긴 했습니다.
′냉랭한 분위기′추미애-윤석열 대립 언제까지?

지난해 ′조국 사태′ 파문 뒤 추미애 장관이 취임한 이후 법무부와 대검의 냉기류는 여전합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통하는 핵심 참모들을 모두 물갈이했던 올해 초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시작으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놓고도 또 한 번 부딪혔습니다.

공개 석상의 발언에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노골적으로 비칠 정도였습니다.

윤 총장이 검사 전출식에서 ′검사동일체′를 강조하면, 사흘 뒤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추 장관이 ′검사동일체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다″고 일갈하는 식이었습니다.

어제(11일) 신임 검사들 앞에 연이어 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이전만큼 대립각을 세우진 않았지만 충돌의 불씨는 곳곳에 널려 있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180석′으로 날개를 단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벼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정부의 법무부 수장으로서 ′개혁 완수′를 강조하는 추 장관이 코로나19 사태로 보류됐던 검찰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 논의를 다시 꺼내든다면 검찰의 반발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총선 이후 대규모의 당선인 수사는 물론,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강한 사건들도 선거 뒤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검찰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나 정권 연루설이 제기된 신라젠·라임 수사 등 여파에 따라, 검찰 안팎이 다시금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래저래 서초동은 폭풍 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