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13 20:49 수정 | 2020-05-18 10:33
추미애 ″저 더 이상 정치인 아니에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저녁 수도권 일선청 형사1부장검사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검찰 구성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게 법무부의 공식 설명입니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의견도 나왔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그런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고가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말 속에 담긴 뜻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5선 의원에 당 대표까지 지낸 선굵은 정치인답게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그동안 ′장관스럽다′기보다는 ′정치인 추미애′로서의 행보가 더 눈에 띄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또 그간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며 국무위원 역할을 수행했는데, 오는 29일자로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다 보니,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 이젠 검찰 개혁 ?
그동안 추 장관의 행보를 보면, 산적한 검찰 안팎 현안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옵니다.
이번 수도권 일선청 형사1부장과의 공식 만남은 지난달 말 수도권에 근무하는 검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와 간담회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당시는 ′디지털성범죄′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일선 지방검찰청의 선임부장인 형사1부장들이라는 데 숨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날 추 장관은 ″형사부가 개혁의 주체가 되달라″고 말했는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검찰 개혁을 위한 동력을 확보 차원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간 추 장관이 검찰 내 이슈에 대부분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여권의 유력 정치인에 가까운 면모를 보였다면, 이젠 장관으로서 검찰의 개혁과제 실현을 위한 우군 확보에 나섰다는 겁니다.
실제 그간의 발언을 보면 검찰 개혁의 방점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걸 읽을 수 있습니다.
취임 초기엔 인사와 제도, 잘못된 관행 등에 날선 입장을 거침 없이 드러냈지만, 최근 들어선 개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검 핵심 간부들이 심야의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1/20, ′조국 수사′ 둘러싼 대검 간부들의 이른바 ′상갓집 파동′)
″적법절차를 위반한 업무방해 사건 ′날치기 기소′...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다″(1/23,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직후)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검찰 조직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2/3, 검사 전입 신고식·신임 검사 임관식)
″검찰은 조직의 권력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다″(2/11, 첫 기자간담회)
“여러분 선배 가운데는 진범(眞犯)이라고 확신하고 기소했지만 나중에 정말(진짜) 진범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었다. 확증 편향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자기 검열을 철저히 해달라.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더 절제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5/11, 신임 검사 임관식)
#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의 앞날은?
곧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을 추 장관 앞에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현안들이 놓여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샅바 싸움이 치열한 수사권 조정과 7월 출범하는 공수처입니다.
특히 수사권 조정은 검찰 내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다보니 앞으로 추 장관이 조직을 어떻게 설득하고 비전을 제시해 나갈 지가 관건입니다.
추 장관은 이미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검찰 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정치인 추미애′가 아닌 ′장관 추미애′, 나아가 ′검찰 개혁의 추다르크′로서 선보일 본격 행보에 관심이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