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강연섭

[서초동M본부] 아버지가 아들을 고소?…'웰컴투 비디오' 손정우 미국 가나

입력 | 2020-05-15 21:30   수정 | 2020-05-18 10:34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려던 사법당국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손 씨를 미국으로 넘길지에 대해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손 씨 아버지가 갑자기 아들을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아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며 수사해 달라는 겁니다.

단순히 ′이례적′인 수준을 넘어, 매우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고소라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미국행′만은 막자″?

중형이 예상되는 아들의 미국행만은 막겠다는 아버지의 호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손 씨의 아버지는 지난 4일 법원에 탄원서를 내며 아들이 한국에서 처벌받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아들이 강도나 살인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냐′며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식생활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성범죄인을 마구 다루는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는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원래부터 흉악한 애가 아니기 때문에 교도소 생활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자금 세탁과 소지죄만 적용해도 50년, 한국에서의 재판은 별개의 재판이라고 하면서 몇 개의 기소만 소급해도 100년 이상인데 어떻게 사지에 보낼 수 있겠느냐?″ [법원에 낸 탄원서, 지난 4일]

″(아들이)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엔 가족이 조그만 전세 사는 것이 안타까워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선처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 4일]

′아들의 미국행만은 막겠다′며 법적 절차를 시도한 일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지난달 27일 1년 6개월의 형을 마치고 출소 예정이었던 손 씨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과 맞물려 재구속되자, 꺼내 든 카드는 구속적부심이었습니다.

재구속이 부당하다며 서울고법에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한 건데,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고 계속 구금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러자 손 씨 아버지가 꺼내 든 게 아들을 고소하는 겁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아들 손 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는데, 수사가 필요해보일 정도의 구체적 내용이 고소장에 담겼습니다.

″아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여기에 범죄수익을 은닉했다. 할머니의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명예를 훼손시켰다.″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소장, 지난 11일]

검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현행 규정상 고소장이 제출되면 검찰은 보통 사건을 배당하고 자료를 검토한 뒤 수사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내국인에 대한 사법처리 권한은 국내 사법기관에 있기 때문에, 손 씨처럼 인도심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형사 4부에 배당하고 자료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검찰이 당장 자료 검토 뒤 수사에 착수하기도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입니다.

검찰이 만약 수사에 착수하면 기소 여부를 결정해 손 씨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손 씨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현재 범죄인 인도법에 규정된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돼 재판을 통해 처벌을 받을 때까지 국내에 머무를 수 있게 됩니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범죄인을 인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범죄인 인도법 제7조 2호]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해당 고소를 ′각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관계 등에 비춰봤을 때 책임이 경미하고 수사와 기소할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어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각하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즉, 손 씨에 대해 법원이 인도 심사 결정을 내릴 때까지 검찰은 해당 고소 건을 계속 검토하면서 시간을 끌고 인도결정이 나면, 수사와 기소할 공공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손 씨 아버지의 고소가 애초부터 수사를 위한 게 아닌,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한 ′꼼수′ 고소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는 오는 19일 진행됩니다.

최근 10년간 서울고법이 범죄인 인도 거절 결정을 내린 건 단 1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