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2-11 09:30 수정 | 2020-12-11 11:01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정원 수사관 박모·유모 씨 재판 中 유가려 씨 증인신문]
2020.12.9
#. ′그 때′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생긴 일</strong>
그제(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522호.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와 유가려 씨가 법정에 들어왔습니다.
증인석에 앉은 건 동생 유가려 씨.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국정원 수사관에게 당했던 폭행과 가혹행위를 직접 증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정원 수사관 유모씨와 박모씨는 유가려 씨를 폭행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 진술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지난 3월에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날짜 가는 것도 몰랐고, 24시간 내내 감시 당해…″</strong>
재북 화교였던 유가려 씨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 들어가게 된 건 2012년 11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는 북한이탈주민을 처음 조사하는 곳인데, 이 곳에 들어가게 되면 보통은 다른 이들과 함께 단체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가려 씨는 이 곳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무려 6개월 동안 독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검사 : 외부에서만 열수 있는 잠금장치가 있었나요?
유가려 씨 : 네
검사 : 방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었다는 얘기인가요?
유가려 씨 : 네 (나가려면) 수사관들이 데리러 와야 합니다.
검사 : 안에 전화기가 있어서 전화를 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나요?
유가려 씨 : 네
검사 : 방 안에 CCTV가 있었어요?
유가려 씨 : 네
유가려 씨는 외부에 잠금장치가 있고, 방 안엔 CCTV가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교도소에서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방 안에는 CCTV가 없는데, 이른바 죄수들보다도 못한 인권 침해를 당하며 살아야 했던 겁니다.
유가려 씨는 손으로 직접 그린 달력마저 수사관들이 가져가, 날짜 가는 것조차 알 수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유가려 씨 : 달력을 혼자 작성했어요, 날짜 맞춰서. 그런데 달력마저 가져가서 몇월 몇일인지도 모르고 날 가는 것도 모르고 하루하루 겨우 버티면서 있었는데... 24시간 저를 지켜보는 카메라가 있었거든요. 감시하는 카메라, 그 카메라가 감시해서 보는 것도 싫었고...
왜 유가려 씨를 독방에 가뒀던 건지, 방 안에 CCTV는 왜 있었던 건지 문의했지만, 국정원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오빠는 간첩′이라는 진술이 나오기까지…반복됐던 폭행과 가혹행위</strong>
′오빠는 간첩′이라는 허위 진술이 나오기까지, 유가려 씨는 매일 조사실에 끌려가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검사 : 2012년 11월 5일 진술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증인 유가려씨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있어요? 어떻게 했는지 자세하게 얘기해주세요.
유가려 씨 : 처음에 화교 신분에 대해 조사 받을 때 거기에서 많이 맞았어요. 처음에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우기니까 그 다음에는 여자 수사관님(박씨)은 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뺨도 때리고 그리고 구둣발 뒤쪽 뾰족한 뒤쪽으로 허벅지도 막 차고 수십번 막 때리고 그때 너무 힘들었어요...(흐느끼며) 너무 힘들고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검사 : 잠시 진정하시고...
재판장: 감정을 추스르고... 실무관님, 물이나 종이컵 있으면... 증인, 아마도 기억을 되살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생각하는데 피고인들이 사실과 다른 게 있다고 해서... 최대한 협조할테니까. 힘들면 쉬어도 되고요.
유가려 씨는 증언 도중 흐느끼면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법정에서는 정적 속에 유가려 씨가 울음을 참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유가려 씨 : (여자 수사관 박씨가) 폭행하기 시작하면서 질긴 X이라고. 정신 번쩍 차리게 해주겠다고. 발로 막 차고 머리채를 잡아서 벽에 찧어놓고 손바닥을 너무 때려서 나중에는 여자 수사관 손이 시뻘겋게 되고...그리고 남자 수사관님(유씨)은 들어와서 질긴 X이라고 하면서 욕설도 하면서 주먹으로 머리 때리고 발로 차고 뺨도 막 때리고 수십번 막 그렇게 때렸습니다. 너무 맞고 그래서 힘들어서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주저 앉았는데 주저 앉지도 못하게 하고 일어나라고...머리채를 잡아서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매를 맞고. 그 다음에...똑똑히 혼내주겠다고. 전기고문실에 끌고가겠다고... 뒤쪽을 잡아서 끌고 갔습니다. 전 안 가겠다고 버티고 옥신각신 하면서...
′오빠가 간첩행위를 한 적 있냐′는 수사관들의 말에, 유가려 씨는 전혀 아니라고 호소했지만, 계속되는 폭행에 결국 나중에는 원하는 대로 진술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온 이후 유가려 씨가 그린 조사실 그림에는 벽 모서리에 빨간 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폭행이 주로 이뤄진 곳이었다고 합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유가려 씨 : 의자하고 창문 사이에 벽 모서리가 있어요. 조사 받으면서 수사관이 자주 얘기하는 게 ′너 똑바로 서!′ ′제대로 얘기 안 해!′ 물병 같은 거 손에 쥐고 머리를 계속 때렸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벽 모서리에 가서 서게 됐어요. 거기 서서 맞고..
유가려 씨는 오빠를 간첩이라고 한 것이 너무 괴로워 진술을 되돌리려 했지만, ′진술 번복하는 죄가 더 크다′며 수사관들이 협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국정원 내부에서 박씨와 유씨가 아닌 다른 수사관으로 담당이 바뀌었지만, 그 수사관에게서도 협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유가려 씨 : 진술을 잘 해야만 재판이 쉽게 끝나고 오빠랑 같이 살게 해줄 수 있다고. 나라 상대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고. 어떻게 국가를 상대해서 이길 수 있냐고 그런 얘기도 하고. 진술 잘 하면 아빠 아무 일도 없고.. (아니면) 아빠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되는데…왜 가해자들은 아직도″</strong>
유가려 씨의 증언이 계속되는 동안, 국정원 수사관들은 법정과 붙어 있는 대기실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공간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한 건데요.
하지만 유가려 씨의 증언이 시작되자, 국정원 수사관 측 변호인은 ″대기실 안에서 잘 안 들린다″며 ″피고인들이 법정 안으로 들어오되 차폐막을 가리는 방식으로 할 순 없냐″고 요청했습니다.
유가려 씨는 당혹스러워하며, 수사관들과 같은 공간에서 증언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유가려 씨 : 솔직히 말해서 법정 들어오기 전에 약을 먹었지만... 떨리고 있습니다. 옛날 생각나면 피가 끓고 있고 그런 상태에서 증언하는 겁니다.
검찰 주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은 본인들도 유가려 씨를 증인으로 다시 신청해 주신문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반대신문으로 하면 되는 일인데, 유가려 씨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하니, 검사와 재판장 모두 의아해 했습니다.
[ 12월 9일 국정원 수사관 재판 中 ]
변호인 : 재판장님. 이게 반대신문으로 준비한 사항들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저희가 유가려 씨에 대해 증인 신청을 하고 진행하는 게... 아니면 (검사의) 이의제기가 있을 것 같아서요. 증인신문 방식을 바꿔야겠습니다.
재판장 : 변호인 주신문으로 신청하겠다는 건가요? 반대신문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건데요...
검사 : 취지가 이해가 안 되서...
검사가 유가려 씨에게 물어본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것들도 묻겠다는 변호인들. 그러면서 검찰 신문이 3시간 정도 진행됐으니, 자기들도 3시간 정도는 유가려 씨를 신문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다음 기일에 유가려 씨를 한 번 더 증인으로 불러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하되, 몇몇 질문은 공소사실과 연관되어 있는 것만 변호인이 주신문 형태로 물어볼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유우성 씨는 ′사과는커녕 괴롭히는 걸 이제 그만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유우성 씨 : ″지금 이 시점에서 차라리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준다면 그게 그 분들이 보여줄 행태인데..피해자 괴롭히는 걸 그만해줬으면 합니다. 가족으로서 보기가 힘들었고 반성하는 것 없이 오히려 괴롭히기만 해서 그 사람들이 죄의식 없다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사실 저는 가족으로서 그 내용 듣는 자체가 힘들었고 사실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연속이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동생의 힘든 시간을 위로해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기일은 내년 3월 19일입니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유가려 씨의 증언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유가려 씨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가는지 다음 기일에 또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