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임명현

의사면허 취소법 합의했는데…"의사심기 왜 건드리나"?

입력 | 2021-02-22 11:25   수정 | 2021-02-22 11:41
금고형 이상의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을 두고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및 백신접종 불참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입장이 엇갈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잇따라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경고장을 날리고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의사단체가 이 문제로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국민에게 큰 실망을 드릴 것″이라며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습니다.

앞서 ″의사들이 깡패냐″, ″국회의원은 조폭이냐″며 최대집 의사협회장과 공방을 주고받았던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오늘도 최 회장을 향해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김 의원은 ″그야말로 백신 접종을 가지고 국민을 협박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곳도 아닌 의사협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의사들도 원래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이 박탈됐는데, 과거 의약분업을 하면서 의사들을 달래려고 방탄 면허를 만들어줬던 것″이라며 이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한의사나 간호사협회는 조용한데 유독 왜 의사협회만 반발하는지 모르겠다″며 ″국회의원도 아프면 병원 가는데 왜 의사를 핍박하겠냐″고 반박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지금 왜 의사들을 건드리냐′며, 의사들의 반발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사 심기를 건드리는 법을 왜 시도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이번 법안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계속 지금 진행 중인 과정이고, 의사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는 이유입니다.

김 위원장은 ″법안 내용을 보니 의사들에 대해 윤리의식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던데, 꼭 그래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같은 당 배준영 대변인도 ″지금 의료계는 코로나와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며 ″굳이 이 시점에 의료계 장악이라는 오해까지 사며 의료계와 화풀이 일전을 벌이는 게 코로나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되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6.25 전쟁으로 치면 군인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쟁점이 되고 있는 이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잇따라 합의 처리한 법안입니다.

의료인들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해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합의 처리 과정에서 야당과 정부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CCTV 설치 의무화를 유예하고, 의료행위상 발생한 업무상 과실치사/과실치상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합의처리한 법안인 만큼 여야가 법안 취지에 대해 한 목소리로 의사들을 설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