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26 21:07 수정 | 2021-09-26 21:10
MBC 시사보도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제2의 조희팔′로 불리는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일으킨 1조 원대 초대형 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과, 여기에 얽힌 권력자들의 내막을 추적했다.
<b style=″font-family:none;″>주범을 잡았는데도...6백억 원에서 1조 원으로 불어난 피해 </b>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는 ″여러분들을 다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홍콩 외환시장에 투자하면 매월 1~4%의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고 홍보했다.
원금보장에 고수익까지 장담하는 것이나 거액의 외화를 당국의 허락 없이 홍콩으로 보내는 방식 모두 말이 안 됐지만, 투자자들은 김 대표의 화려한 인맥에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IDS 홀딩스 7주년 행사에는 변웅전 전 의원, 경대수 전 의원 등 충청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축하 인사를 보내왔다.
또 다른 행사에서도 유력 정치인과 지검장, 경찰서장 이름의 화환이 도착했다.
그렇지만 말이 안 되는 수익 모델을 수상하게 여긴 피해자들의 고발로 2014년 김성훈 대표는 덜미가 잡히게 된다.
이때까지의 피해액은 아직 6백억 원대. 김성훈 대표는 경대수 전 의원의 측근인 조 모 변호사를 선임하고 피해 금액을 변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돈의 출처는 알고 보니 나중에 투자한 다른 피해자들의 돈이었다.
′돌려막기′로 돈을 갚은 것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풀려난 김성훈은 다단계 사기 행각을 이어간다.
결국 또다시 검거된 김성훈 대표. 이제 피해액은 1조 1600억 원, 피해자는 1만 2천 명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스트레이트>는 처음 검거됐을 때 처벌이 제대로 됐더라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b style=″font-family:none;″>경찰 2인자까지 뻗은 화려한 인맥 </b>
김성훈 대표가 로비스트로 활용한 인물은 충청 지역 마당발로 불리던 유 모 씨였다.
유씨는 IDS홀딩스 회장이라는 직함을 받았다.
변웅전 전 의원, 경대수 전 의원 그리고 경 전 의원의 측근 조 모 변호사까지 연결될 수 있었던 것도 유 회장 덕분이었다.
인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유 회장은 또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실의 김 모 보좌관도 김 대표에게 소개해줬다.
김 보좌관은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구은수 청장과 같은 고향 출신이었다.
김 대표는 김 보좌관을 통해 구은수 청장에게 승진, 인사 청탁과 사건 배당 청탁까지 시도한다.
자신과 친한 경찰관 윤 모 경위를 IDS홀딩스 관할 경찰서인 영등포경찰서로 보내고, 자신과 관련된 사건까지 맡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이 시도는 상당 부분 현실이 된다.
<스트레이트>는 서울 지역 경찰의 최고 책임자가 일선 경찰서 사건 배당에까지 관여하며 김성훈 대표의 편의를 봐줬다고 꼬집었다.
<b style=″font-family:none;″>석연치 않은 검찰의 사건 처리 </b>
김 대표는 IDS홀딩스 사기 사건으로 15년의 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하지만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윤 모 경위에 뿌린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다.
<스트레이트>는 검찰과 김성훈 대표의 ′플리 바게닝′, 사법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배경들을 보도했다.
김 대표의 자백으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부당한 사건배당 개입 혐의가 드러난 때는 2017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던 때였다.
검찰로서는 한때 차기 경찰청장 후보였던 경찰 2인자의 직권남용 범죄를 밝혀내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 수사를 담당한 김영일 검사는 이후 서울남부지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b style=″font-family:none;″>검사실에서 ′2차 범죄′ 모의?</b>
그렇다면 김성훈 대표가 얻은 이익은 무엇이었을까?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김영일 검사실로 ′출정′ 조사를 받으러 나가며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을 거라고 주장한다.
김 대표가 1심에서 12년형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을 기다리던 지난 2017년. 피해자들 앞에 자신을 김 대표의 오랜 친구라고 소개한 한 모 씨라는 사업가가 나타났다.
하지만 사실 한 씨는 구치소에서 김 대표를 알게 된 사기 전과자였다.
먼저 보석으로 풀려난 한 씨는 김 대표의 은닉 자금을 받아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 겉보기에 그럴듯한 투자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이 투자회사 지분을 나눠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고 대신 김 대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받으려 했다.
조금이라도 김 씨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실제 투자회사 지분의 가치는 피해자들의 피해액에 비하면 휴짓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또다시 피해자들을 속이려고 시도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2차 범죄′ 시나리오를 모의한 곳으로 ′김영일 검사실′을 지목한다.
검사실 출정기록을 보면 김 대표와 한 씨가 무려 23번이나 같은 날 검사실에 드나들었다.
또 김 대표의 금고지기인 예 모 씨가 검사실에 드나든 것도 목격됐다.
이 뒷거래 의혹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건 지난해 2월이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김 검사에 대해 물었더니 ′유능한 검사′라고 두둔했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영일 검사에 대한 징계는 윤 전 총장이 퇴임한 뒤에야 궤도에 올랐다.
검찰은 뒤늦게 김영일 검사실에서 수감자들의 사적인 통화나 면담 등 부적절한 만남이 있었다는 것을 자체 조사에서 확인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스트레이트>에 ″한쪽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서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만 답했고, 김영일 검사는 ″검사실에서 2차 범죄 모의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스트레이트>는 끝으로 ′검사실 출정′과 사법 거래가 검찰의 오래된 악습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0회 이상 검찰청에 소환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0% 넘는 수용자들이 출석 요구를 받으면서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떤 신분으로 조사받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검사나 수사관으로부터 회유나 압박을 당하며 부당한 진술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도 33.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