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25 12:10 수정 | 2021-03-25 18:12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미얀마 군부의 돈줄을 끊어라 </strong>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수백 명이 희생된 가운데, 미얀마 군부의 ′돈줄′을 끊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이 군부 고위 인사와 그 가족,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 거래 금지, 자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를 부과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의 특성상 이들 나라와의 경제적 연관이 극히 미미해 제재의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군부에 돈이 흘러들어가는 합작사업에서 해외 기업들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단체′가 ′포스코를 통한 미얀마 군부 카르텔 지도′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이 지도에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군부의 사업과 연결된 광산, 은행, 연금기금 등 세계 각국 99개 기관들이 포함됐습니다.
<a href=″ https://ipfs.io/ipns/data.justiceformyanmar.org/″>′포스코를 통한 미얀마 군부 카르텔 지도</a>
이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가스공사는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가스개발 사업을 벌여 왔는데, MOGE는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지목됐습니다.
포스코는 또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포스코강판(C&C)을 합작회사로 세웠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롯데호텔과 함께 양곤의 군 소유 땅에 5성급 호텔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미얀마 특별인권보고관을 지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역시 MBC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와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합작회사 등에서 모두 철수하는 것만이 가장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연관기사]</strong>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07706_34936.html ″>경제까지 장악한 미얀마의 ′전두환′...″돈줄 막아야″</a>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억울해하는 포스코... 왜? </strong>
그런데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포스코 측은 굉장히 억울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군부와 합작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스전 운영 사업은 2000년부터 MOGE와 계약을 통해 추진해온 국가사업으로 합작사업이 아니며, 미얀마의 정권 교체와는 무관하게 지속된 사업이라는 겁니다.
미얀마의 재향군인회 산하기업인 MEHL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수익금도 정부 55%, 프로젝트사에 45%로 배분되며 미얀마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책은행으로 바로 입금된다고 설명했습니다.
MOGE의 경우 포스코 외에도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기업과 프로젝트 합작을 하고 있는데 이 나라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포스코 측 주장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업 측이 이번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엔 아웅산 수치로부터 표창장도 받고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다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갑자기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롯데호텔이 함께 진행하는 호텔사업의 임차료 문제도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 설명에 따르면, 임차료가 연 180만불 정도되는데, 2019년 10월에 임차료를 지불한 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돼 현재 지급 유예를 신청한 상황입니다.
또 임차료를 지불하더라도 미얀마 재무부의 국가재정에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합니다.
한편, 포스코 강판(C&C)의 경우 기업 측도 사안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서 재검토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얀마 현지법인이 미얀마 군부기업인 MEHL와 1997년 합작을 한 것인데, 이 당시에는 법률상 미얀마 공기업과의 합작이 불가피했습니다.
현재는 군부쪽 지분이 30%인데, 포스코 강판 측은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등 인권 이슈가 제기되면서 2017년 이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봉제 업체인 태평양 물산은 1998년 설립 당시엔 MEHL과 합작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현재 MEHL 지분을 다 처분한 상태이며 군부에 공장부지를 사들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철수′라는 말은 쉽지만... </strong>
이렇게 큰 기업 외에도 현재 미얀마에 있는 한국 기업은 300여 개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봉재업체가 100여 개 정도인데, 이들 업체들은 태극기를 내걸며 쿠데타 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쿠데타 이후 임시 휴업에 들어간 업체들도 많습니다.
이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생활의 터전이 미얀마에 있는 교민들 입장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프랑스나 일본 등 해외 다른 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계획 단계에서 철수를 검토하는 수준이어서 이미 수익이 나고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정부 역시 미얀마 진출 기업들과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 등에 대해서는 계속 소통 중이지만, 철수와 같은 직접적인 권고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기업의 해외 진출시 지원할 수 있는 부분과 기업과 기업인들의 안전과 재산 보호 같은 부분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건 기업이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국민들의 생명과 인권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미얀마 현지에서 군부와 밀접히 연관을 맺으며 사업을 계속 하는 것이 맞는지, 또 그런 사업이 계속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과 회의적인 시각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은 계속 고민을 해야할 겁니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 정부 역시 지난 12일 미얀마에 대한 독자 제재 조치 중 하나로 9천만 달러 규모인 정부의 개발협력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추진 상황에 대해 묻자 외교부 관계자는 ″각 사업의 단계별 대응이 차별화돼야하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현재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