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현경

미얀마 '내전' 국면…'신 냉전' 속 사태 장기화되나

입력 | 2021-03-29 11:54   수정 | 2021-03-29 13:47
미얀마 군의 잔혹한 민간인 학살과 탄압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얀마 사태가 사실상의 내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소수민족 무장단체, 미얀마군 기지 잇달아 공격해 무기 탈취></b>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반군이 미얀마군 부대를 잇달아 공격하면서, 민주진영이 이들과 추진하는 연대 무장투쟁에 더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공세는 최소 114명이 숨진 최악의 유혈 참사가 발생한 지난 27일 ′미얀마군의 날′ 당일 또는 다음날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29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지역 주민들을 인용해 북부 카친주 반군인 카친독립군(KIA)이 전날 파칸의 군부 휘하 경찰 부대 4곳을 동시에 급습해 부대에 있던 무기들을 가져갔습니다.

주민들은 이날 공격에서 경찰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는데, 한 주민은 ″경찰 두 명만이 도주했고, 나머지는 몰살당했다. 경찰 지휘관 역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미얀마 나우는 카친독립군이 통제하고 있는 중북부 샨주에서 미얀마군과 반군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고, 카친독립군은 앞서 지난 25일 카친주 남쪽 도폰양에 있는 미얀마군의 알로붐 군사기지를 점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카친독립군 제8 여단은 성명을 내고 ″평화 시위대에 대한 유혈 탄압을 중단하라″고 군부에 촉구하면서 군부 독재에 대항해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태국 국경 인근 카렌민족연합도 군부와 충돌></b>

남동부 태국 국경 인근을 근거지로 활동 중인 카렌민족연합(KNU) 지난 27일 카렌주 뭇로 지역에 있는 군부의 군사기지를 점령했습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얀마군이 전투기를 동원해 두 차례 공습을 해, 카렌족 마을 주민 3천여 명이 공습을 피해 태국 국경 지역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소수민족 무장반군 중 하나인 샨족복원협의회(RCSS)도 같은 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군부의 민간인 살해가 계속되면 무장반군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렌민족연합과 샨족복원협의회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부를 비판하고, 시위대 지지 의사를 밝힌 10개 소수민족 무장조직 중 하나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러시아·중국은 미얀마 군의 뒷배 역할‥미국 등은 군부 비난></b>

유엔 고위급 대표인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학살방지특별고문,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들은 현지시간 2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도망치는 시위대에 총을 쏘고, 어린아이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 군부와 경찰의 수치스럽고, 비겁하며, 잔인한 행위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미얀마 군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미일을 포함한 12개국 합참의장은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는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8개국은 피의 학살이 있었던 지난 주말 ′미얀마군의 날′ 열병식에 자국 고위 군 장성을 보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미국 VS 중국·러시아, 신 냉전 분위기 속에 사태 장기화 우려마저></b>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차원의 미얀마 사태 개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신 냉전′ 기류가 형성된 최근 분위기에서, 미얀마가 양측 진영의 대립으로 국제적인 대리전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본격적인 내전이 일어나도, 국제 여론이 진영에 따라 나뉘면서, 시민들의 희생이 커지는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마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