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임소정

[World Now] 진흙, 벌레 먹는 아이들…죽어 가는 '풍요의 땅' 마다가스카르

입력 | 2021-06-24 11:20   수정 | 2021-06-24 12:34
<b style=″font-family:none;″>말라붙은 풍요의 땅...먹을 게 없어 진흙까지 </b>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동식물이 가득한 풍요의 땅으로, 애니메이션 배경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다가스카르의 풍요로움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벼가 익어가던 너른 평원엔 바싹 마른 붉은 흙만 가득하고, 하늘을 향해 잎을 벌리고 서있던 나무들도 온데간데 없습니다.

지난 해 말부터 계속돼오고 있는 대가뭄 때문입니다.

가뭄은 인구 2천842만 명의 먹을 거리를 앗아갔습니다.

주식인 쌀은 못 본지 오래. 그동안 선인장 열매같은 야생 식물에 의지해 간신히 버텨왔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바닥이 나면서 진흙을 파먹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11cm 도 안 되는 팔둘레..아사 직전의 아이들 </b>

둘레가 11cm 밖에 되지 않는 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다리. 얼마나 굶은 건지,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난 아이들은 파리를 좇을 힘도 없습니다.

남부지역에서만 114만 명이 긴급 식량 구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이 중 1만4천여명은 통합 식량안보 단계에서 최고 수위인 ′재앙′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류됐습니다.

말 그대로 아사 직전에 놓인 겁니다.

특히 5세 이하 영유아 13만 명은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마리아라는 여성이 촬영기자에게 내민 그릇엔 죽은 벌레가 가득했습니다.

″이게 우리 아침이에요. 물이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씻었어요. 저랑 아이들이 이런 음식을 먹은지 벌써 8달이 됐네요. 아무것도 먹을 게 없어요. 비가 내리지 않아서 우리가 씨앗을 뿌린 것들을 수확할 수가 없게 됐거든요.″
<b style=″font-family:none;″>WFP ″′기후 변화′ 부른 선진국들 책임져야″ </b>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이번 식량난을 초래한 대가뭄의 근본 원인은 기후 변화″라며 ″마다가스카르 국민이 선진국들이 불러들인 기후 변화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사태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구호 또는 지원 활동에 인색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각국의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아울러 한국이 마다가스카르 4대 공여국 가운데 하나라고 언급하면서 추가 지원 부탁도 잊지 않았습니다.

앞서 우리 나라 정부는 지난 11일 생존의 위기에 처한 마다가스카르 국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2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